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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다 - 이쯤에서 내 청춘도
김대연 지음 / 황금시간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캘리그라피 작가 허수연의 <시를 쓰다>를 통해 캘리그라피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번에는 캘리와 그림과 글이 함께하는 김대연의 ‘캘리에세이’다. 우선 톡톡 튀는 문장이 재미있다. 그의 말놀이(word play)는 특유의 위트로 가득 차 있어 저절로 미소 짓게 한다. 작가는 재촉하는 사회 속에서 지친 청춘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자신도 30대의 청년으로 동일한 경험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때가 되면”을 가지고 이렇게 말놀이를 한다. “지금 흘리는 땀이 때가 될 때까지 … 때를 기다리지만 말고 드럽게 열심히 하라는 말”(pp. 70~71). 재촉하는 사회의 무언의 압력을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 저자는 말한다. “빠른 걸음은 쉽게 지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조금 더 천천히 걸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느릿한 걸음으로 길을 걷다가 돌 틈에 핀 꽃을 보고 생각했다. 꽃 핀다. 이쯤에서 내 청춘도 피었으면 좋겠다.”(p. 7).
이 책을 읽으며 이제 곧 대학을 졸업하는 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에서는 이제 자리를 잡고 결혼도 하라고 무언의 압력을 준다. 대학원도 준비하고 동시에 돈벌이도 찾고 있는 아들은 얼마나 힘들까? 작가는 ‘왜국어’라 쓰고, “왜 잘해야 되는지 모르겠는 다른 나라 국어”(p. 14)라고 풀었다. 작가 자신이 대학원에 진학하려 문의했더니 영어 점수는 기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그러게 말이다. 이 땅에서는 왜 모든 청년들이 영어를 잘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도 평생 영어를 배웠지만 잘하지도 못하고, 또 그다지 써 먹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내 아들에게도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점백승 : 백점 맞는 사람이 백 번 다 이긴다더라. 젠장 - 적을 알고 나를 아는데, 백점은 맞을 수가 없네.”(pp. 18~19).
‘Chapter3. 청춘의 인간관계’에서는 인생과 인관관계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글들, 지혜가 번뜩이는 글들을 보여준다. “소통, 고통 : 소통, 조금만 삐뚤어지면 고통 - 그렇다고 같이 삐뚤어지면 유유상종”(pp. 130~131). “밑인 놈 : 미친놈이라고 욕해서 뭐하겠노. 그냥 밑인 놈이라 생각하고 말지 뭐 - 열받고, 화나고, 욕하고 … 결국엔 또 내 손해”(pp. 132~133). 윗층에서 내려가려는 어머니가 1층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부른다고 대끔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셨다는 이야기, 언제나 잘한다고 아부해 주시던 ‘아부지’ 이야기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Chapter5. 청춘의 주머니 사정’을 읽으면 마음이 짠해진다. “벌이 : 돈벌이 하는 사람이 마냥 부러운 밥벌이 하는 사람”(p. 252), “걱정 인형: 장가는 갈 수 있을까, 걱정인 형”(p. 256).이 땅의 청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내 아들에게도! 자식들에게 언제나 잘한다고 잘했다고 아부해 주는 ‘아부지’로 살겠다고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