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들
오드 고에민 지음, 안 로르 바루시코 그림, 손윤지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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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들>은 프랑스 고등학교 역사 선생인 오드 고에민과 그림 작가 로르 바루시코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들을 재치 있게 설명한 백과사전과 같은 그림책입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서론은 그리스 음류 시인들에 의한 신화의 형성과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에 의한 신과 영웅들의 탄생을 설명합니다. 이때는 신화가 종교의 역할을 했을 때입니다. 이후 세 명의 위대한 그리스 비극 작가인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에 의해 신화 속 인물의 서사가 발전되었고, 이러한 그리스 신화들은 베르길리우스와 오비디우스 등에 의해 로마 신화로 계승되었습니다. 이로써 신화가 종교를 넘어 역사와 보편적인 교육의 자료가 된 것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탄생과 발전과 전승을 정리하고 연표로 제시한 것과 혼란스러운 신들의 계보신화 속의 영웅들의 계보도를 제시한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주 깔끔하고 탁월한 정리입니다.

본론에서는 올림포스산의 열두 신과 티탄족, 신화 속 연인들과 영웅과 괴물들, 그리고 신화 속 비운의 인물들을 하나씩 소개합니다. 먼저는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이 소개되고 각 신과 인물들이 친근감 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 을 찾으라라는 제목으로 묶여있는 박스 안에는 오늘날의 문학작품이나 문화 속에 신화 속 신들이나 인물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설명하고 있는데, 정말이지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제우스를 닮은 마크롱, 과학과 디즈니 속의 포세이돈, 바티칸의 아폴론과 달 탐사선 아폴론, 시리얼과 곡물의 여신 케레스(데메테르), 지리학 속 아틀라스, 에우로페와 유로화, 페르세우스와 인터넷 데이터베이스, 메두사와 베르사체 로고, 미다스와 자동차 수리업체, 등등. 오늘날 문화와 문명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책, 심심풀이 땅콩처럼 읽다가 많은 인문학적 지식을 얻게 됩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가 신들의 계보가 헷갈리거나 인물들이 혼동될 때 이 책을 참고하면 좋을 듯합니다. 내 책장에 꽂아두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을 때 가끔 들추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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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약간의 너그러움 - 오래되고 켜켜이 쌓인 마음 쓰레기 치우는 법
손정연 지음 / 타인의사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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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이런 질문들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나에게 너그러운가? 나에게는 너그러우면서 남에게는 인색하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해답도 얻었습니다. ‘나에게 너그럽다는 것은 결코 자기중심적이 되라는 충고가 아닙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아차리라는 것이죠.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지 알아차려야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1장은 내 몸과 마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아차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줍니다. 우리 몸은 신호를 보냅니다. 이 신호는 나의 감정과 생각과 욕구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데, 종종 우리는 그 신호를 애써 무시합니다. 그러지 말고 잠시 고요에 머물며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충고합니다. 감정은 억누르면 숨는 것일 뿐 사라지지 않으니, 부정적 감정까지도 알아차려야 합니다. 힘들고 화가 날 때 그 감정을 통해 나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차려야 합니다. 내 삶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환경들을 낯선 것처럼바라보는 것도 알아차림을 위한 좋은 시도일 것입니다.

2장은 너그러움을 방해하는 6가지 접촉경계혼란을 설명합니다. ‘내사, 투사, 융합, 반전, 자의식, 편향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 6가지 요소를 조금씩은 다 가지고 있겠지만, 나에게는 내사’, ‘자의식의 요소가 가장 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볼까 지나치게 염려하며 소심하게 산 것은 아닌지 돌아보았습니다.

3장은 나에게 가장 실제적인 도움을 주었습니다. 저자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 위해 산책을 추천합니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것에 집중하며, 마음에 떠오르는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이는 일종의 마음 챙김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감정은 삶의 나침반과 같은 것이니, 어떤 감정도 좋고 나쁨으로 구분하지 말고 알아차려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그렇게 날것의 감정에 접촉하고 그 감정이 하는 에 집중할 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서로 간의 간격을 유지하고 서로의 경계(boundary)를 지켜주어야 합니다. 또 내 안에 두 마음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현재의 갈등을 회피하거나 도망치지 않으며, 자기 자신을 지지(surpport)하고 수용해야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마치 아름다운 곳을 여행한 것 같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이 오래 가슴에 남습니다.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지는 이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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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과학 - 맛이라는 세계의 경이로움을 파헤치다!
밥 홈즈 지음, 원광우 옮김, 정재훈 감수 / 처음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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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 애호가로서 커피에 대해서 꽤 많은 것을 경험해 보았습니다. 커피 한 잔에도 다양한 맛과 향이 있습니다. 쓴맛, 단맛, 신맛, 짠맛, 감칠맛뿐 아니라, 원두를 분쇄할 때 코끝에 와 닿는 향, 물을 부을 때 맡아지는 향, 입 안에 퍼지는 향, 그 후의 여운, 등을 느끼며 커피를 내리고 마십니다. 그리고 커피의 바디감과 모든 과정에서 느끼는 밸런스까지 커피의 향미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커피 외에 음식에 대해서는 이렇게 세부적으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보통은 그냥 맛있다, 맛없다, 쓰다, 맵다, 달다, 밍밍하다, 자극적이다, 등으로 말합니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에 따라 앞에다 너무라는 수식어만 붙여 두리뭉실하게 표현하곤 합니다. 커피의 맛과 향에 대해서는 많은 말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음식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딱 하나 관심의 차이가 아닐까요? <맛의 과학>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었습니다.

<맛의 과학>맛의 세계에 관한 흥미로운 설명이 가득합니다. 향미는 맛과 냄새 그 이상의 것을 포함하고 있는데, 미각, 후각, 촉각, 청각, 시각이라는 오감이 나름의 역할을 감당합니다. 또 음식을 어떤 무게와 색깔의 그릇에 내놓느냐에 따라 향미에 영향을 미칩니다. 심지어 배경음악이나 테이블 등 음식을 먹는 환경에 따라서도 맛은 달라질 것입니다. 더 나아가 유전적 기질, 살아오면서 겪었던 음식 경험, 삶의 문화권에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맛의 세계에 살아갑니다. 이 책 Part1에서 Part3까지는 미각, 후각, 식감에 대해 과학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Part4에는 우리 머리의 전두피질(OFC)에서 맛, 냄새, 질감, 장면, 소리 모두를 뜨개질해 맛 지각이라는 공통의 천을 만들어낸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 줍니다. Part5에서는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적 재료 MSG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Part7Part8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요리사가 요리에 맛을 더하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향기 분자를 추출하고 농축하는 것, 둘째, 요리 그 자체에 열을 가하는 것, 그리고 셋째, 발효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요리할 때, 재료에 따라 세 가지 방법 중 무엇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먹기 위해 사는 것일까요? 살기 위해 먹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둘 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맛에 대해 배울 때 우리의 삶은 더 풍부해질 것입니다. 이 책은 누구나 맛을 평가하는 능력이 나아질 수 있으니 좀 더 맛 경험에 집중해 보라고 우리를 맛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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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사로 본 중국왕조사 - 한 권으로 읽는 오천년 중국왕조사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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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사마천의 <사기>, 노자의 <도덕경>, <논어>, <장자> 등을 읽어 나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역사와 사상사에 깊은 관심이 생겼습니다. 중국 역사를 모르면 사상가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역사에 관한 책을 몇 권 들춰보았는데, 너무 방대(尨大)하고 복잡해서 쉽게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사상사로 본 중국 왕조사>라는 책을 보는 순간,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책 한 권이면 유구(悠久)한 중국의 사상사와 왕조사를 제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복잡한 중국의 왕조사와 난해한 중국의 사상사를 이렇게 명쾌하게 정리하고 설명하다니, 저자의 내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라 우임금에게서 비롯된 홍범구주(洪範九疇)가 중국 사상의 기본코드가 되고, 상나라의 세계관인 육십갑자(六十甲子)가 중국의 세계관이 된 것에 관해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보통은 춘추전국시대라고 묶어서 말하는데, 이 책에서는 춘추 시대와 전국 시대의 차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춘추 시대와 전국 시대를 나누니, 사상가들의 연대가 확실히 들어옵니다. 춘추 시대에 노자와 공자의 사상이 뿌리를 내리고, 전국 시대에 묵자의 성악설, 맹자의 성선설, 그리고 고자의 성무설이 개진된 것들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법가 원리로 중국을 통일한 첫 제국 진나라의 황제가 분서갱유(焚書坑儒)를 단행한 이유도 알 것 같습니다. 그 후 한나라가 유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공자의 사상은 왕조의 교체가 있어도 중국의 사상적 기반의 지위를 잃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진나라 때 유불도를 종합하는 시도, 남북조 시대의 불교의 특징, 수나라 시대에 만개한 중국식 불교, 원나라의 라마교와 명리학, 명나라 때 국민교육헌장이 된 주자학 등등. 이제 제법 중국의 왕조와 사상을 잘 매치시킬 수 있습니다. 모두 이 책 덕분이죠.

한 주간 만에 480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을 다 읽었습니다. 읽고 나서 목차를 보니, 중국 사상사와 왕조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사마천의 <사기><도덕경> , 중국 사상가의 책들이 꽂혀있는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아 놓았습니다. 그들의 글을 읽을 때 자주 들추어 확인할 내용이 많을 것 같습니다. 동양 사상에 관심이 많은 분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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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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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중세의 가을>로 유명한 요한 하위징아의 <에라스뮈스>를 읽고, 에라스무스가 토머스 모어의 환대를 받으며 그의 집에서 <우신 예찬>을 집필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중세교회의 개혁을 열망하는 자들이 많았습니다. 개혁의 방향과 방법은 다 달랐습니다. 루터는 복음의 열정에 바탕을 두고 가톨릭교회와 투쟁하는 길을 걸었지만, 에라스무스는 학문을 통한 점진적인 개혁을 원했습니다. 결국 에라스무스는 종교개혁파와 결별하고 가톨릭교회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에라스무스는 싸움을 싫어하는 성격이었고 자기중심적이고 은둔적인 심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라스무스는 1516<그리스어 신약성경 교정본>을 발간합니다. 이는 탁월한 인문주의자로서 근원으로 돌아가자”(Ad fontes)라는 르네상스의 표어를 따라 행동한 것입니다. 그의 대표작 <우신예찬>은 인간의 삶에서 어리석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신랄하게 풍자하고 더 나아가 어리석음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해학과 풍자와 역설로 엮어냅니다. 그는 스콜라 신학자들이 기독교의 믿음과는 상관없는 주제들을 쓸데없이 논쟁하는 것을 비판합니다. 또한 성직자들이 돈의 탐욕과 미신에 빠진 것을 풍자적으로 질타합니다. 부와 재물은 우신’(모리아, 어리석음의 신, 어리석음의 신격화)의 아버지라고 풍자합니다. 사람들은 이 부와 재물의 고갯짓 한 번에 다 넘어가 세상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에라스무스가 보기에 성직자와 교회가 부패한 것은 교리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신앙적인 양심과 경건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교황’(pp. 201~205)에 대한 그의 해학과 풍자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자처하는 교황들이 가난과 자기 목숨을 아랑곳하지 않았던 그리스도의 삶을 닮고자 애썼다면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괴롭고 힘든 자리에 있음을 알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온갖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교황들은 교회가 그리스도의 피로 세워졌고 그 피로 성장했으니 지금도 교회는 칼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에라스무스는 해학적으로 말합니다. 그래서 교황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전쟁만은 반드시 하고, 교황 주변의 아첨꾼들은 전쟁에 관한 교황의 광기를 그리스도를 향한 뜨거운 사랑이자 경건이며 용기라고 부르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최고의 계명을 어기지 않고도 칼을 뽑아 형제의 복부에 꽂을 방법을 찾는다고, 에라스무스는 비꼽니다. <우신예찬>, 오래된 책이라 읽기에 벅차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그의 글이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에 영감을 주었다는 찬사가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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