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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그 삶과 음악 ㅣ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2
제러미 시프먼 지음, 김병화 옮김 / 포노(PHONO)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시절, 음악선생님이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교향곡>의 멜로디를 외우도록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음성으로 전원 교향곡의 주제 멜로디를 부를 수 있다. 매우 부드럽고 목가적인 가락이었다. 그 후로 어떤 서양 작곡가보다 베토벤은 나에게 친숙하다. 그의 교향곡 3번 <에로이카>, 교향곡 5번 <운명>, 교향곡 9번 <합창>, 그리고 피아노 소나타 <월광>, <비창>, <열정>, <템페스트>, <안단테> 등을 수없이 들었다. 봄이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을 들으며 일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베토벤이 작곡한 곡들의 가락을 읊조릴 수 있고 구별해 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베토벤의 삶을 한 번도 접하지 못했다. 아니 음악가의 전기는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다. <베토벤, 그의 삶과 음악>은 베토벤의 삶의 여정을 따라 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어, 그의 작품들이 훨씬 가깝게 다가왔다. 특별히 이 책은 베토벤의 생애 순에 따라 그의 작품을 적절히 설명하고, 각 장마다 간주곡들을 실었고 두 장의 CD까지 갖추고 있어서, 작품을 들으며 베토벤의 삶의 격정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부록으로 18~19세기 역사 배경과 책에 나오는 인물들 설명, 참고 문헌, 용어집, CD수록곡 해설, 그리고 작가의 연표까지 베토벤의 삶과 작품들을 정리하고 감상하는데 너무나 유용하게 편집되었다. Naxos books 출판사에서 펴낸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가 모두 같은 형식으로 출판된 듯하다. 나는 이 책에 깊이 빠져들었다. 모차르트, 하이든, 멘델스존, 쇼팽, 말러 등 시리즈 전체를 빨리 구입해서 음악에 푹 빠지고 싶다.
이 책에서 얻은 베토벤의 삶에 대한 인상은 한 마디로 ‘고통’이다. 그는 16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동생들을 먹여 살릴 책임을 지게 되었다. 게다가 그는 열악한(?) 외모를 하고 있었다. 16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키에 머리는 크고 결코 호감있게 생겼다고 할 수 없었다.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로의 명성 뒤에 그는 청각을 서서히 잃어가고 반복되는 복통으로 고생했다. 많은 여인들을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한 번도 이루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40대에 들어서서는 금전적 어려움에 빠졌다. 43살에는 더 이상 피아니스트로 대중 앞에 설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연민의 대상이 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는 때로 괴팍했다. 삶에서는 제수와의 갈등과 조카 카를에 대한 집착이 심했고, 작품의 공연과 출판에 대해서도 원칙주의자 베토벤의 태도는 매우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결국 그는 일상적인 감각을 완전히 잃어가고 있었지만, 그 모든 고통은 위대한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산파역할을 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책의 저자가 밝힌 대로, 베토벤 자신도 고통을 삶의 진상으로 이해했고, 고통을 대하는 그의 태도의 변화가 바로 그의 삶과 음악의 중심 드라마였다(p. 107). 그렇다. 베토벤은 고통을 위대한 음악으로 승화시킨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의 작품, <에로이카>는 베토벤이 이해한 영웅주의의 본성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에로이카> 자체가 음악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된 것이다(p. 84).
그의 임종 모습이 인상적이다. 번갯불이 번쩍이고 커다란 천둥소리가 난 후, 베토벤은 눈을 뜨고 마치 “너희 모두에게, 악의 힘에게 도전한다! 신이 나와 함께 하시니”라고 말하는 듯이 주먹을 흔들었단다(p. 205). 그는 고통이라는 운명에 맞섰고, 실패와 시련에 굴하지 않았다. 고전주의 음악을 뛰어넘은 불운의 천재 음악가, 그의 작품이 웅장하고 위대한 이유는 베토벤 그 자신이 영웅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 합창 교향곡을 들어보라. 그 장엄함과 삶의 자유와 환희에 대한 예찬은 마치 자석처럼 우리 인류 모두를 끌어당긴다. “기쁨이여, 아름다운 신들의 불꽃이여, 낙원의 딸이여 … 껴안아라, 수백만 사람들이여! 너희 입맞춤을 온 세계에 주어라! … 창조주의 별이 장엄한 하늘을 날듯이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동포여, 너희 길을 나아갈지니, 영웅이 승리를 향해 전진하듯 기쁨으로!”(쉴러의 환희의 송가).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