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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休.止 - 세상과 싸울 필요 없습니다
마가렛 휘틀리 지음, 강소연 옮김, 황성원 그림 / 부엔리브로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원제목은 <Perseverance, 인내>다. 그래서 저자는 제 1장 첫 번째 글에서 “삶은 인내의 여정”(p. 13)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남은 인생을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할까요? 남은 삶을 잘 인내해 내는 비결은 무엇일까요?"(p. 14) 이 책이 던지는 화두다. 이 책은 이 화두를 붙잡고 씨름할 수 있도록, 영적 스승, 수도자, 학자, 시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글을 한두 편 수록하고 그 옆에 저자 자신의 글을 싣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책이 참 예쁘다. 여백이 있는 깔끔한 일러스트 덕에 책이 여유로워 보이고, 책을 들추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듯하다.
저자의 고백처럼, 세상은 강물이 흐르듯 흘러간다. 그 안에서 모든 것은 함께 흘러간다.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다. “미래 역시 현재만큼 불확실할 뿐이다”(월트 휘트먼, p. 24). 그래서 사람들은 삶의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해하고 염려하며 무엇인가 확실한 것을 확보하려고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현명한 삶의 태도일까? 저자는 분명한 어조로 충고한다. “불확실을 벗 삼아 사는 것, 의외로 아주 건강한 삶을 살게 될 겁니다”(p. 26). 그렇다. 불확실 속에서도 진리는 있고, 우리는 그 진리를 따라 살려고 하면 된다.
우리는 욕망을 따라 살면 안 된다. 왜냐하면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의 좌절로 생기는 분노는 우리를 집어 삼키고 불태우기 때문이다. 사실 세상은 내 마음에 반응한 것일 뿐이다. 분명, 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게다. 때로 격렬한 감정이 생기더라도, 모든 감정은 그냥 지나가는 것뿐임을 명심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조금은 더 담담한 여유로움을 가질 수는 없을까? 현재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면 된다. 그러면 여전히 절망 속에서도 살아남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타인과 만나며 살아간다. 그 타인도 고통과 절망을 겪으며 살아간다. 그러니 찬사도 비난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남을 탓하지 말고, 남을 향한 공격성을 죽여야 한다. 저자는 8세기경 수도승 샨티디바의 말을 인용한다. “화가 치밀면 나무토막과 같이 앉아 있으라”(p 118). 질투 또한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막는 장애물이다. 때로는 실패해도 ‘체념’하지는 말고, ‘용인’은 할 줄 알아야겠지. 저자는 “체념은 흠씬 두들겨 맞은 상태”이고 “용인은 체념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그만두기”라고 정의한다(p. 157). 실패조차 포용하면 더욱 다채로운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의연한 마음으로 인생살기, 초연(超然), ‘Que Sera Sera(Whatever will be, will be - ‘일어나게 되어 있는 일은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 너무 조급하거나 안달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이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이 책의 일관된 가르침은 우리는 자신만의 자유롭고 진실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을 지독히도 열심히 살았으며, 때론 기뻤고, 때론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살라 하면 또 이렇게 살 것입니다”(p. 234). 토마스 머튼의 글들이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성공에 등 돌리기 - 결과에 기대지 말라. 지금껏 한 모든 일은 가치가 없고 사실 어떤 결실도 없다는 사실에 직면할 것이다. … 이러한 사실에 익숙해지면 결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일 자체의 진실에 집중할 것이다. … 결국 삶에서의 인간관계가 모든 답이 될 것이다”(p. 217). "오직 자신만의 진실한 삶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삶이 위태로운 줄타기처럼 보여도, 언제나 현재를 살고자 한다면, 당신 또한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p. 10). 삶에 대해 조용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삶에 좌절하거나 분노하거나 또는 삶이 허망하게 느껴질 때, 이 책을 다시 집어 읽을 필요가 있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