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영웅들 김영사 모던&클래식
윌 듀런트 지음, 안인희 옮김 / 김영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윌 듀런트의 <역사 속 영웅들(Heroes of History)>는 재미있고 명쾌하다. 그렇다고 내용의 깊이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윌 듀런트는 인류 문명사를 <문명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총 11권 출간했었다. 그리고 그 시리즈를 인물 중심으로 압축해서 정수만 모은 책이 바로 이 책, <역사 속의 영웅들>이다. 하지만, 단순히 발췌한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를 휴머니즘적 관점에서 일관되게 엮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저자 자신도 밝혔듯, 이 책은 단순히 역사의 요약이 아니라, “문명에 의해 남겨진 사상과 표현의 걸작을 탐구하고 그 예를 살펴보는 것이다”(p. 79). 말하자면,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류 문명 역사를 거대한 강물의 흐름처럼 읽어낸다. 이 책은 내용의 그 명료함뿐 아니라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관점에서도 훌륭한 책이다. 철학자 윌 듀런트에게 있어서, 역사도 철학의 한 부분이다. 삶의 현실의 광범위한 전방은 역사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확신한다(p. 11). 그는 과거 역사를 공부하면, 인류의 본성을 찾아낼 수 있고, 현재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p. 13).

 

나는 'Chapter 1, 문명이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마구 밑줄을 긋고 감탄했다. 그는 쉽게 글을 쓰면서도 핵심을 명쾌하게 한 두 줄로 표현할 줄 아는 작가다. 예를 들어, “문명이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다”(p. 19). "강력한 본능은 통제되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 질서와 공동체 생활이 불가능했을 터이고, 인류는 야만으로 남았을 것이다“(pp.20~21). "역사에는 방종과 그 반대 사이의 이런 진자운동보다 더 즐거운 전망들이 있다. 나는 볼테르와 기번의 비관적 결론, 즉 역사는 ‘인류의 범죄와 어리석음의 기록’이라는 결론에 동의하지 않겠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그 말이 맞고 … 그래도 여전히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 생명의 흐름을 이끌어 온 것은 평범한 가족의 건강함과 남자들과 여자들의 노동과 사랑이었다. … 정치가들의 지혜와 용기 …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의 굴하지 않는 노력 … 예술가들과 시인들의 끈질김과 기술 … 예언자들과 성인들의 미래 전망도 있다.”(pp. 24~25). 그러다 보니, 윌 듀런트에게 있어서 ‘역사 속의 영웅들’이란 유명한 자들을 넘어 지금의 문명을 이어온 평범한 사람들 전부가 아닐까? 참으로 그의 휴머니즘적 관점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Chapter2에서 중국 문명을 말하며, 저자는 황제시대를 지나 춘추전국시대의 노자와 공자를 이야기하고 이태백(李太白)과 그의 시를 다섯 편이나 소개한다. 의외지만 덕분에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 듀런트는 자신이 1932년경에 중국에 관해 쓴 글을 인용한다. “… 무질서가 치유되고 독재 정권과 균형을 이루고, 새로운 성장이 나타날 것이다… 많은 것들이 죽어야 할 순간에 혁명이 나타난다. 중국은 전에도 이미 여러 번이나 죽었다. 그리고 여러 번이나 다시 태어났다.” 얼마나 놀라운 예견인가? 또, chapter3에서 마하트마 간디와 인디라 간디를 병치해 놓은 서술도 매우 통찰력 넘치는 방법이다. 이 책은 이런 식이다. 저자는 고대의 4대 문명을 chapter2~5까지 다룬다. 그리고는 그리스 로마 시대(chapter6~12), 기독교의 성장과 중세(chapter13~14)를 지나 르네상스 시대의 도래(chapter15~17), 종교개혁과 카톨릭 종교 개혁(chapter18~20), 그리고 이성의 시대의 시작인 셰익스피어와 베이컨(chapter 21)까지,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큰 걸음으로 걸어가면서도 그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 사소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시대 문화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이 담겨 있다.

 

나의 지성을 자극한 흥미롭고 유익한 역사책읽기였다. 역사는 과거 사건에 대한 단순한 암기가 아닌, 해석과 이해를 통해 현재의 문제들을 생각하게 하는 지혜와 통찰력을 주는 학문임을 이 책을 통해 강하게 느꼈다. 이 책을 다 읽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의 죽음으로 이 책이 <문명 이야기> 시리즈의 내용 전체를 다 다루지 못한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이 미완성 유고작으로 더 역사적 가치가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수려한 번역이다. 이 책처럼, 김영사에서 내가 대학교 때 흥미롭게 읽었던 <철학 이야기>도 새롭게 번역 출판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역사와 철학에 관심이 있는 자들 모두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일독을 권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