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으로 사진 읽기 - 사진심리학자 신수진이 이야기하는 사진을 보는 다른 눈
신수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3월
평점 :
매력적인 책입니다. 작가가 매력적입니다. 사진심리학자? 저자는 심리학과 사진학을 차례로 전공하고 국내 최초로 사진이론 관련 박사가 되었답니다. 표지 날개에 저자의 흑백 사진이 강렬합니다. ‘보이는 사진 속,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읽기’에 충분히 날카로우면서 깊고 매력적인 눈을 가졌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예술의 효과는 공감을 통해서만 발현됩니다. 한 사람의 예술가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작품에 공감한 사람들이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 작가가 아니더라도,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다르게 보는 법을 익혀야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pp.7~8). 이전에 ‘시인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표현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세상을 창의적으로 보고 표현하는 시인에게 공감하는 자들이 세상을 새롭게 봄으로써 세상은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요?
나같이 취미로 사진을 찍어보는 아마추어가 예술가들의 사진을 혼자 힘으로 제대로 보고 공감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피상적으로 보고 그저 ‘아름답다, 좋다’ 이 정도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데, 신수진 님의 글을 통해 사진보는 눈이 아주 조금을 열렸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적어도 사진을 보면서 어떤 단상(斷想)을 끄집어 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요,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진짜 사진예술가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작품 세계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50, 60년대의 한국의 고단한 삶의 현실을 감추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사랑스러운 1950년대를 기억하게 해 준 김회중, 이형록, 주명덕의 사진들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전쟁의 참사와 가난의 질곡들을 표현한 적나라하고 자극적인 사진들을 많이 보면서,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시대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그 시대에도 아름다움, 기쁨, 소망이 가득한 시대였음을 느낍니다. 진정한 리얼리즘이란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내가 지금 몰입하고 있는 바로 이 세계를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의식”(p. 40)이라는 저자의 글에 동감합니다.
저자가 제시한 기억, 관계, 꿈, 떠남, 즐거움, 감각, 등의 주제를 가지고 사진작품들을 대하니, 이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 이런 것들이 왜 예술작품이 되는지 조금은 알 듯합니다. 이 책은 사진작품들을 ‘마음으로’ 읽는 법을 제대로 보여준 책입니다. 「마음으로 사진 읽기」라는 책 제목을 흰 여백에 세로쓰기로 표시해서, 시각적 효과를 제대로 발휘했습니다. 사진 해설을 넘어, 작품을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힐링하는 책입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가난하고 천진하며 처절하게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자신들의 눈으로 찾아낸 아름다움으로 자신다움을 지켜낸 작가들이 부럽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신수진 님도 이미 자신의 눈으로 찾아낸 아름다움으로 자신을 지켜낸 또 한명의 부러운 작가임이 분명합니다. 제 서재의 책장 의미 있는 자리에 꽂힐, 정말 괜찮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