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철학자 - 철학으로 두둑해지는 시간
서정욱 지음 / 함께읽는책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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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욱 교수는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유명한 철학책들의 내용을 명쾌하게 가르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상가들의 글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피히테의 <독일 국민에게 드리는 부탁>,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의 <행복의 철학>, 교육학자 존 듀이의 <민주주의와 교육>,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등. 모두 유명한 것들로 학창 시절 이 고전들의 이름과 저자를 달달 외웠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지만 이 책들을 읽어보지도 그 내용을 정확히 알지도 못했다.

 

이 책은 철학 교육서로 너무나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난해하고 어려운 사상들을 매우 쉬운 문체로, 그러나 핵심을 놓치지 않고 분명하게 서술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하!’하고 밑줄을 긋고 무릎을 몇 번이나 쳤는지 모른다.

둘째, 철학자의 사상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철학자들의 삶의 배경도 들려준다. 아담 스미스가 살던 시대의 영국의 상황, 칸트의 삶의 모습, 피히테의 <독일 국민에게 드리는 부탁>이 나폴레옹의 독재에 맞서 독일 국민을 상대로 한 연설문의 모음집이라는 설명, 마르크스와 엥겔스와의 운명적인 만남, 미국의 실용주의를 이끈 존 듀이와 다른 두 교수의 실험학교의 모습, 아이히만 재판의 참관을 위한 아렌트의 노력과 <뉴욕커>에 다섯 번에 걸친 게재, 등등. 만일 철학자들의 책만을 읽었다면 알 수 없었을 유용한 정보들을 이 책은 매우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셋째, 열 명의 철학자들의 대표적인 책들의 목차를 각 장의 앞부분에 기록해 놓았다. 서정욱 교수의 친절한 해설과 설명을 읽은 뒤, 목차만 보아도 이 책이 어떤 주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 가는지 조금은 감이 잡힌다.

넷째, 책의 디자인이 뛰어나다. 표지부터 사람의 마음을 확 끌어당긴다. 참신한 표지 디자인, 하드카버와 고급스런 제본, 무엇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활자를 갑자기 큰 폰트로 바꾸어 철학자의 사상의 에센스를 파악하게 한 편집도 마음에 들었다.

다섯째, 각 장의 제목 선정이 뛰어나다. 이는 서정욱 교수가 어려운 철학자의 사상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교육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국가를 요리하는 법’, ‘삶을 누리려하지 말 것’, ‘민주주의라는 정원 가꾸기’, ‘생각하라, 생각하라, 생각하라’ 등등, 장의 제목만으로도 너무나 함축적인 그러면서도 철학자의 핵심 사상을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고, 정말이지 책 제목처럼 포동포동 살이 찔 정도로 <배부른 철학자>가 된 느낌이다. 인터넷에서 그의 저서들을 찾아보았다. <철학, 불평등을 말하다>, <플라톤이 들려주는 이데아 이야기>, <소크라테스가 들려주는 지혜 이야기>, <아리스토텔레스가 들려주는 행복이야기>, <철학의 고전들>, <필로소피컬 저니>, 심지어 <만화서양 철학사>까지. 세상에, 철학자 서정욱 교수가 이런 이야기꾼이며, 교육가인지 몰랐다! 어느새 나는 서정욱 교수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이 책 뒤에 있는 ‘참고도서 및 읽기를 권하는 책’에 소개된 백 권이 넘는 책들을 나의 관심사에 따라 한권 한권 찾아 읽어보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소개하는 제 10장의 제목이 마음에 계속 울려 퍼진다. “생각하라, 생각하라, 생각하라”! 아렌트의 지적대로,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데 무능력자였던 아이히만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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