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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달인이 되려면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 - 우리가 몰랐던 명문장의 진실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것이 아니라 ‘문장쓰기’에 관한 것이다. 저자 박찬영의 주장에 따르면 좋은 글은 균형 잡혀있고 자연스럽다. “가장 자연스러운 글은 입에 붙어 물 흐르듯 흘러가는 글이다. 입에 걸리는 문장이 있다면 그 문장은 비문일 가능성이 크다”(p. 12).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많은 글을 읽고 써야 하는 현대인의 삶에서 간결하면서도 맛깔스러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능력임이 분명하다.
이 책 Part1은 문장의 달인이 되는 27가지 법칙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독자가 그 법칙을 이해하고 새길 수 있도록, 이미 출판된 많은 책에서 찾아낸 비문들을 예로 제시하고 그것을 교정한 글도 실었다. 그리고 그렇게 교정한 이유까지 친절하게 해설해 놓았다. Part2는 유명 작가들의 글에서 발견하는 오류들을 예시하고 교정한다. 27가지 법칙을 모든 문장에 적용해 보는 연습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한 27가지 법칙과 비문 교정에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한두 가지 이견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이중 주어를 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철수가 마음이 넓다’라는 문장은 ‘철수의 마음이 넓다’로 고친다(p. 29). 정말로 앞문장보다 뒷문장이 더 자연스러운가? 뒷문장은 오히려 영어식 표현이 아닌가? 그는 가장 자연스러운 글은 입에 붙어 물 흐르듯 흘러가는 글이라고 했다. 우리는 ‘철수는 마음이 넓다’라고 말하지, ‘철수의 마음이 넓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저자도 국문법에서 이중 주어를 다루고 있음을 알지만 그런 문법은 없어져야 할 항목이라고 생각한다(p. 39). 박찬영은 지나치게 문장의 논리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말이나 글은 자연스러운 소통의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또한 쉽게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과감히 생략되어야 간결하고 맛깔스럽게 된다. 뜻을 명확하게 한다고 풀어쓰면 오히려 맥 빠진 글이나 말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글쓰기 특강을 했다”를 “서울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글쓰기 특강을 했다”로 고쳤다(p. 126). 굳이 “한”을 넣어야 될까? 나는 오히려 이것이 군더더기이며 관사 사용에 엄격한 영어식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도무지 불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은 소리였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중에서)를 “… 않은 것 같은 말이었다”로 고쳤다(p. 42). 아버지의 말씀을 ‘소리’라고 낮추어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 왜 “말”이라고 고쳤는가? ‘말씀’이라고 고쳐야지! 아버지의 말씀이라도 타당하지 않은 것이기에 ‘소리’라고 표현한 것은 정당하다. 저자의 언어순화는 오히려 문장의 힘을 파괴할 수 있다. 박찬영은 “하수들이 칼을 잘못 휘둘러 자기 팔을 자르는 짓거리야 어쩔 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글쓰기의 공중부양」 중에서)를 “… 자기 팔을 자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하더라도…”로 고쳤다. 이래서야 어디 글맛이 살아나는가? 하수들이 어설퍼서 자기 팔을 자른 것은 ‘짓거리’라고 표현해야 실감난다. 그는 이런 표현들을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때로는 천박한 표현이 적절할 때도 있지 않은가?
어쨌든 이 책은 올바른 문장을 쓰기 위해 한번쯤은 고민해야 할 많은 것들을 알려주는 고마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주장에 백 퍼센트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올바르고 좋은 문장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 저자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문장비평에 관한 탁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