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 마음이 외로운 당신을 위한 따뜻한 위로
A.G 로엠메르스 지음, 김경집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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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 로엠메르스는 <어린 왕자 두 번째 이야기>를, 어린 왕자가 청소년이 되어 다시 지구별로 돌아온 것으로 시작한다. 책 속의 ‘나’는 파타고니아의 한적한 고속도로에서 길에 누워있는 어린왕자를 차에 태운다. 어린 왕자는 왜 다시 지구별로 왔을까? 잡초가 어린 왕자에게 조종사 친구가 준 상자 속에는 애당초 진짜 양이 없었다고 알려주었다. 어린 왕자는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을 만났다. 그는 비행기 조종사 친구를 찾아 왜 양이 들어갈 수 없는 상자를 주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이런 ‘어린 왕자’에게 작품의 ‘나’는 많은 조언과 삶의 지혜를 준다. 지구에서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왕자에게 수많은 문제가 있어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모든 것을 대하고 신의 섭리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고로 개가 자동차에 치었을 때, ’나‘는 자동차가 찌그러졌는지 확인하는 동안 어린 왕자는 죽어가는 개를 안고 있었다. 개 주인으로부터 어린 강아지를 선물 받은 어린 왕자는 호숫가 여관에서 만난 가족에게 강아지를 선물한다. 그러나 그 강아지는 버려진듯하고 어린 왕자는 그 강아지를 가슴에 안고 침묵한다. ’나‘는 열심히 사랑과 용서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사실은 그 가족이 강아지를 버린 것이 아님을 알았을 때, ’나‘는 생각한다. “나는 의심이 가는 경우에도 사람들의 가장 나쁜 점이 아니라 가장 좋은 점을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어.”

 

‘나’는 어린 왕자와 계속 여행하며, 사랑과 행복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랑이 없으면 행복도 없다는 거야.”(p. 183)

“행복은 소유에서 오는 게 아니라 존재에서 오는 거란다.”(p. 187)

“사랑에는 실패가 결코 있을 수 없단다. 유일한 실패는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야.”(p. 190)

"너 그거 아니? 사랑이 죽음보다 훨씬 더 강하단다.“(p. 192)

 

도시 가까이 왔을 때, 어린 왕자는 술에 취한 부랑자와 하룻밤을 있겠다고 자청한다. ‘나’는 내심 불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린 왕자는 말기증상의 질병에 걸린 부랑자를 설득해 가족에게 돌아가도록, 그래서 가족들이 아저씨께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게 하라고 설득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어린 왕자와 헤어지면서, 자신을 깨닫는다. “문제에 압도되지 않으려고 바둥거린 건 바로 나였어. … 기계보다 동물에 대해 더 애정을 느껴야 하는 사람도 나였으며, …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랑 속에서 성장해야 하는 사람도 바로 나였던 거야. 어린 왕자는 내 안에 있는 최고의 것을 찾아낼 수 있게 해 주었어.”(p. 207).

 

이 작품, 생텍쥐페리 재단에서 <어린 왕자, 두 번째 이야기>로 인정하고 극찬할 정도로 아름답고 따뜻한 동화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첫 번째 <어린 왕자>이야기보다 삶의 진리들을 너무 친절하게 설교조로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금 길어졌고, 나는 생텍쥐페리의 책에서처럼 동화적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없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을 읽었다. 이 겨울, 삶에 지친 외로운 영혼들에게 권한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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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철학자 - 철학으로 두둑해지는 시간
서정욱 지음 / 함께읽는책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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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욱 교수는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유명한 철학책들의 내용을 명쾌하게 가르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상가들의 글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피히테의 <독일 국민에게 드리는 부탁>,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의 <행복의 철학>, 교육학자 존 듀이의 <민주주의와 교육>,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등. 모두 유명한 것들로 학창 시절 이 고전들의 이름과 저자를 달달 외웠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지만 이 책들을 읽어보지도 그 내용을 정확히 알지도 못했다.

 

이 책은 철학 교육서로 너무나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난해하고 어려운 사상들을 매우 쉬운 문체로, 그러나 핵심을 놓치지 않고 분명하게 서술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하!’하고 밑줄을 긋고 무릎을 몇 번이나 쳤는지 모른다.

둘째, 철학자의 사상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철학자들의 삶의 배경도 들려준다. 아담 스미스가 살던 시대의 영국의 상황, 칸트의 삶의 모습, 피히테의 <독일 국민에게 드리는 부탁>이 나폴레옹의 독재에 맞서 독일 국민을 상대로 한 연설문의 모음집이라는 설명, 마르크스와 엥겔스와의 운명적인 만남, 미국의 실용주의를 이끈 존 듀이와 다른 두 교수의 실험학교의 모습, 아이히만 재판의 참관을 위한 아렌트의 노력과 <뉴욕커>에 다섯 번에 걸친 게재, 등등. 만일 철학자들의 책만을 읽었다면 알 수 없었을 유용한 정보들을 이 책은 매우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셋째, 열 명의 철학자들의 대표적인 책들의 목차를 각 장의 앞부분에 기록해 놓았다. 서정욱 교수의 친절한 해설과 설명을 읽은 뒤, 목차만 보아도 이 책이 어떤 주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 가는지 조금은 감이 잡힌다.

넷째, 책의 디자인이 뛰어나다. 표지부터 사람의 마음을 확 끌어당긴다. 참신한 표지 디자인, 하드카버와 고급스런 제본, 무엇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활자를 갑자기 큰 폰트로 바꾸어 철학자의 사상의 에센스를 파악하게 한 편집도 마음에 들었다.

다섯째, 각 장의 제목 선정이 뛰어나다. 이는 서정욱 교수가 어려운 철학자의 사상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교육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국가를 요리하는 법’, ‘삶을 누리려하지 말 것’, ‘민주주의라는 정원 가꾸기’, ‘생각하라, 생각하라, 생각하라’ 등등, 장의 제목만으로도 너무나 함축적인 그러면서도 철학자의 핵심 사상을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고, 정말이지 책 제목처럼 포동포동 살이 찔 정도로 <배부른 철학자>가 된 느낌이다. 인터넷에서 그의 저서들을 찾아보았다. <철학, 불평등을 말하다>, <플라톤이 들려주는 이데아 이야기>, <소크라테스가 들려주는 지혜 이야기>, <아리스토텔레스가 들려주는 행복이야기>, <철학의 고전들>, <필로소피컬 저니>, 심지어 <만화서양 철학사>까지. 세상에, 철학자 서정욱 교수가 이런 이야기꾼이며, 교육가인지 몰랐다! 어느새 나는 서정욱 교수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이 책 뒤에 있는 ‘참고도서 및 읽기를 권하는 책’에 소개된 백 권이 넘는 책들을 나의 관심사에 따라 한권 한권 찾아 읽어보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소개하는 제 10장의 제목이 마음에 계속 울려 퍼진다. “생각하라, 생각하라, 생각하라”! 아렌트의 지적대로,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데 무능력자였던 아이히만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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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란 쏙 성경, 성경 쏙 이슬람
박요한 지음 / 코람데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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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의 경전, ‘꾸란’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나는 박요한의 <꾸란 쏙 성경, 성경 쏙 이슬람>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는 성경과 꾸란을 비교하는 목적을 세 가지로 들고 있다. 첫째, 이 시대 가장 큰 이단이며 적그리스도인 이슬람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함이다. 둘째, 진정한 복음을 알리기 위한 방편이다. 셋째, 교회를 깨우기 위함이다(pp. 14~16). 이 책은 성경과 꾸란이 일치하는 내용(1장), 다른 내용(특히 결론이 다른 것)(2장), 성경에는 전혀 없는 내용(3장), 그리고 성경이 뒤죽박죽되어 버린 내용(4장)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차이’를 서술해 놓았다.

 

제 1 장에 나오는 꾸란에 관한 일반적인 설명은 매우 유용하다. 꾸란에는 모세 오경을 비롯한 구약의 예언서들에 나오는 내용의 약 60%와 신약 내용의 약 8%가 들어있다. 그런데 기독교의 성경이 약 1600년 동안 40여명에 의해 기록되었다면, 꾸란은 약 23년간 오직 한 사람 무함마드에 의해 기록되었다. 이러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성경은 꾸란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깊이와 넓이를 가지고 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한편, 이슬람에서는 꾸란이야 말로 ‘변질된 성경을 바로잡으라고 주어진 하나님의 기적’이라고 여긴다. 그것은 꾸란의 유일성과 탁월성, 온전성과 영원성을 강조하기 위한 주장임이 분명하다. 꾸란의 기록자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계시를 받을 때, 이미 다양한 기독교 이단들과 유대인 부족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영향을 받아, 또 그들의 잘못을 알게 된 무함마드는 꾸란을 기록했다. 이런 내용들을 읽으면서, 이슬람은 오늘날 기독교의 다양한 이단들의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2장에 나오는 ‘예수에 대한 사건’의 비교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 중 하나일 것이다. 이슬람에는 12만 4천 명의 선지자를 믿고 그 중 6명의 선지자 - 아담, 노아, 아브라함, 모세, 예수, 무함마드 - 를 중요시 여긴단다. 기독교에서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요 하나님이지만, 이슬람에서는 여러 선지자 중 하나에 불과하다. 꾸란에서 예수는 철저히 인간적인 존재로서 예수의 이름 앞에는 ‘마리아의 아들’이라는 호칭이 자주 나온다(꾸란에 16회나 언급되었다). 꾸란은 왜 이렇게 예수의 인성을 강조한 것일까? 분명 이슬람의 유일신관 때문이다. 꾸란에 따르면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중재자가 필요 없다. 왜냐하면 마지막 심판의 판단은 오직 알라의 것이며, 인간의 선행과 악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 마지막 제5장, ‘기독교와 이슬람의 차이’도 유익했다. 이슬람의 신관은 기독교의 하나님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그것은 꾸란이 성경의 68% 가량을 차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질의 문제에서는 다르다. 이슬람은 유일신 사상 하나에 집착함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제대로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 또 이슬람의 신 ‘알라’는 무함마드 당시 아라비아 반도에서 섬기던 ‘월신(月神)’의 이름이다. 그 신을 번역해서 ‘하나님’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저자는 결론으로 말한다.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들은 성경에서 차용된 하나님을 믿지만, 그들의 하나님은 성경의 하나님이 아니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도 부인하고, 그리스도를 통한 믿음의 구원을 알지도 못하는 기독교의 이단에 불과하다. 전 세계 인구 68억의 23%인 16억이 무슬림인데, 그들을 어찌할꼬!

 

이 책을 읽으면서 이슬람과 꾸란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을 뿐 아니라, 무슬림 선교에 비전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마음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의 가정이 선교현장으로 속히 들어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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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영웅들 김영사 모던&클래식
윌 듀런트 지음, 안인희 옮김 / 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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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듀런트의 <역사 속 영웅들(Heroes of History)>는 재미있고 명쾌하다. 그렇다고 내용의 깊이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윌 듀런트는 인류 문명사를 <문명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총 11권 출간했었다. 그리고 그 시리즈를 인물 중심으로 압축해서 정수만 모은 책이 바로 이 책, <역사 속의 영웅들>이다. 하지만, 단순히 발췌한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를 휴머니즘적 관점에서 일관되게 엮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저자 자신도 밝혔듯, 이 책은 단순히 역사의 요약이 아니라, “문명에 의해 남겨진 사상과 표현의 걸작을 탐구하고 그 예를 살펴보는 것이다”(p. 79). 말하자면,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류 문명 역사를 거대한 강물의 흐름처럼 읽어낸다. 이 책은 내용의 그 명료함뿐 아니라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관점에서도 훌륭한 책이다. 철학자 윌 듀런트에게 있어서, 역사도 철학의 한 부분이다. 삶의 현실의 광범위한 전방은 역사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확신한다(p. 11). 그는 과거 역사를 공부하면, 인류의 본성을 찾아낼 수 있고, 현재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p. 13).

 

나는 'Chapter 1, 문명이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마구 밑줄을 긋고 감탄했다. 그는 쉽게 글을 쓰면서도 핵심을 명쾌하게 한 두 줄로 표현할 줄 아는 작가다. 예를 들어, “문명이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다”(p. 19). "강력한 본능은 통제되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 질서와 공동체 생활이 불가능했을 터이고, 인류는 야만으로 남았을 것이다“(pp.20~21). "역사에는 방종과 그 반대 사이의 이런 진자운동보다 더 즐거운 전망들이 있다. 나는 볼테르와 기번의 비관적 결론, 즉 역사는 ‘인류의 범죄와 어리석음의 기록’이라는 결론에 동의하지 않겠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그 말이 맞고 … 그래도 여전히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 생명의 흐름을 이끌어 온 것은 평범한 가족의 건강함과 남자들과 여자들의 노동과 사랑이었다. … 정치가들의 지혜와 용기 …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의 굴하지 않는 노력 … 예술가들과 시인들의 끈질김과 기술 … 예언자들과 성인들의 미래 전망도 있다.”(pp. 24~25). 그러다 보니, 윌 듀런트에게 있어서 ‘역사 속의 영웅들’이란 유명한 자들을 넘어 지금의 문명을 이어온 평범한 사람들 전부가 아닐까? 참으로 그의 휴머니즘적 관점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Chapter2에서 중국 문명을 말하며, 저자는 황제시대를 지나 춘추전국시대의 노자와 공자를 이야기하고 이태백(李太白)과 그의 시를 다섯 편이나 소개한다. 의외지만 덕분에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 듀런트는 자신이 1932년경에 중국에 관해 쓴 글을 인용한다. “… 무질서가 치유되고 독재 정권과 균형을 이루고, 새로운 성장이 나타날 것이다… 많은 것들이 죽어야 할 순간에 혁명이 나타난다. 중국은 전에도 이미 여러 번이나 죽었다. 그리고 여러 번이나 다시 태어났다.” 얼마나 놀라운 예견인가? 또, chapter3에서 마하트마 간디와 인디라 간디를 병치해 놓은 서술도 매우 통찰력 넘치는 방법이다. 이 책은 이런 식이다. 저자는 고대의 4대 문명을 chapter2~5까지 다룬다. 그리고는 그리스 로마 시대(chapter6~12), 기독교의 성장과 중세(chapter13~14)를 지나 르네상스 시대의 도래(chapter15~17), 종교개혁과 카톨릭 종교 개혁(chapter18~20), 그리고 이성의 시대의 시작인 셰익스피어와 베이컨(chapter 21)까지,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큰 걸음으로 걸어가면서도 그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 사소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시대 문화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이 담겨 있다.

 

나의 지성을 자극한 흥미롭고 유익한 역사책읽기였다. 역사는 과거 사건에 대한 단순한 암기가 아닌, 해석과 이해를 통해 현재의 문제들을 생각하게 하는 지혜와 통찰력을 주는 학문임을 이 책을 통해 강하게 느꼈다. 이 책을 다 읽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의 죽음으로 이 책이 <문명 이야기> 시리즈의 내용 전체를 다 다루지 못한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이 미완성 유고작으로 더 역사적 가치가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수려한 번역이다. 이 책처럼, 김영사에서 내가 대학교 때 흥미롭게 읽었던 <철학 이야기>도 새롭게 번역 출판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역사와 철학에 관심이 있는 자들 모두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일독을 권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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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법구경을 알았더라면 - 앞만 보고 달려온 30.40.50대에게 쉼표를
김윤환 지음 / 작은씨앗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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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法句經)은 게송(偈頌), 즉 부처님의 가르침을 간결한 노래 형식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한 시형태의 잠언이다. 이것은 범어로 ‘담마파타’, 즉 진리의 말씀이라는 뜻이란다(pp. 8~9). 나는 불교도가 아니지만, <법구경>은 삶의 지혜를 잠언 형식으로 인상 깊게 전해주는 책이라는 소개 때문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 <서른에 법구경을 알았더라면>의 저자 김윤환은 50년간 불교와 인연을 맺은 자로서 법구경의 지혜를 매우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 설명한다.  

이 책의 표지에 “앞만 보고 달려온 30 ․ 40 ․ 50대에게 쉼표를”이라는 부제목에 눈길이 머물렀다. 나도 이제 50줄에 막 접어들었다. 한 가정의 자녀로서, 이제는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남편과 아빠로서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나름대로 자부한다. 그런데 인생이 참 팍팍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나는 천천히 하루에 한 장(chapter)꼴로 이 책을 읽었다. 쉽고 재미있다. 특히 어려운 한자시어들을 한자 한자 뜻과 음을 적어 놓아서 게송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덕분에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읽어낼 수 있었다.  

저자가 전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의 일화가 마음에 울림을 준다. 부처님이 웨살리 성에 들어갔을 때, 릭차위 왕자들의 화려한 옷차림을 보고 천상의 화려함과 흡사하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그들은 축제가 열리는 환희의 동산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차지하려고 싸우다가 결국 그들의 품위와 위신은 형편없이 추락했다. 부처님은 이 광경을 보고 말했다. "비구들아, 감각적인 쾌락을 즐기려는 마음과 그에 대한 집착 때문에 모든 슬픔과 두려움이 일어난다.“(p. 25). 그렇다. 돈, 명예, 성공, 섹스, 잠과 음식, 등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다가 우리는 삶의 존엄함과 품위를 다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구도자들처럼 속세를 떠나 마음의 평온을 추구할 수는 없어도, 날마다 자기를 성찰하고 참 진리와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자애신자(自愛身者) / 신호소수(愼護所守) / 희망욕해(希望欲解) / 학정불침(學正不侵). 자신을 사랑하는 자는 자신을 삼가고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잠자지 아니하고 참회와 성찰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참 뜻을 이해하고 배워야 한다(p. 91).  

마침, 컴퓨터에서 구스타프 말러가 뤼케르트의 시에 곡을 붙인 독일 가곡이 흘러나온다. 프리드릭 뤼케르트는 이런 시를 썼다.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 오랫동안 세상과는 떨어져서 / 이제 그 누구도 나의 일을 알지 못하네 / 아마 내가 죽은 것으로 알고 있겠지 / 그것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니 / 그들이 내가 죽었다고 생각한들 /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 사실, 나는 이 세상에서 죽은 것이니 / 나는 이 세상의 떠들썩한 동요(動搖)로부터 죽었다 / 나는 고요의 나라 안에서 평화를 누리네 / 내 사랑의 품에서, 내 노래의 품에서.  

기독교의 침묵기도나 불교의 묵언수행, 모두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인생살이에서 잠깐이라도 침묵과 쉼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영성 훈련이다. 짧은 시간의 침묵과 쉼이지만, 그것이 우리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해 주며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pp. 140~141). 삶이 요란하고 분주하며 때로는 고통스러울 때, 잠시 침묵하고 쉬면서 저자가 전해주는 유대 경전 <미드라쉬>의 내용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다윗 왕이 보석 세공인을 불러 자신을 위해 반지를 만들되 전쟁의 승리에도 교만하지 않고,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도 용기와 희망을 얻을 글귀를 새겨 넣으라고 명령했다. 지혜로운 솔로몬은 세공인에게 이렇게 써넣으라고 조언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pp. 150~151). 이 세상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잠시 멈추어 관조적(觀照的)인 삶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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