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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 - 처음 만나는 에티카의 감정 수업
심강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평점 :
스피노자하면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가 떠오른다. 아니, 스피노자하면 그것밖에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런 내가 이 책을 만났다. 스피노자의 <에티카>는 감히 읽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나에게 심강현의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은 상냥한 여인처럼 다가와 조곤조곤 스피노자의 삶과 철학을 들려주었다. 이 책의 저자 심강현은 의사로서 신체와 정신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활발히 연구하는 자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욕망, 껍질 속의 진정한 당신’이란 제목으로 우리에게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 속의 욕망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영혼과 육체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인간은 욕망을 따라 움직이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선택한 것은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유일한 선택이다. 따라서 과거에 행동한 것에 대해 후회할 필요가 없다. 그 때 자신의 역량으로는 그렇게 선택한 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파격적이다. 학창시절 스피노자를 범신론자로 외운 기억이 나는데, 유물론자라 해야 옳을 것이다. 심강현은 ‘욕망’은 ‘하고 싶음’이고 역량(potentia)은 ‘할 수 있음’이라고 쉽게 설명한다(p. 29). 인간의 영혼은 욕망, 이성, 감정으로 이루어졌다. 식물에 비유한다면, 욕망은 끝없는 생명력을 지닌 뿌리이고, 이성은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이고, 감정은 뿌리와 꽃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줄기와 잎, 가시와 같은 것이다. 어쨌든 인간은 살고자 하는 욕망(코나투스, conatus)을 따라 행동한다. 2부 ‘감정, 욕망의 충족을 지시하는 영혼의 눈금’에 따르면, ‘감정’은 우리의 욕망 충족의 온도계와 같은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욕망이 충족되면 기쁨의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심강현은 스피노자의 주장을 도식으로 표현했다. “결합관계 = 코나투스 증가 = 기쁨 = 선” “해체관계 = 코나투스 감소 = 슬픔= 악”(p.109). 3부 ‘자유, 전염된 타인의 욕망으로부터 자신의 욕망으로’에서 스피노자는 이성으로 삶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면 공감하게 되고 공감하면 관용하게 된다고 말한다. 타인에 의해 강제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에 의해 가지게 된 자신만의 더 좋은 욕망을 통해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피노자의 철학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부분은 이것이 스피노자의 <에티카> 나오는 내용인지 심강현의 설명인지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에티카>를 직접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바는, 이성으로 세계와 자신의 삶을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요임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타인을 알아가는 사랑의 과정이다. 물론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치열하게 세계와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모든 것을 얼마나 사랑하게 만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