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배우는 신학
스탠리 J. 그렌츠 지음, 장경철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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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인들 중에서도 신학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여, 신앙과는 상관없이 하나님에 관해 사변적으로 토론하는 학문 정도로 여기는 자들이 많습니다. 신학교에 가서 신앙을 다 잃어버렸다고, 신학이 아니라 신앙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목사님들도 많이 보아왔습니다. 이런 목사님들의 영향으로 한국교회에는 반지성주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스탠리 그렌츠의 「누구나 쉽게 배우는 신학」은 눈에 확 띱니다. 원서 제목이 이 책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Created For Community: Connecting Christian Belief with Christian Living>,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삶을 연결하는, 공동체를 위해 만들어진 (신학)’, 이 정도 번역이 가능할 것입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신학이란 원래 우리의 삶에 관한 학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이 공유하고 있는 기본적 신념들을 … 명확히 진술하고자 했다”고 밝힙니다. 그리고 이 책의 중심 주제도 “우리는 공동체를 위해 창조되었다”(p. 14)임을 분명히 합니다.

  신학(Theology)이란 데오스(theos, 하나님)과 로고스(logos, 말씀, 연구)의 합성어로 하나님에 대해, 그리고 그분과 창조 세계와의 관계에 관해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들입니다. 참된 신학은 언제나 신앙과 공동체를 섬겨야 합니다. 저자가 힘주어 말한 것처럼, “신학은 신앙의 종임을 반드시 기억해야”(p. 28)합니다. 신앙에는 지성, 의지, 감정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데, 신학은 기독교 신앙을 지적으로 탐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학은 신앙에 의해 부름받은 것임이 분명합니다. 결코 신학으로 신앙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의 주장대로 누구나 신학자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진지하게 기독교 신앙을 연구하고 그것을 삶과 연결시키는 자가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신학자가 사용하는 주요 자원(sources 혹은 nomos) 세 가지를 언급합니다. “성경적 메시지, 교회의 신학 유산, 우리 문화의 사고 형태”(pp. 29~32)가 그것입니다.

  이 책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각 교리들의 관계를 잘 연결해 놓았습니다. 전통적인 조직신학의 관점을 유지하여, ‘신론 - 인간론 - 기독론 - 성령론 - 교회론 - 종말론’ 순으로 정리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신학 책에서는 제일 먼저 ‘계시론(성경론)’을 다루고 있는데, 이 책에는 생략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성경의 권위를 증명할 필요 없이, 가정하고서 (신학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p. 30), 그래도 성경론을 생략한 것은 아쉽습니다.

  자신의 신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이 책을 읽었으면 합니다. 그것도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읽고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저자가 말했듯, 창조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사역의 최종 목표는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공동체야말로 성경의 메시지를 요약해 주는 것이다”(p. 32)라는 말이 가슴에 오래오래 남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하나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그래서 하나님을 더 많이 사랑하고, 마침내 하나님을 더 많이 섬기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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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에 핀 꽃들 - 우리가 사랑한 문학 문학이 사랑한 꽃이야기
김민철 지음 / 샘터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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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속에 핀 꽃들」을 따라, 나는 많은 소설 속으로 들어가고 많은 장소를 찾아갔습니다. 김유정의 <동백꽃>을 다시 읽고 ‘생강나무’를 배웠습니다. 마침 강화도 전등사에서 삼랑성 올라가는 길에 생강나무를 만났습니다. 책에 적힌 대로 가지를 꺾어보니 정말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에 정신이 맑아지는 듯했습니다. <동백꽃>의 남자 주인공은 점순이와 함께 동백꽃 속으로 파묻혀버리면서 정신이 아득해졌다지요. 아내는 꽃이 달린 가지들을 연신 꺾고 있는데, 나는 이 장면이 떠올라 뒤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뭐하냐고 핀잔을 주어서, 팔 걷어 부치고 아내를 도왔습니다. 아내는 집에 와서 생강나무 꽃을 약한 불에 볶은 뒤 차로 내 놓았는데, 봄의 기운이 온 몸에 퍼지는 듯합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에 나오는 ‘팬지’ 이야기와 함께 조세희 작가의 최근 작품 퇴고 이야기까지 소소한 이야기가 무척 정감이 갑니다. 정채봉의 <오세암>와 ‘동자꽃’ 이야기에서 학생시절 읽었던 오세암의 아름다운 설화를 다시 떠올려 봅니다. 박범신의 <은교>에 나오는 쇠별꽃이 이런 모양이구나 하고 감탄합니다. 쇠별꽃에서 ‘쇠’자는 동식물 이름 앞에 붙어 ‘작은’의 뜻을 나타낸다는 접두어라는 사실도 보너스로 알게 되었습니다. 아! ‘쇠별꽃’은 ‘작은 별꽃’이군요.

  몇 년 전 양평에 있는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 마을>을 들렀습니다. ‘마타리꽃’이 활짝 피고 있었습니다. 문학촌에서 쿠린 냄새가 났는데, 요놈이 주범이었군요. 이 책에서 문학촌에 핀 ‘마타리꽃’ 사진을 보니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에 나오는 ‘꽈리’ 이야기를 하면서, 작가 김민철은 이 책을 번역한 전혜린 교수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의 ‘장미’, 최명희 <혼불>의 ‘여뀌’, 김훈 <칼의 노래>의 ‘쑥부쟁이’, 박완서 <아주 오래된 농담>의 ‘능소화’, 조정래 <허수아비 춤>의 ‘수국’, 박경리 <토지>의 ‘해당화’, 조정래 <태백산맥>에 나오는 여인들의 꽃, ‘치자꽃’과 ‘박꽃’과 ‘수선화’, 등. 너무나 유명한 작품들과 반가운 야생화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이 책을 따라 상상 속에서 수국이 소담스럽게 핀 제주도와 여러 화단을 거닐고, 어린시절 놀던 꽈리 가득한 마당에서도 뛰어 봅니다. 이 책에는 훌륭한 소설 작품 이야기들과 다정스러운 야생화 사진들로 가득합니다. 꽃들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보너스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정말 사랑스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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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멍의 쾌활한 장자 읽기
왕멍 지음, 허유영 옮김 / 들녘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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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의 가르침을 호방하게 재해석한 왕멍의 책을 읽으면서, 장자 사상의 핵심을 어렴풋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장자는 유교의 도덕지상주의의 위선을 꼬집었습니다. 덕으로 사회를 제대로 다스릴 수 있을까요? 장자는 회의적입니다. 유가의 가르침은 마치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아서는 것(螳螂拒轍)처럼 주제넘은 것이라고 지적합니다(p. 169). 법으로서 나라를 다스리고 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장자는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을 더 선호한 듯합니다. 하지만 장자가 ‘도법자연(道法自然), 즉 도와 법은 모두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보면 인간 안에 내재되어 있는 선함도 또한 어느 정도 인식한 듯합니다. 그래서 아무런 노선이나 목표를 배제한 채 모든 일을 백성들의 본성에 따라 행하라고 말합니다(p. 172). 이렇게 성선설과 성악설 모두를 아우르는 가르침에서 장자의 천재성이 드러납니다.

  이 책, 처음부터 쉽지 않은 내용으로 가득 차 있지만, 또한 흥미로운 가르침으로 가득합니다. 천리마를 만들 수 있는 백락은 사람에게는 칭송의 대상이지만, 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수많은 말을 죽인 죄인이기도 하다고 장자는 말합니다. 왕멍은 이런 장자의 논리는 매우 설득력있고 현심감이 넘친다고 평가했습니다. 참으로 장자의 사유(思惟)는 기발한듯하면서 정곡을 찌릅니다. 아주 오래 전에 가톨릭 신부인 토머스 머튼의 「장자의 도」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쓸모없는 나무는 도끼질을 당하지 않는다는 ‘장자 1편 7절’의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았었습니다. 유용성을 강조하는 현시대에서 조차도 쓸모 있는 사람만이 필요하거나 그들만이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쓸모 없음의 쓸모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라고 토머스 머튼은 해석했습니다. 한편, 왕멍의 책 13부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장자가 산에서 잎이 무성한 나무가 베어지지 않은 이유가 쓸모없기 때문임을 알고 이렇게 말했답니다. “이 나무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타고난 수명을 다 누리는구나.” 그런데 그날 친구 집에 머물 때, 친구가 하인에게 거위를 잡도록 했는데 잘 울지 못하는 놈을 잡으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장자의 제자가 물었습니다. “어제 산 속의 나무는 쓸모가 없어서 천수를 다 할 수 있었고, 오늘 주인의 거위는 쓸모가 없어서 죽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경지에 처신하시겠습니까?” 장자는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나는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의 중간에 머물 것이다.”(p. 430~431). 장자의 말들은 우리가 종종 놓치는 진리의 다른 면을 잘 지적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대한 왕멍의 해석 또한 흥미롭습니다. “장자는 대립하고 있는 양극단의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많으며 이 양극단조차도 서로 바뀌고 변화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다”(p. 433).

  ‘아는 것이 많으면 어리석은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p. 435)는 가르침, ‘빈 배가 부딪히면 화를 내지 않지만 한 사람이라도 타고 있으면 화를 낸다’(p. 441)는 빈 배 이론, ‘매미 잡는 사마귀의 뒤에 참새가 있다’는 이야기(p. 465), 등은 인생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런 장자 가르침을 풀어내는 왕멍의 글솜씨는 마음에 깊은 울림을 가져왔습니다. 이 책, 책장 손닿기 쉬운 곳에 꽂아두고 가끔 들추어 보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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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사진 읽기 - 사진심리학자 신수진이 이야기하는 사진을 보는 다른 눈
신수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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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적인 책입니다. 작가가 매력적입니다. 사진심리학자? 저자는 심리학과 사진학을 차례로 전공하고 국내 최초로 사진이론 관련 박사가 되었답니다. 표지 날개에 저자의 흑백 사진이 강렬합니다. ‘보이는 사진 속,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읽기’에 충분히 날카로우면서 깊고 매력적인 눈을 가졌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예술의 효과는 공감을 통해서만 발현됩니다. 한 사람의 예술가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작품에 공감한 사람들이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 작가가 아니더라도,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다르게 보는 법을 익혀야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pp.7~8). 이전에 ‘시인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표현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세상을 창의적으로 보고 표현하는 시인에게 공감하는 자들이 세상을 새롭게 봄으로써 세상은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요?

  나같이 취미로 사진을 찍어보는 아마추어가 예술가들의 사진을 혼자 힘으로 제대로 보고 공감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피상적으로 보고 그저 ‘아름답다, 좋다’ 이 정도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데, 신수진 님의 글을 통해 사진보는 눈이 아주 조금을 열렸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적어도 사진을 보면서 어떤 단상(斷想)을 끄집어 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요,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진짜 사진예술가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작품 세계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50, 60년대의 한국의 고단한 삶의 현실을 감추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사랑스러운 1950년대를 기억하게 해 준 김회중, 이형록, 주명덕의 사진들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전쟁의 참사와 가난의 질곡들을 표현한 적나라하고 자극적인 사진들을 많이 보면서,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시대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그 시대에도 아름다움, 기쁨, 소망이 가득한 시대였음을 느낍니다. 진정한 리얼리즘이란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내가 지금 몰입하고 있는 바로 이 세계를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의식”(p. 40)이라는 저자의 글에 동감합니다.

  저자가 제시한 기억, 관계, 꿈, 떠남, 즐거움, 감각, 등의 주제를 가지고 사진작품들을 대하니, 이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 이런 것들이 왜 예술작품이 되는지 조금은 알 듯합니다. 이 책은 사진작품들을 ‘마음으로’ 읽는 법을 제대로 보여준 책입니다. 「마음으로 사진 읽기」라는 책 제목을 흰 여백에 세로쓰기로 표시해서, 시각적 효과를 제대로 발휘했습니다. 사진 해설을 넘어, 작품을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힐링하는 책입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가난하고 천진하며 처절하게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자신들의 눈으로 찾아낸 아름다움으로 자신다움을 지켜낸 작가들이 부럽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신수진 님도 이미 자신의 눈으로 찾아낸 아름다움으로 자신을 지켜낸 또 한명의 부러운 작가임이 분명합니다. 제 서재의 책장 의미 있는 자리에 꽂힐, 정말 괜찮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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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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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참 마음에 듭니다. “책에 대한 모든 논의를 집대성해보자는 지적 욕심”(p. 22)에서 나온 책답게,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에 관해 멋진 글과 사진으로 독자를 유혹합니다. 책을 손에 쥔 순간 반해버렸습니다. 단숨에 이곳저곳을 뒤적이며 읽어봅니다. 책을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고, 책의 아무 곳이나 펼쳐 읽을 독자의 권리를 마음껏 행사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 책을 읽어보겠냐고 아내에게 슬쩍 내밀었습니다. 아내는 나보다 더 열렬히 이 책을 좋아합니다. 아내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고,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또 읽었답니다.

  식탁에 앉아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의 앞부분에 수록된 <독자 권리 장전>입니다.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의 ‘독자의 절대적 권리 선언’을 작가 정수복 씨가 보완한 것입니다. ‘책을 읽을 권리와 읽지 않을 권리’를 1, 2번으로 제시한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청소년 시절 책 읽는 것이 즐거움이 아니라 고역이며 노동이었던 것은 책읽기를 무례하게 강요받았기 때문입니다. 독서를 권할 때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사랑 그리고 배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책을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을 권리,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을 권리, 반짝 독서를 할 권리’를 읽으면서 “맞아 맞아”를 연발했습니다. 독서가 즐거움이 되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이런 권리를 당당하게 누려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종이책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지적했듯이, 인터넷과 전자책이 등장해도 종이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종이책만이 가지는 신뢰성, 간편성, 역사성, 자연과의 접촉성이 있기 때문입니다(pp. 34~37). “독서는 종교와 수도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p. 92)라는데, 나에게도 책을 읽는 것은 영성 훈련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되찾기도 하고, 삶의 이유와 희망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책읽기는 나에게 기도와 같은 것입니다. 기도는 아무데서나 언제나 마음이 내키면 할 수 있듯, 책읽기도 그렇습니다. 사무실과 집안의 서재에서는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는 시간에 제법 묵직한 책들을 읽습니다. 외출 시에도 내 손에는 항상 책이 들려있어, 읽지도 못하면서 짐되게 책을 들고 나선다고 아내에게 책망을 듣기도 합니다. 그래도 단 몇 분이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행복을 느끼기에 그렇게 합니다. “책을 읽는 일은 커다란 정원을 이루는 연이어진 작은 정원들을 거니는 유쾌한 산책이다”(p. 31).

  독서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은 “주변을 인식하지 않고 그냥 거기 풍경처럼 존재”(p. 291)한다는 글로 이 책은 마무리를 합니다. 아! 책 읽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독자 권리 장전 16번은 ‘읽은 책에 대해 말하지 않을 권리’입니다. 이 책에 관해 더 자세히 말하는 것은 이 책의 저자와 독자 모두에게 무례한 일일 것입니다. 그저 사랑과 존중의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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