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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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참 마음에 듭니다. “책에 대한 모든 논의를 집대성해보자는 지적 욕심”(p. 22)에서 나온 책답게,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에 관해 멋진 글과 사진으로 독자를 유혹합니다. 책을 손에 쥔 순간 반해버렸습니다. 단숨에 이곳저곳을 뒤적이며 읽어봅니다. 책을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고, 책의 아무 곳이나 펼쳐 읽을 독자의 권리를 마음껏 행사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 책을 읽어보겠냐고 아내에게 슬쩍 내밀었습니다. 아내는 나보다 더 열렬히 이 책을 좋아합니다. 아내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고,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또 읽었답니다.

  식탁에 앉아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의 앞부분에 수록된 <독자 권리 장전>입니다.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의 ‘독자의 절대적 권리 선언’을 작가 정수복 씨가 보완한 것입니다. ‘책을 읽을 권리와 읽지 않을 권리’를 1, 2번으로 제시한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청소년 시절 책 읽는 것이 즐거움이 아니라 고역이며 노동이었던 것은 책읽기를 무례하게 강요받았기 때문입니다. 독서를 권할 때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사랑 그리고 배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책을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을 권리,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을 권리, 반짝 독서를 할 권리’를 읽으면서 “맞아 맞아”를 연발했습니다. 독서가 즐거움이 되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이런 권리를 당당하게 누려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종이책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지적했듯이, 인터넷과 전자책이 등장해도 종이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종이책만이 가지는 신뢰성, 간편성, 역사성, 자연과의 접촉성이 있기 때문입니다(pp. 34~37). “독서는 종교와 수도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p. 92)라는데, 나에게도 책을 읽는 것은 영성 훈련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되찾기도 하고, 삶의 이유와 희망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책읽기는 나에게 기도와 같은 것입니다. 기도는 아무데서나 언제나 마음이 내키면 할 수 있듯, 책읽기도 그렇습니다. 사무실과 집안의 서재에서는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는 시간에 제법 묵직한 책들을 읽습니다. 외출 시에도 내 손에는 항상 책이 들려있어, 읽지도 못하면서 짐되게 책을 들고 나선다고 아내에게 책망을 듣기도 합니다. 그래도 단 몇 분이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행복을 느끼기에 그렇게 합니다. “책을 읽는 일은 커다란 정원을 이루는 연이어진 작은 정원들을 거니는 유쾌한 산책이다”(p. 31).

  독서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은 “주변을 인식하지 않고 그냥 거기 풍경처럼 존재”(p. 291)한다는 글로 이 책은 마무리를 합니다. 아! 책 읽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독자 권리 장전 16번은 ‘읽은 책에 대해 말하지 않을 권리’입니다. 이 책에 관해 더 자세히 말하는 것은 이 책의 저자와 독자 모두에게 무례한 일일 것입니다. 그저 사랑과 존중의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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