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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트릭 - ‘나’라는 환상, 혹은 속임수를 꿰뚫는 12가지 철학적 질문
줄리언 바지니 지음, 강혜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자아란 무엇인가?' 너무 어려운 질문입니다. 먼저, 자아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한 것인지, 존재한다면 어떤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 것인지요? 또 육체는 ’자아‘의 필수구성요소인가요? 사고를 만나거나 치매에 걸린 뒤의 나는 이전의 나와 동일한 것일까요? 우리가 죽은 뒤에도 고유한 자아는 존재하는 것일까요? 뇌는 자아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요? 뇌의 기억이 자아를 형성하는 것일까요? 그러면 기억을 상실한 사람은 자아가 없는 것일까요? 기억은 불확실한 또 하나의 환상에 불과한 것일까요?
이 책에 이런 질문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믿어왔던 자아에 대한 확신을 여지없이 무너트립니다. 두 개의 성으로 살아온 성전환자의 이야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영원히 지속되는 고유의 본질적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진주 관점’(pearl view)‘을 부정합니다. “뇌에는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되는 중심 따위는 없다”는 임상신경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해서, 결국 저자는 1부에서 본질적 자아나 비물질적인 영혼이란 개념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2부에서 저자는 말합니다. “자아의 핵심에 있을 ‘진주’찾기를 포기한다면 너무 성급한 일일 것이다 … 우리 모두는 어떤 의미에서 정신과 물질로 이루어진 구조물이다.”(p. 107). 하나로 이루어진 본질적 자아는 존재하지 않지만, 자아의식은 하나의 구조물임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현재 모습을 만들어주는 것은 여러 부분들이 서로 연결되어 이루어진 결과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아마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물질에 불과하지만 단순한 물질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복잡성 속에서 속성 자체가 변하기 때문에, 어쩌면 자아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나는 저자가 말하는 ‘자아의 속임수(에고 트릭, the Ego Trick)’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자아의 속임수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데, 존재한다고 믿게끔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실제보다 더 단단하고 영원한 것처럼 믿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가에 대해서는 환상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존재하다는 사실 자체에는 환상이 있을 수 없다.”(p. 211). 우리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확고한 자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휴, 내가 분명히 이해하고 말하면서도 어렵네요!
‘3부. 미래의 자아’에서 저자는 불교에서 말하는 환생이나 기독교에서 말하는 육체의 부활과 사후세계를 부정합니다. 자아의 존재는 육체의 죽음과 함께 끝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얼마 전 죽은 스티브 잡스가 생각했던 삶과 죽음의 관점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네요. 스티브 잡스는 “나의 죽음은 전원 스위치가 ‘딸깍’ 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지요. 정말 우리는 기껏해야 “생각하는 생존 기계”에 불과한 것일까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할 때,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좀 더 담담해질까요? 이 책을 다 읽고 자아에 대해 더 혼란스러워졌네요. 아직도 저자의 결론에 선뜻 동의할 수 없군요. 그래도 나란 존재에 대해, 삶과 죽음에 대해,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입니다. 즐거운 자아 탐구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