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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왈 VS 예수 가라사대 - 유교와 기독교의 상생과 융합
차이더구이 지음, 박영인 옮김 / 지와사랑 / 2012년 4월
평점 :
한국은 다양한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종교다원주의 사회입니다. 종교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유교와 기독교의 상생과 융합을 다룬 이 책은 우리 사회의 평화에 공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자 왈 VS 예수 가라사대」! 공자와 예수는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훨씬 많습니다. 저자인 차이더구이 교수도 이런 차이를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1장. 공자와 예수의 기원을 찾아서’에서, 공자와는 달리 예수는 자신을 신이라 주장했음을 분명히 언급합니다. ‘3장. 수신을 강조한 공자, 구원의 손길을 편 예수’에서, 유교와 기독교의 가장 큰 차이를 잘 보여줍니다. 유교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신뢰합니다. 사람은 수신(修身)을 통해 도덕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품있는 삶(孔顔樂處)을 살 수 있으며 대동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즉, 인간은 스스로 수양함으로써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기독교는 원죄론에 입각해서 인간은 자신을 의지할수록 더 비참해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인간은 구원을 선물로 주는 신을 의지해야 천국에 이를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기본적인 인간론과 구원론이 이렇게 다른데, ‘유교와 기독교의 상생과 융합’은 가능한 것일까요?
저자는 ‘4장. 공자의 체온이 느껴지는 「논어」와 예수의 영혼이 담긴 「성경」’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신성에 입각해 세계관을 세우고, 유학은 인간의 이성에 입각해 세계관을 세웠지만, 둘은 동일한 목적지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독교의 박애(博愛)와 유학의 인애(仁愛)가 그것입니다. 사실, 유교의 대동사회와 기독교의 천국도 같은 목적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독교의 천국이 내세에 관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구현되는 것이라면 말입니다.
이제, 저자는 유교와 기독교의 상생과 융합을 위해, 유학의 입장에서 본격적인 작업을 합니다. ‘7장. 공자의 젓가락, 예수의 포크’처럼 서로는 문화적 간극이 크지만, 유학이 다원융합형을 추구한다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 예로 ‘유가 크리스천’을 듭니다(pp. 210~212). 이들은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인 교인이면서도 중국문화를 매우 좋아하여 재창조하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만일 유가크리스천들처럼, 이 땅의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신앙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유학 문화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 가치를 긍정한다면 가능할 것입니다.
‘6장. 공자의 성인과 예수의 하느님’에서 유학이 종교인가 하는 문제에 아직도 학자 사이에 일치된 합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읽으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유학을 종교로 인식하지 않고 인문학으로 본다면, 기독교와 유학은 서로 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종교는 자신만의 절대적 진리를 주장하기 때문에, 타 종교와 근본적으로 융합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종교와 철학은 함께 하며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종교들과 철학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대화한다면,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공헌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