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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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도시민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조기 은퇴해서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 자연 속에서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노후를 보내고 싶은 것이다. 이 책에서 마루야마 겐지는 단호하게 말한다. ‘꿈 깨라!’ 책 제목부터 시작하여 각 장의 제목까지 매우 비관적인 어조로 말한다. ‘어떻게 되는 시골은 없다,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고독은 시골에도 따라온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 먹어라, 등 등’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이런 부정적인 조언 뒤에 저자가 굳게 붙잡고 있는 인생관을 발견하게 되었고, 저자가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인생을 제대로 산다는 것은 ‘홀로 서기’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왜 사람들이 시골 생활을 꿈꾸는지 그 심리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지금까지의 삶이 부모, 가정, 학력, 직장, 경제적 번영의 시대에 기대어 그럭저럭 살아온 인생은 아닌지 묻는다. 자기 자신도 스스로 가꾸고 지키지 못한 사람은 시골에 와서도 자연을 지키고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언뜻 보기에 아름다운 외관을 지닌 시골에서도 치열한 삶의 현실이 존재하는 것이다.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술 담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소한 쾌락을 좇고 탐하는 자들은 절대 건강하고 보람찬 인생을 살 수 없다. 저자는 ‘자신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소신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생각하고 허황된 이미지에 속아서는 안 된다.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독립된 한 인간이 되라고 도전한다. 저자는 때로 과하다 싶을 정도의 충고를 한다. 인생후반을 시골에서 살려면 야생동물의 최후 같은 죽음을 각오하라느니(p. 43), 술에 기대 살면 인간도 동물도 아닌 기괴한 존재로 변한다느니(p. 57), 시골은 위험하니 침실을 요새화하고 ‘최소한의 무기’로 수제 창을 준비해 두라느니(p. 96), 그 창으로 도둑이 들어오면 망설이지 말고 치명타를 입혀야 한다고 충고한다.

 

저자는 초지일관 인간답게 사는 길에 대해 묻는다. 거울 앞에서 자신의 눈을 들여다보라. 광채를 잃은 것이 진정 세월 탓 만일까? “자립과 자율에 등을 돌리고 본능의 노예”(p. 171)가 되어 버린 사람의 눈은 아닌가? 나는 저자에게서 스토아 철학자들의 사상을 읽을 수 있었다. 건강을 해치는 쾌락을 좇는 삶의 방식을 버리고 진정한 삶의 쾌감과 생명의 충만감을 느끼며 살려는 결연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긍지, 자존심, 자유, 등과 같은 가치를 잠시의 쾌락과 안락함을 위해 싼값에 판다면, 그 사람은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불만족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자기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이 책, 시골생활에 대한 지침이 아니라 인생지침서라 할 수 있다. 작가의 명쾌한 인생관을 볼 수 있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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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힐링 시리즈 : 결혼의 목적 - 친밀한 크리스찬 커플을 위한 7가지 성경공부 교재 커플힐링 시리즈
댄 알렌더 & 트렘퍼 롱맨 3세 지음, 신겸사 옮김 / 은혜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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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결혼 시리즈(Intimate Marriage Series)’ 성경공부교재는 총 일곱 권으로 InterVarsity Press에서 나왔는데, ‘은혜출판사’에서 그 중 세 권을 번역했다. 이 책의 저자인 댄 알렌더와 트렘퍼 롱맨3세의 <담대한 사랑(Bold Love>을 읽고 많은 도전을 받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교재를 공부하였다.

 

제 1권, <결혼의 목적(The Goal of Marrage)>은 창세기 2장에 나오는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를 모델로 크리스천 부부들이 성경적 결혼 생활을 위해 소중히 여겨야 할 세 가지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그것은 ‘떠나기, 연합하기, 한 몸 되기’이다. 이 책은 올바른 부부관계를 이루기 위해 내딛는 첫걸음인 ‘떠나기’는 새로운 사랑의 최우선 순위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말한다(p. 27). 결혼 전에 남녀는 각각의 부모의 권위 아래 있지만, 결혼 후에는 분명 직접 하나님 권위 아래서 부부가 책임 있는 존재로 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마지막 과인 ‘사랑의 궁극적 대상’에서, 부부에게 있어서 부부 자신들보다 더 중요한 대상이 하나님이며,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만큼만 부부간도 친밀해질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옳다. 이는 경건한 믿음의 가정을 이루기 위해 매우 중요한 가르침이다.

 

제 2권, <연인에서 가족으로(Family Ties)>는 믿음의 가정을 이루려면 가정의 역사와 전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며, 가정의 과거의 죄악과 수치스러운 것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가르친다. 가정폭력, 성적학대, 알콜중독 등과 같은 가정의 문제 때문에 좌절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대해 소망하게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성경공부에서 ‘율법주의를 경계하라’는 내용이 나온다는 것이다. ‘율법주의’ 하면 교회에서의 신앙생활에 관련된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크리스천 가정에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가정의 좋은 전통을 세우기 위해 정해 놓은 규칙이 배우자나 자녀를 정죄하고 억압하고 얽매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으며, 반발심이 야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정의 근본 원칙은 ‘법’이나 ‘요구’가 아니라, ‘양보’와 ‘상호복종’이다(p. 49).

 

제 3권, <의사소통(Communication)>은 가족들의 언어생활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특히 잠언이나 전도서를 통해 말의 힘과 관계를 세우고 허무는 말에 관해 자세히 알려준다. 말의 내용 못지않게 말하는 시기도 중요하다(p. 26). 교만은 의사소통을 막는 가장 강력한 벽이다.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고 섬기려는 마음과 겸손한 마음이 있다면 책망의 말도 얼마든지 유익할 수 있다. 이 교재는 ‘잠잠할 때와 말할 때’, ‘듣기와 생각의 기술’과 같은 언어생활의 가장 근본적인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이 성경공부 시리즈는 가정의 달을 앞두고 교회나 크리스천 가정에서 공부하면 많은 유익을 줄 책이다. 표지도 마음에 들고, 가정을 성경적으로 만들어나갈 귀한 지침들이 적절하게 제시된다. 재미있으면서도 가볍지 않고 흥미로우면서도 진지하다. 이 시리즈의 나머지 교재도 빨리 만나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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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받아들여졌다 -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51편의 묵상 잠언
류해욱 지음, 남인근 사진 / 샘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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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받아들여졌다>라는 책제목부터 마음을 끌어당긴다. 신의 가없는 용납과 사랑을 말하고 있기 때문일 게다. 류해욱 신부님이 뽑은 잠언과 묵상의 글들과 걸맞은 남인근 작가의 사진들에 햇살처럼 가만히 머물러 있게 된다. 사진 한 장 한 장, 글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가슴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사랑이 그대를 향해 손짓하면, 그를 따라가라. / … / 사랑은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으며 / 아무것도 받지 않는다. / 사랑은 소유하지도 소유 당하지도 않는다. / 사랑은 사랑으로 만족한다.” _칼릴 지브란, <예언자> 중에서(pp. 11~13). 이 시를 읽으며 나의 공허한 영혼은 어느 덧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 찬다.

 

이 책은 샘물 같은 언어로 내 마음에 스며든다. 삶을 있는 그대로 누리라고. “생선 한 마리라도 뼈까지 맛보렴. / 그 편이 진짜 ‘맛’을 느낄 수 있으니까 / … / 가난한 나라의 넉넉한 사람들이 / 나에게 살며시 미소 짓는다.” _다카하시 아유무, <핵(核)>(p. 25).

 

이 책은 소낙비처럼 강렬하게 내 마음을 적신다. 자신의 현재의 삶을 사랑하라고. “… / 한 번도 사랑해 본 적 없는 것보다 / 사랑해 보고 잃는 것이 차라리 나으리.” _알프레드 테니슨, <사우보(思友譜)> 중에서(p. 36). 이 시(詩) 옆에 있는 사진에는 동백꽃 한 송이가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있다. 며칠 전 아내와 함께 동백꽃으로 유명한 선운사에 다녀왔다. 완연한 봄기운에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동백꽃을 보고 싶었다. 내 평생에 봄꽃을 이렇게도 보고 싶은 적은 없었다. 꽃처럼 떨어지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껴서일까, 삶을 사랑해서일까?

 

이 책과 함께 한 이번 여행으로 나는 은총에 매혹되었다. “그대는 은총에 매혹된다는 의미를 아십니까? / … / 오랜 강박 관념이 갑자기 강하게 엄습해 올 때 / 실망이 모든 기쁨과 용기를 거두어 갔다고 느낄 때 / 그 때 은총은 소리 없이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 … / ‘그대는 받아들여졌다.’ / … / 단지 그대가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십시오. / 그 때 우리는 은총을 체험합니다.” _폴 틸리히, <잠언록> 중에서(pp.143~145)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공허한 영혼은 어느새 사랑, 믿음, 소망, 기쁨, 행복감으로 가득 찼다. 이 책은 지치고 공허한 마음에 위로와 용기를 준다. “삶에서 지켜야 할 의무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 다만 행복해야 할 하나의 의무가 있을 뿐입니다. / 우리는 이 세상에 행복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왔습니다. / … ” _헤르만 헤세, <행복하다는 것> 중에서(pp. 200~201). 헤세의 시(詩) 위에는 활짝 핀 벚꽃 사진이 있다. 순식간에 찬란하게 피었다가 바람과 비에 눈물꽃 되어 떨어지는 그 가련함, 그러기에 더욱 아름답다.

 

이 책, 책상머리에 놓아두고 눈길 가는대로 집어 들어야 하는 책이다. 활짝 열린 창문 앞에서 읽으며 햇살처럼 마음을 머물게 해야 한다. 이 책, 이 봄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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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낸다는 것 - 칭화대 10년 연속 최고의 명강, 수신의 길
팡차오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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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대학(大學)에 나오는 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수없이 듣고 자랐다. 그리고 이 문장은 ‘먼저 자신을 잘 다스린 후에야 가정을 다스리고, 가정을 다스린 후에야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평안하게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배웠다. 그러나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 평생에 걸친 일이라면, 언제 가정이나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 이 문장은 ‘수신’이 가정과 나라와 세상을 태평하게 하는 일에 근본임을 말하고 있는 것일 게다. 이 책의 저자 팡차오후이는 ‘끝맺는 말’에서 우리는 수신을 잃은 세대라고 개탄한다. “수신을 알지 못한 우리는 바싹 말라버린 대지 위의 풀처럼 고통스럽게 발버둥 치다가 절망에 빠진 뒤에야 후회하곤 한다”(p. 322)는 것이다. 정말이지 ‘나를 지켜 낸다는 것’은 평생에 걸친 과업이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과업이다. 저자는 ‘수신’에서 ‘양(養)’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양’은 “날마다 조금씩 길러지는 것”이며 “한 생명이 수신을 통해 자양분을 얻는 것”(p. 7)이다.

 

저자가 아홉 번에 걸쳐 강의한 수신의 길은, 그 제목만을 기억해도 크게 유익하다. ‘수정(守靜)’은 고요히 앉아 마음을 들여다보는 힘이다. 아무리 바빠도 ‘정좌(靜坐)’하여 마음을 모으는 일이 수신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학의 ‘정좌(靜坐)’는 불교의 ‘좌선(坐禪)’이나 기독교의 ‘묵상(默想)’과 유사할 것이다. 그것들은 본질적으로 ‘고요한 마음, 집중, 몰입, 비움’을 강조한다. 정좌하여 마음을 살피고 하늘의 뜻을 찾는 것이 ‘존양(存養)’이다.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는 일이다. ‘자성(自省)’은 패러다임을 깨고 한계를 머무는 힘이고, ‘정성(定省)’은 고난의 압박에서 자신을 지키는 힘이며, ‘치심(治心)’은 양심을 지켜 자유를 누리는 힘이다. 이렇게 유학에서 ‘수신’은 근본적으로 마음을 지키는 일이라 할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무릇 지킬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나느니라”(잠4:23)는 기독교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수신을 위해서는 ‘신독(愼獨)’, 철저하게 자신과 마주해야 한다. 인간의 욕망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들여다보고, 자신의 영혼을 준엄하게 채찍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들을 통해 자기 자신을 비롯한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힘(主敬)을 기르며, 언행을 삼가는 힘(謹言)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군자에 이르는 길이며, 자신을 완성하는 힘(致誠)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고요히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의 마음속에도 네 가지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다. 재(財), 색(色), 명(名), 위(位)가 그것이다. 이런 욕망들을 적절히 다루고 초탈의 경지에 이르러 행복한 인생을 살기를 원한다. 시인 윤동주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럼이 없는 삶’을 살고 싶다. 이 책의 저자가 인용한 <소창유기>의 한 구절(p. 130)이 마음에 깊게 하나의 이미지로 남는다.

 

영욕에 놀라지 않고

한가로이 저 뜰 앞에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본다.

가고 머무름에 마음을 두지 않고

무심히 하늘을 떠도는 구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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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 인간과 자연에 대한 아포리즘
에릭 호퍼 지음, 정지호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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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를 읽으면서, 평생 떠돌이 노동자로 살면서 인간과 삶의 진실을 찾아 깊이 사유(思惟)한 결과물인 그의 철학적 아포리즘을 만나고 싶었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아포리즘인 <인간의 조건>은 나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학자연하지 않고 인간의 본성과 인간 사회에 대해 이렇게 깊은 통찰력을 드러낼 수 있다니 놀랍다.

 

“인간의 창조성의 원천은 그 불완전함에 있다. 인간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 위해 창조력을 발휘한다. 특화된 기관이 없기 때문에 호모 파베르가 되었고, 타고난 기술이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호모 루덴스가 되었다. 동물의 의사소통 수단인 텔레파시 능력이 없어 말을 하게 되었고, 본능의 무력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색가가 되었다.”(p. 15).

인간의 위대함은 역설적이게도 그 ‘치유할 수 없는 불완전함(incurable unfinishedness)’에 있다는 호퍼의 냉철한 판단은 옳다. 인간은 불완전할 뿐 아니라 그 내면에 비열함과 가증스러움도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간은 그 악함과 비열함을 자비와 사랑으로 승화시킬 줄 알았다. 그렇다. 인간이 인간다워진 것은 한순간 뛰어오르는 도약이 아니라, 생존을 향한 모색인 “영혼의 연금술”(p. 38)에 있었다. 인간화에 대한 에릭 호퍼의 통찰력 넘치는 아포리즘을 ‘용과 악마 사이에서’라는 타이틀로 묶은 것은 매우 적절하고 현명하다.

 

“인간 사이에는 얼마나 많고 깊은 분열이 존재하는가! 인종, 민족, 계급, 종교 사이에만 분열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여, 노인과 젊은이, 병자와 건강한 자도 서로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서로 이해해야만 같이 살아갈 수 있다면 사회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p. 198).

에릭 호퍼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는 사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이어진다. 그는 인간에게 병자, 장애인, 노인을 돌보는 동정심이 없다면 문화나 문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 아니라, 부적자(不適者)까지 함께 끌어안을 때, 인간 사회는 비록 수많은 분열이 존재하고 계층 간에 서로 이해하지 못해도, 사회의 인간화는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인 우리는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자신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댈 때, 인간은 가장 하찮아진다. “하찮은 인간일수록 자신을 대단하게 여긴다”(p. 176). 이 아포리즘은 지나치게 의역했다.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의 하찮음은 우리가 스스로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과 비례한다(Our triviality is proportionate to the seriousness with which we take ourselves.). 즉, 인간이 스스로를 위대하다고 생각할수록 하찮은 존재가 될 것이란 의미다.

 

“교육의 주요 역할은 학습 의욕과 학습 능력을 심어주는 것이다. 교육은 배운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을 양성해야 한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는 배우는 사회이며, 그곳에서는 조부모도 부모도 모두 학생이다.”(p. 57).

이 아포리즘은 <에릭 호퍼, 길위의 철학자>를 읽으면서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 놓은 것 중 하나다. 호퍼는 정규 교육을 많이 받지 못했지만, 엄청난 독서량과 깊은 사색으로 평생 배우는 자로 살았다는 점에서 인간다운 인간이며 진실한 철학자였다. 호퍼를 따라 나도 평생 배우는 자로 그리고 깊게 사색하는 삶의 철학자로 살고 싶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다. 그의 또 다른 저서 <영혼의 연금술>, <맹신자들>,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 <시작과 변화를 바라보며>, 등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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