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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수다와 속삭임 - 보다, 느끼다, 채우다
고유라 지음 / 아이템하우스 / 2021년 4월
평점 :
명화를 보고 있노라면, 나의 내면 상태를 볼 수 있습니다. 명화는 나의 지친 마음을 토닥여 평온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때론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더 깊이 사색하게 만듭니다. 저자의 말처럼 “그림을 본다는 것은 마음의 여백을 채우는 것”(p. 6)입니다. ‘코로나 블루’를 살짝 느끼고 있어 이 책을 들고 3박 4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인적이 드문 산천을 다니며 짬짬이 이 책의 그림들을 들여다보며 ‘힐링’을 경험합니다. 정직히 말한다면 그림보다 산천이 나의 마음을 더 많이 다독여주었지만, 그림도 나름의 위안이 되었습니다. 유독 풍경화들이 마음에 더 남는 것은 여행 중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헤르만 헤세의 <무차노의 전망>을 보여주며, 이 책의 저자 고유라는 “행복은 소요하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작은 평화의 순간이 아닐까”(P. 34)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여행이 이런 행복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숲속 깊은 곳에 숙소를 정하고 그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카미유 피사로의 <은자의 집>, 구스타프 클림트의 <너도밤나무 숲>(p. 60), <해바라기가 있는 농원>(p. 94), <나무 아래의 장미>(p. 101), 클로드 모네의 <꽃이 만발한 정원>(p. 137), <아이리스가 있는 모네의 정원>(pp. 138~139), <바람 부는 날, 포플러>(p. 163), 빈센트 반 고흐의 <꽃이 핀 과수원>(pp. 192~193), <도비니의 정원>(pp. 202~205), <양귀비꽃>(pp. 216~219), <붓꽃>(pp. 224~227),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밀밭>(pp. 328~329)을 여러 번 들여다보았습니다. 아이삭 레비탄의 <첫 번째 초록, 오월, 탐구>(p, 145)와 <봄, 홍수>(p. 147)에서도 눈길을 떼기가 싶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지 않습니다. 대신 그림을 보면서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차분히 묘사합니다. 예를 들어, 카미유 피사로의 <은자의 집>을 보여주며 저자는 “피사로가 동경하던 숲속의 외딴집은 세상의 모든 욕망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인의 집이 아닐까”(p. 38)라고 적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도비니의 정원>에 대해서는 “아마도 고흐는 그림 속 나무들처럼 싱그럽고 아름답게 꽃피우는 삶을 꿈꾸었을지도 모른다”(p. 204)라고 말합니다. 그림을 통해 힐링을 경험하려면 작품의 미술사적 가치를 배울 것이 아니라, 그림이 자신의 마음에 말을 걸어올 때 그림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명화를 제대로 보고 느끼고 마음에 채우게 합니다. 힐링을 경험한 독서였습니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공허를 느끼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부담 갖지 말고 책을 넘기다가 눈길이 머무는 작품과 대화해 보세요. 분명 그림은 많은 이야기를 전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