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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법구경을 알았더라면 - 앞만 보고 달려온 30.40.50대에게 쉼표를
김윤환 지음 / 작은씨앗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법구경(法句經)은 게송(偈頌), 즉 부처님의 가르침을 간결한 노래 형식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한 시형태의 잠언이다. 이것은 범어로 ‘담마파타’, 즉 진리의 말씀이라는 뜻이란다(pp. 8~9). 나는 불교도가 아니지만, <법구경>은 삶의 지혜를 잠언 형식으로 인상 깊게 전해주는 책이라는 소개 때문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 <서른에 법구경을 알았더라면>의 저자 김윤환은 50년간 불교와 인연을 맺은 자로서 법구경의 지혜를 매우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 설명한다.
이 책의 표지에 “앞만 보고 달려온 30 ․ 40 ․ 50대에게 쉼표를”이라는 부제목에 눈길이 머물렀다. 나도 이제 50줄에 막 접어들었다. 한 가정의 자녀로서, 이제는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남편과 아빠로서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나름대로 자부한다. 그런데 인생이 참 팍팍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나는 천천히 하루에 한 장(chapter)꼴로 이 책을 읽었다. 쉽고 재미있다. 특히 어려운 한자시어들을 한자 한자 뜻과 음을 적어 놓아서 게송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덕분에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읽어낼 수 있었다.
저자가 전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의 일화가 마음에 울림을 준다. 부처님이 웨살리 성에 들어갔을 때, 릭차위 왕자들의 화려한 옷차림을 보고 천상의 화려함과 흡사하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그들은 축제가 열리는 환희의 동산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차지하려고 싸우다가 결국 그들의 품위와 위신은 형편없이 추락했다. 부처님은 이 광경을 보고 말했다. "비구들아, 감각적인 쾌락을 즐기려는 마음과 그에 대한 집착 때문에 모든 슬픔과 두려움이 일어난다.“(p. 25). 그렇다. 돈, 명예, 성공, 섹스, 잠과 음식, 등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다가 우리는 삶의 존엄함과 품위를 다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구도자들처럼 속세를 떠나 마음의 평온을 추구할 수는 없어도, 날마다 자기를 성찰하고 참 진리와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자애신자(自愛身者) / 신호소수(愼護所守) / 희망욕해(希望欲解) / 학정불침(學正不侵). 자신을 사랑하는 자는 자신을 삼가고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잠자지 아니하고 참회와 성찰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참 뜻을 이해하고 배워야 한다(p. 91).
마침, 컴퓨터에서 구스타프 말러가 뤼케르트의 시에 곡을 붙인 독일 가곡이 흘러나온다. 프리드릭 뤼케르트는 이런 시를 썼다.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 오랫동안 세상과는 떨어져서 / 이제 그 누구도 나의 일을 알지 못하네 / 아마 내가 죽은 것으로 알고 있겠지 / 그것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니 / 그들이 내가 죽었다고 생각한들 /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 사실, 나는 이 세상에서 죽은 것이니 / 나는 이 세상의 떠들썩한 동요(動搖)로부터 죽었다 / 나는 고요의 나라 안에서 평화를 누리네 / 내 사랑의 품에서, 내 노래의 품에서.
기독교의 침묵기도나 불교의 묵언수행, 모두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인생살이에서 잠깐이라도 침묵과 쉼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영성 훈련이다. 짧은 시간의 침묵과 쉼이지만, 그것이 우리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해 주며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pp. 140~141). 삶이 요란하고 분주하며 때로는 고통스러울 때, 잠시 침묵하고 쉬면서 저자가 전해주는 유대 경전 <미드라쉬>의 내용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다윗 왕이 보석 세공인을 불러 자신을 위해 반지를 만들되 전쟁의 승리에도 교만하지 않고,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도 용기와 희망을 얻을 글귀를 새겨 넣으라고 명령했다. 지혜로운 솔로몬은 세공인에게 이렇게 써넣으라고 조언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pp. 150~151). 이 세상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잠시 멈추어 관조적(觀照的)인 삶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삶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