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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시작하는 여유로운 아침 - 아침 3분, 데카르트와 함께 하루를 열다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부터 도전적입니다. <철학으로 시작하는 여유로운 아침>! 하루의 시작을 철학으로 연다는 것, 오히려 부담되지 않을까요? 철학은 고도의 사유과정(思惟過程)이어서, 사람들은 대개 철학이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더욱이 이 책의 부제목은 “아침 3분, 데카르트와 함께 하루를 열다”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의 철학자, 데카르트의 책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여유로운 아침이 아니라 복잡한 아침이 되지 않을까요? 게다가 데카르트의 저 유명한 <방법서설>뿐 아니라 그의 주요 저서 <성찰>, <철학 원리>, <정념론>을 다 소개한답니다. 그런데, 이런 이유로 저는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접근하기 쉽지 않은 데카르트의 책들을 모두 소개받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철학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입니다.
이 책,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어렵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쉽고 철학의 유용성을 느끼게 해줍니다. 데카르트의 철학을 매우 구체적이고 적절하게 실생활에 적용한 저자의 능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저자 오가와 히토시는 무역회사 사원, 공무원을 지낸 대중 철학자이기에 이런 멋진 책을 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작은 책이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습니다. 4부로 나뉘어 각부마다 데카르트의 주요 저서 네 권의 내용 중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내용을 소개하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각부 마지막에는 책과 관련한 데카르트의 에피소드와 각 책에 대한 소개가 있습니다. 아침 3분, 각 장의 제목과 데카르트의 책에서 발췌한 부분만 읽어도 생각을 단단히 하고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와 전혀 반대가 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이 우리와 의견이 반대이기 때문에 야만스럽고 미개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우리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이성을 움직이고 있다”(p. 25)를 읽으며, 동의의 표시로 머리가 끄덕여졌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혐오와 배제가 팽배합니다. 나와 의견이 다르면 상대방을 무식하거나 파렴치하다고 몰아붙이곤 합니다. 나와 생각과 의견이 다른 이들도 나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이성(理性)을 사용하고 있음을 명심한다면, 서로를 조금은 더 존중할 수 있지 않을까요?
데카르트는 <철학 원리>에서 이 책을 읽는 방법까지도 안내해 주었습니다. “첫 번째는 전체를 훑어보고, 두 번째는 난해한 부분에 밑줄을 긋고, 세 번째는 모든 내용을 이해하라는 것”(p. 164)입니다. 데카르트는 자기 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은 한 번의 독서로 끝나지 않습니다. 데카르트 하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만 생각나세요? <방법 서설>외에는 데카르트의 다른 책을 전혀 모르세요? 이 책을 읽어보세요. 데카르트 소개서로 훌륭합니다. 또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이 책의 저자 오가와 히토시(小川仁志)가 의도한 대로 아침의 커피 한 잔 한 것처럼 정신을 깨우고 안정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 저에게도 정신적 즐거움을 주는 독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