마음을 치유하는 영혼의 약상자 - 어느 시인이 사유의 언어로 쓴 365개의 처방전
이경임 지음 / 열림원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흥미로운 산문집이며, 아포리즘(aphorism)이다. 한 시인이 시를 쓰지 않고 지낸 오랜 세월동안 혹독한 자기 성찰을 통해 영혼에 풀무질을 가했다. 그래서 나온 책이 <영혼의 약상자>다. 그는 prologue에서 어떤 서양 철학자의 글을 인용한다. “현란한 빛을 발산하는 자동차의 전조등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것처럼, 현대인들도 현대라는 현란한 사회에서 정작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혼돈을 겪는다.”(p. 7). 이것은 아마도 본인의 경험이었으리라.  

작가 이경임은 치열하게 사유한 것들을 시인의 언어로 풀어냈다. 이 책은 12개월로 나누어 한 달의 날수에 맞추어 때로는 산문으로 때로는 아포리즘 형식으로 글을 실어 놓았다. 그가 하루하루 날마다 가지고 놀았던 언어들이었을까? 아니면, 책의 편집상 이런 형식을 취한 것일까? 사유 언어의 열 두 묶음은 그렇게 치밀하지 않다. 조금은 어설픈 모자이크 같다. 차라리 주제를 더 세분화해서 묶었더라면 관심 영역을 찾아 생각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그저 책상에 아무렇게나 놓아두었다가 한 두 구절 눈 가는대로 읽는 데는 제격이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글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첫 번째 글 묶음, ‘현대를 살아간다는 것’에서, 작가는 오지랖도 넓게 지금 이 세대의 정치, 종교, 과학, 사이버 공간, 자본, 상품의 구매, 성 이데올로기, 사이코 패스(psycopath) 등 다양한 내용을 적었다. 과학이 밝혀낸 진리에 따르면 인간은 너무나 초라하다. 코페르니쿠스는 인간의 거처인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숱한 변방 중 하나일 뿐임을 밝혔고, 다윈은 인간은 신의 형상대로 창조된 최후 작품이 아니라 원숭이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말했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주인은 자의식이 아니라 오히려 무의식이라고 주장했다. 저자의 말대로 “인간이 이루어놓은 물질문명 세계의 업적들에 비하면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간의 내면의 위상은 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쪼그라들고 있는 듯하다.”(p. 20). 이런 현대를 사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무엇일까? 그의 글을 하나 더 인용해 본다. “욕망의 충족이 소망인 연인들은 욕망의 제거가 신앙인 수도승들의 삶을 흉내 내기 힘들 것이다. 누군가의 과도한 결핍 상태는 누군가의 과도한 과잉 상태와 닮은 점이 있다. 그들의 삶의 방식은 복잡한 현실을 일깨운다.”(p. 23). 욕망을 추구하는 삶과 욕망을 제거하는 삶, 어는 것이 더 현명한 삶일까? 궁극적으로는 동일한 것일까? 아니면, 행복에 이르는 길은 둘 중에 하나일까? 이 책의 글들은 행복한 삶에 대한 특효약 처방전은 주지 않는다. 하지만 삶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하지 않아 영혼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자들의 생각을 자극하는 각성제는 될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에서 나를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몇 몇 문장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설마른 장작 - 그들(앞서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열정에 불을 붙이기 위해 극단적인 건조함을 견뎌낸 사람들… 나는 아직 설마른 장작이므로 불이 붙지 않는 것이다.“(p. 133). 

“탐욕 - 자신의 쾌락과 행복과 자유를 최대한 누리려는 욕망 때문에, 개인은 때때로 타인들과 세상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예의를 망각한다.”(p. 213). 

"우리는 사치를 누린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 사람에겐 세 가지 낭비(사치)가 주어져 있다. 먹기, 섹스, 그리고 죽음. … 살아간다는 것은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사치를 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pp. 218~220). 

"종소리 - 종이 울리는 것은 종의 내부가 비어 있기 때문이다. 종이 울리는 것은 무언가와 부딪혔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표현하려면 나를 비워야 하고 동시에 나와 부딪히는 것이 있어야 한다.“(p. 2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토벤,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2
제러미 시프먼 지음, 김병화 옮김 / 포노(PHONO)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시절, 음악선생님이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교향곡>의 멜로디를 외우도록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음성으로 전원 교향곡의 주제 멜로디를 부를 수 있다. 매우 부드럽고 목가적인 가락이었다. 그 후로 어떤 서양 작곡가보다 베토벤은 나에게 친숙하다. 그의 교향곡 3번 <에로이카>, 교향곡 5번 <운명>, 교향곡 9번 <합창>, 그리고 피아노 소나타 <월광>, <비창>, <열정>, <템페스트>, <안단테> 등을 수없이 들었다. 봄이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을 들으며 일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베토벤이 작곡한 곡들의 가락을 읊조릴 수 있고 구별해 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베토벤의 삶을 한 번도 접하지 못했다. 아니 음악가의 전기는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다. <베토벤, 그의 삶과 음악>은 베토벤의 삶의 여정을 따라 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어, 그의 작품들이 훨씬 가깝게 다가왔다. 특별히 이 책은 베토벤의 생애 순에 따라 그의 작품을 적절히 설명하고, 각 장마다 간주곡들을 실었고 두 장의 CD까지 갖추고 있어서, 작품을 들으며 베토벤의 삶의 격정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부록으로 18~19세기 역사 배경과 책에 나오는 인물들 설명, 참고 문헌, 용어집, CD수록곡 해설, 그리고 작가의 연표까지 베토벤의 삶과 작품들을 정리하고 감상하는데 너무나 유용하게 편집되었다. Naxos books 출판사에서 펴낸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가 모두 같은 형식으로 출판된 듯하다. 나는 이 책에 깊이 빠져들었다. 모차르트, 하이든, 멘델스존, 쇼팽, 말러 등 시리즈 전체를 빨리 구입해서 음악에 푹 빠지고 싶다.  

이 책에서 얻은 베토벤의 삶에 대한 인상은 한 마디로 ‘고통’이다. 그는 16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동생들을 먹여 살릴 책임을 지게 되었다. 게다가 그는 열악한(?) 외모를 하고 있었다. 16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키에 머리는 크고 결코 호감있게 생겼다고 할 수 없었다.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로의 명성 뒤에 그는 청각을 서서히 잃어가고 반복되는 복통으로 고생했다. 많은 여인들을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한 번도 이루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40대에 들어서서는 금전적 어려움에 빠졌다. 43살에는 더 이상 피아니스트로 대중 앞에 설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연민의 대상이 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는 때로 괴팍했다. 삶에서는 제수와의 갈등과 조카 카를에 대한 집착이 심했고, 작품의 공연과 출판에 대해서도 원칙주의자 베토벤의 태도는 매우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결국 그는 일상적인 감각을 완전히 잃어가고 있었지만, 그 모든 고통은 위대한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산파역할을 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책의 저자가 밝힌 대로, 베토벤 자신도 고통을 삶의 진상으로 이해했고, 고통을 대하는 그의 태도의 변화가 바로 그의 삶과 음악의 중심 드라마였다(p. 107). 그렇다. 베토벤은 고통을 위대한 음악으로 승화시킨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의 작품, <에로이카>는 베토벤이 이해한 영웅주의의 본성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에로이카> 자체가 음악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된 것이다(p. 84). 

그의 임종 모습이 인상적이다. 번갯불이 번쩍이고 커다란 천둥소리가 난 후, 베토벤은 눈을 뜨고 마치 “너희 모두에게, 악의 힘에게 도전한다! 신이 나와 함께 하시니”라고 말하는 듯이 주먹을 흔들었단다(p. 205). 그는 고통이라는 운명에 맞섰고, 실패와 시련에 굴하지 않았다. 고전주의 음악을 뛰어넘은 불운의 천재 음악가, 그의 작품이 웅장하고 위대한 이유는 베토벤 그 자신이 영웅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 합창 교향곡을 들어보라. 그 장엄함과 삶의 자유와 환희에 대한 예찬은 마치 자석처럼 우리 인류 모두를 끌어당긴다. “기쁨이여, 아름다운 신들의 불꽃이여, 낙원의 딸이여 … 껴안아라, 수백만 사람들이여! 너희 입맞춤을 온 세계에 주어라! … 창조주의 별이 장엄한 하늘을 날듯이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동포여, 너희 길을 나아갈지니, 영웅이 승리를 향해 전진하듯 기쁨으로!”(쉴러의 환희의 송가).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인들 - 세계 근대사를 이끈 6명의 위인
게로 폰 뵘 외 지음, 김형민 옮김 / 현문미디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나오는 여섯 명은 정말로 유명하다. 학창시절 나름대로 열심히 외웠던 이름이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작가 괴테, <코스모스>의 훔볼트, <운명>과 <합창> 등으로 유명한 베토벤, 정신분석학의 프로이트, 일반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 그러나 이 정도가 내가 이 여섯 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전부였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을 처음 대하면서 ‘훔볼트? 누구였더라?’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훔볼트 이야기 목록을 훑어보고는 ‘아, 세계를 많이 탐험하며 수많은 식물과 동물들을 관찰 기록한 사람’하고 생각났을 정도다. 이들의 업적이 근대를 이끌었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여섯 명의 전문가가 각각 한 위인씩 여섯 명의 위인을 기술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은 위인전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꽤 수준 있는 위인전이기에 내용뿐 아니라 분량에 있어서도 무게가 있다. 책의 두께가 만만치 않아 부담이 되었지만, 첫 위인 마틴 루터에 관심이 많아 선뜻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금세 깊이 빠져 들어갔다. 이 책, 정말 흥미롭게 위인들을 서술한다.  

이 책은 루터가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한기를 이기기 위해 차가운 발을 비비며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모습으로 루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루터는 ‘자유인’이라는 뜻이다. 루터는 하나님의 은총으로 자유인이 되어, 중세 교회의 불의에 용기를 다해 투쟁하며 “잉크로” 참 자유를 얻었다. 그가 비텐베르크 성문에 게시한 ‘95개 논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번역한 <독일어 신약성경>이 얼마나 위대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지 이 책은 잘 밝히고 있다. 물론 그는 농민혁명에서 제후들을 편들어 끔찍한 유혈진압을 촉구했고, 유대인들을 멸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은 그가 여전히 중세시대의 사람이었음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어느 인간도 시대의 아들이기에 그 시대의 정신을 완전히 초월할 수는 없다. 확실히 루터는 근대를 이끈 위대한 인물이다. 저자의 말대로, 그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인류에게 실존적 도움을 준다. 그는 우리 존재의 의미를 보여주고,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법과 근심으로 짓눌린 인생의 궁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넓은 길로 나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마침내 자유로워져라. 그리고 살지어다’이다”(p. 90). '자유'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루터(Luther)는 인류에게 자유로운 삶을 보여주었다. 

이 외에 다섯 명의 위인들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꽤 참신하다. 괴테에 관해서는 그의 나이 일흔 넷에 열아홉 소녀에게 반한 이야기로 시작한다(pp. 98ff.). 훔볼트 이야기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인생의 말년에 학문의 제후가 된다.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 중 한 명이고, 살아있는 기념비다. … 훔볼트는 거의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만한 삶을 산다”(P. 174). 이 문장으로 훔볼트 이야기는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베토벤에 관해서는 그의 조각상에 대해 말하면서 시작한다(pp. 248ff). 게다가 각 인물의 매우 인상적인 사진들이 시작부터 중간 중간 담겨있어, 독자의 심상에 위인들의 이미지를 깊이 각인시킨다. 

 

이 책, 참 재미있다. 위인들의 약점과 인간적인 모습들도 거침없이 드러내면서, 위인들의 역사적 공헌을 아주 흥미진지하게 서술해 나간다. 예를 들어,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관해 저자는 매우 인상 깊은 문장을 남긴다. “정신분석한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찰스 다윈과 더불어 인류에게 실질적으로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 인류는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으스스한 우주로 내팽개쳐졌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혈통으로 창조되었다는 인류의 믿음은 다윈에 의해 무참치 짓밟혔다. 인류는 프로이트에 의해 세 번째로 깊은 충격에 빠져들었다. 프로이트는 이렇게 선언했다. 자아가 충동과 소망과 쾌락의 제국을 지배한다는 것은 완전히 자기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자아는 자신의 집에서 주인이 아니다”(pp. 397~398). 한 마디로,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세계를 접근 가능한 곳으로 만들었고, 무의식의 세계를 가리고 있는 그림자를 다루는 방법을 인류에게 최초로 가르친 것이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이 인류 역사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도 확실하게 언급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아이작 뉴턴의 우주상을 폐기처분했다. 일반상대성이론으로부터 빅뱅, 우주 대폭발, 평행우주의 존재에 대한 생각 등이 나왔다(p. 444). "그의 이론의 의미는 물질과 공간과 시간의 연관성 속에 있다. … 물질과 공간과 시간,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혼자서 존재하지 못하고 각각 나머지 다른 두 요소에 의존하여 존재한다는 사실이다.“(p. 452).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위인들은 모두 자신의 사상을 탁월하게 표현할 줄 알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베토벤은 악보로, 아인슈타인은 간략한 공식으로 자신이 감정과 사상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독일어 성경을 만든 루터와 대문호 괴테, 전 세계를 여행하며 수많은 것들을 자세히 기록한 훔볼트는 말할 것도 없고, 프로이트는 탁월한 언어 구사력을 가지고 있었다. 프로이트의 글의 주요 특징은 신조어 만들기, 새롭게 발견된 현상을 위한 독자적 용어 만들기, 언어적 깊은 인상 심기, 풍부한 어휘력과 수려한 글의 흐름 등이 있다(p. 387). 프로이트에게 이런 어휘구사력이 없었다면, 혁명적 영향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근대(modern)와 현대(post-modern)의 정신과 삶을 이해하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다. 정말 위인들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았고, 그들 사상의 역사적 의미를 분명히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인생과 역사를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서평은 현문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국에서 보낸 9일 - 어느 여인의 9일간의 천국 체험기
매리에타 데이비스 지음, 유재덕 옮김 / 브니엘출판사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임사(臨死)체험을 하고 그것에 대해 간증하는 글들을 몇 개 읽어 보았다. 그리고 느낌은 대개 부정적이었다. 천국을 지나치게 물질화해서 설명하거나, 황당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또 이런 글들에는 성경의 계시와 너무나 다른 이단적 주장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사실 천국을 인간의 언어로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천국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천국은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영역이며, 인간의 어떤 언어로도 천국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도 천국을 비유로만 말씀하시고, 제자들과 잔치를 여는 것으로 천국을 표현하셨을 뿐이다. 예수님도 할 수 없었던 일(천국을 인간의 언어로 자세히 묘사하거나 설명하는 것)을 어떤 인간이 감히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책, <천국에서 보낸 9일>은 다르다. 1848년 여름에 매리에타 데이비스라는 젊은 여성이 9일간의 잠 혹은 혼수상태에서 경험한 것들을 매우 명쾌한 문장으로 성실히 표현했다. 이 사건이 진실함은 가족들과 여러 목회자들의 증언으로 확인할 수 있다. 즉, 저자에 대해 믿을 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표현된 내용이 성경의 가르침과 벗어난 것이 없다. 자신이 경험한 초월적인 것들을 언어로 표현하기란 거의 불가능함에도, 이 책의 저자는 매우 문학적으로 그러면서 진실하게 그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 요한계시록은 천국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주기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승리하셨으므로 신앙으로 인해 박해받는 자들도 승리할 수 있음을 강조한 책이다. 즉, 요한계시록은 믿는 자들에게 신앙의 용기를 가지고 끝까지 믿음을 지키며 천국을 소망하게 만든다. 놀랍게도 이 책, <천국에서 보낸 9일(Nine Days in Heaven)>도 예수님의 십자가의 의미와 구원의 완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14장, 논쟁하는 정의와 자비’에서 시작해서 ‘24장, 잃어버린 자가 받은 구원’까지는 온통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의미를 잘 드러내고 있다. 정의와 자비의 논쟁은 곧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정의와 자비가 완성되었다는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실제로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구원을 완성했음을 잘 묘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11장, 천상의 멜로디’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매리에타가 천상에서 멜로디를 듣는다. 아니, 천상의 음악이 온 몸 전체를 타고 움직이는 것 같았단다. 그래서 그 음악에 온전히 뛰어들려고 하자 불협화음이 일어나 괴로웠다. 여러 번 이런 경험을 한 후 그녀는 고통스러워, 이곳을 벗어나게 해 달라고 천사에게 요청한다. 그 때 천사가 설명한다. “매리에타, 너는 길을 잃지 않았단다. … 이곳이 너무 거룩해서 너의 내적인 삶이 밝혀지고 죄가 드러난 거야. …”(p. 90). 그리고 후에 천사는 다시 말한다. “인간들이 이것을 알기만 하면, 그들은 악을 상대로 싸우면서 의로운 삶을 살 거야. 매리에타, 목격한 일들을 돌아보아라. 너는 상식을 상용하고 삶을 정리해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더 심각한 일이 닥칠 거야…”(p. 92). 

이 이야기는 나에게 이 땅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 때 예수 믿고 구원받은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도전한다. 예수 믿는 믿음으로 천국에 갔다 할지라도 천상의 멜로디와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믿음으로 구원받고 천국의 멜로디와 어울리는 거룩한 삶을 이 땅에서 살아내야 천국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며, 천국의 멜로디에 잠기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는 천국의 소망이 더욱 커졌다. 그리고 진정 천국의 소망이 있는 자들은 그리스도인으로 거룩하게 살아가려는 성화에 대한 열정이 넘쳐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천국을 소망하면 결코 이 세상의 삶을 소홀히 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리스도인답게 살며, 십자가의 복음을 자랑하며, 거룩한 열정으로 산다. 믿음 생활이 시들해진 자들에게 꼭 일독을 권한다. 분명 천국의 소망과 거룩한 삶의 열정이 다시 불붙을 것이다. 

[이 서평은 브니엘출판서에서 제공한 책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도인의 정의 - D. A. 카슨이 말하는
D. A. 카슨 지음, 송영의 옮김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복음주의 신학자 D. A. 카슨(Carson)이 영국의 말씀사경회(Word Alive Conference)에서 행한 빌립보서 강해서다. 저자가 밝혔듯, 빌립보서에서 바울이 다룬 주제는 그리스도인의 삶과 신앙의 핵심에 관한 것이기에 ”믿는 자들을 위한 기본원리들(Basics for believers)"라고 이 책의 제목으로 삼았단다. 먼저 나는 이 책의 번역 제목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저자 자신도 이 책의 제목, Basics for Believers가 책 전체를 잘 요약해 주고 있다고 밝혔는데(p. 9), 굳이 <그리스도인의 정의>라고 했는지 의아하다. 여기 한글 번역본 제목의 ‘정의’가 定意, 定義, 正意, 正義 중 어떤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차라리,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하든지 혹은 ‘신앙의 기본도리’나 ‘믿는 자들을 위한 기본원리들’ 아니면 ‘D. A. 카슨의 빌립보서 강해’ 정도가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빌립보서>는 바울이 감옥에서 빌립보교우들에게 쓴 편지임에도 기쁨의 어조가 넘쳐난다는 점에서 ‘기쁨의 편지’라고 한다. 하지만 바울은 빌립보 교우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기뻐하라는 명령을 하기 위해 이 편지를 쓴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어떤 상황 속에서 기뻐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기본적인 태도이지만, 이것이 빌립보서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D. A. 카슨은 빌립보서 전체를 균형있게 정리하고 강해했다. 저자는 바울이 로마제국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감옥에 갇힌 상황을 염두에 두고 바울의 글을 이해하고, 그것을 현재의 상황에 적응하려고 했다. 로마 제국은 다원주의 사회로서 다양성에 자부심을 느끼고 구원에 단 하나의 길만 있다는 복음을 거부하며 자기만족과 탐닉에 빠져 있었다. 그런 사회에 복음을 전하다 감옥에 갇힌 바울은 빌립보서에서 복음을 최우선시하라고 권면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의 상황과 일치한다. 오늘날도 세속화 과정에서 복음은 하찮은 것으로 전락하고 자기 만족추구의 열풍이 교회에까지 그 영향력을 끼치며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진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철학적 다원주의로 복음을 전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지 않은가! 지금이야 말로, 교회는 빌립보서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때이다. 

저자는 ‘제1장. 복음을 최우선시하라’에서 바울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나 기도에서 언제나 복음을 최우선시하며, 복음의 진보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잘 설명하고 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복음을 최우선시하는 삶의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저자가 인용한 페이튼의 글은 도전적이다. “오직 한번뿐인 인생, 그것은 속히 지나갈 것이다. 그리스도를 위해 행한 것만이 영원할 것이다”(p. 48). '제2장. 예수님의 죽음을 삶의 기준으로 삼으라’에서는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고난도 함께 받도록 부르심을 받은 것이며, 복음의 위로를 받을 뿐 아니라 전하며, 믿음의 초기 단계에서 나아가 온전한 삶으로 부르심을 받은 것임을 분명히 한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전하는 복음, ‘예수천당, 불신지옥’은 참 복음의 50%도 담고 있지 않다. 이제는 온전한 복음을 전하고 그 복음대로 사는 것을 전해야 한다. 

‘제3장. 훌륭한 믿음의 지도자들을 본받으라’에서는 우리가 하늘의 시민권자로서 이 땅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 때, 믿음의 지도자를 본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밝히고 있다. “형제들아 너희는 함께 나를 본 받으라. 그리고 너희가 우리를 본받은 것처럼 그와 같이 행하는 자들을 눈여겨보라”(빌3:17)는 바울의 권면은 오늘날 그리스도인 지도자들에게 큰 도전이 된다. 오늘날 한국교회 지도자들 중 과연 누가 바울처럼 말할 수 있을까? ‘제 4장, 그리스도인다운 행함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성도의 인내에 관한 교훈이다. 한마음, 기쁨, 관용, 기도, 거룩한 생각, 자족, 은혜 안의 성장, 등을 끝까지 추구하는 삶이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기본기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국교회의 모습과 현재 나의 믿음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그리고 참된 복음을 최우선시하며 그것을 전하는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이 온전한 구원, 주님을 닮아가는 성화의 구원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 책, 빌립보서의 내용을 탁월하게 설명하며, 현재 우리 상황에 관련한 많은 적용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서평은 국제제자훈련원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