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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은 고전 읽기 - "고전 읽어 주는 남자" 명로진의
명로진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명로진 권진영의 <고전읽기>를 EBS와 팟빵에서 재미있게 들은 적이 있다. 책으로 만나보면 더 확실히 고전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이 책을 펼쳤다. 일반인들이 고전(古典)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는 ‘고전의 불친절함’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고전을 제대로 즐기려면 먼저 고전의 배경이 되는 책들을 읽어야 한다. 예를 들어, <논어>를 제대로 읽어내려면 춘추전국시대의 역사를 알려주는 풍몽룡의 <열국지(列國志)>를 읽고 사마천의 <사기열전(史記列傳)>를 읽어야 한다. <일리아스>를 이해하려면 그리스 신들의 계보를 밝히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먼저 읽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고전은 ‘불친절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명로진은 불친절함을 뛰어 넘고자 하는 행위 속에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발견했다(p. 18).
이 책은 동서양 고전 12권을 소개한다. 정확히 말해 각 책을 소개한다기보다 원전 혹은 원전의 완역본을 직접 읽어 보도록 독자의 등을 떠민다. <논어(論語)> 신진편에 나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하면서(pp. 42~43) 공자의 진면목을 보려면 <논어>를 직접 읽어야 한다고 채근한다. 맹자가 얼마나 인본주의적 생각을 가졌는지, 저자는 맹자와의 가상 인터뷰를 통해 멋지게 보여준다(p. 57).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강대국의 지배받으며 편하니 사느니 저항하며 자유롭게 사는 것이 바람직함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플라톤의 <향연>이 철학서라기보다 탄탄한 ‘희극’임을 밝히며,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 사이의 동성애적 모습을 부각시킨다. 주나라 때부터 춘추시대 초기까지 3,000여편 의 시를 공자가 305편으로 간추린 것이 <시경(詩經)>인데, 명로진은 여기에서 인간의 성과 애절한 사랑 노래를 부각시킨다. <장자(莊子)>에서 장자의 자유가 패러다임 쉬프트(인식의 대전환)을 의미함을 밝힌다. <일리아스>가 아킬레우스의 분노에서 시작해서 용서로 끝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일리아스>의 마지막 부분 ‘헥토르의 장례식’ 장면을 한편의 드라마처럼 소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 명로진이 참 멋지게 느껴졌다. 배우이기도 한 그가 인문고전을 읽으면서 드라마속의 주인공을 만나듯 공자, 장자, 소크라테스, 호메로스와 만난 경험을 실감나게 표현한다. 고전 텍스트를 직접 들여다보고 해석해내는 과정 자체가 기쁨임을 알려준다. 이 책에 소개된 고전의 완역본들을 인터넷 서점을 뒤져 저장해 둔다. 하나씩 섭렵하며 고전의 주인공들을 만나 대화하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