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서 위안받은 그녀들 - 12인의 라틴아메리카 여성미술가
유화열 지음 / 미술문화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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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 대부분에게 생소한 라틴 아메리카의 여성미술가들의 소개한다는 점에서 큰 흥미를 끈다. 지은이 유화열은 멕시코 미술학교에서 조각을 공부하면서 라틴 아메리카의 미술을 많이 접하였다. 그녀는 한국에 프리다 칼로가 알려지면서 다양한 라틴아메리카 여성 미술가들이 소개될 것을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직접 글을 쓰기 시작했단다. 그녀는 이미 <라틴 현대 미술, 저항을 그리다>와 <태양의 나라, 땅의 사람들: 정직한 페루미술을 찾아서>를 집필한 경력도 있기에, 이런 책을 쓰기에 합당한 작가다.  

작가가 소개한 첫 번째 라틴 아메리카의 여성 미술가 아나 멘디에타(Ana Mendieta)의 삶과 작품 세계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녀의 작품 중 <실루엣 시리즈들>, <야굴 이미지>는 조각적 행위 예술가로서 자연에 흔적을 남기며, 몸으로 대지와 대화를 시도한 상당히 실험적인 조각 작업임이 분명하다. 특히 피로 얼룩진 하반신을 드러낸 <강간 현장> 퍼포먼스는 강간살해사건에 대해 대학이 은폐하기에 급급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자신의 몸을 통해 여성의 몸이 익명의 오브제로 해석될 수 없음을 시사했다고 한다. 확실히 그녀의 몸은 여성주의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어지는 작가들의 이력 소개가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몇 년도에 어디서 태어나 가정이 어땠고, 어떤 교육을 받았고, 화가로서의 이력을 어떻게 쌓아갔고, 등등. 이런 도식적인 설명 때문에 조금은 따분했다. 차라리 작가를 소개하는 첫 페이지의 요약글이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어, 리지아 클락(Lygia Clark)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놓았다. “그녀는 한 순간도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언제나 실험적이었다. 예술은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감각에 의해 체험되는 것이다. 리지아는 관객의 신체지각 체험 자체가 예술이 된다고 생각했으며, 미술치료라는 용어조차 없던 시절에 치료를 위해 기꺼이 미술을 사용했다.”(p. 38). 이 문장을 이해하고 있으면, 그녀가 왜 천연고무를 사용해서 어떤 완벽한 형태를 갖추지 않은 작품, <고무 애벌레>를 작업했는지 이해하고 이 작품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차라리 작가의 작품의 성향을 간략히 말하고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해석하고 설명하면서 거기에 꼭 필요한 작가의 일상이나 이력을 말했더라면, 훨씬 역동적인 소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에서 소개된 라틴아메리카의 여성미술가들 중 회화 작품들은 초현실주의 작품들이 많았다. 그리고 퍼포먼스 예술가, 사진작가, 콜라주 예술가들의 작품이었다. 그만큼 내게는 조금 더 자극적이었다. part1에 소개된 마리솔 에스코바르(Marisol Escobar)가 폐건축자재와 쓰레기더미에서 찾은 재료들로 만든 목재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가난한 가족1, 2>에는 베네수엘라의 원주민들의 슬픔과 서러움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하다. 미술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그 작품에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를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Part4에 소개된 작가와 작품들을 즐길 수 있었다. 식인주의 미술의 창시자 타르실라 두 아마랄(Tarcila do Amaral)의 <아바포루>는 초현실주의의 전형적인 표현이지만, 동시에 브라질 전통의 원주민의 현실과 자연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생명력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또 아멜리아 펠라에스(Amelia Pelaez)는 쿠바의 감성적 소재를 가지고 유럽의 조형이론을 접목해 가장 쿠바적인 작품들을 남겼다는 점에서 그 독특성을 높이 사주어야 할 것이다.  

나는 나의 책장에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스테파노 추피의 <천년의 그림여행> 옆에 이 책 <예술에서 위안받은 그녀들>을 끼어 넣는다. 이 책은 앞의 두 책에서 전혀 다루고 있지 않은 라틴아메리카의 여성미술가와 그 작품들을 처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한 교과서 같은 책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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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자녀는 결코 망하지 않는다 - 자녀의 인생을 형통하게 만드는 최고의 선물
김병태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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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니엘 출판사에서 교회 직분론에 관해, 재미있는 예화와 명쾌한 논조로 세권의 책을 내놓았던 김병태 목사님이 이번에는 그리스도의 자녀양육에 대한 책을 내놓았다. <기도하는 자녀는 결코 망하지 않는다>, 다소 길지만 자녀를 신앙으로 양육하고 싶은 크리스천 부모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제목이다. 이 책 역시 이전의 책들처럼 명쾌하고 재미있는 예화가 많다. ‘프롤로그’에서 무면허 운전자에 빗대어 오늘날 이 사회에 ‘무면허 부모’가 득실 된다는 말과 “아무나 자녀교육의 1인자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누구나 자녀를 위한 기도의 1인자는 될 수 있다”(p. 8)는 말이 도전이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법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먼저 1부에서 자녀에게 하나님을 알려주는 일에 부모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1부의 내용들에 깊이 공감했다. 나도 자녀를 양육하면서 자녀가 교회에 출석하는 것으로만 만족했고, 나머지는 온통 학교공부에 관해서만 신경을 집중했다. 자녀가 교회 주일학교 예배에 참석한다고 신앙이 있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저자가 지적했듯, “하나님은 종교 생활을 원하시지 않는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을 경험하기를 원하신다”(p. 15). 나는 나의 자녀들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일에 정말 관심을 집중했는지 스스로 질문해본다. 언제나 함께 하시며, 나의 삶에서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 내 인생의 목자가 되시며 피난처요 안식처가 되시는 하나님,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는 하나님을 나는 날마다 새롭게 경험하고, 나의 자녀들도 그런 하나님을 만나기를 진정으로 원했던가?  

‘제 2부. 자녀를 거룩한 지도자로 세우라’에서 소개된 프린스턴 설교학 교수 블랙우드 박사의 ‘부모가 자식에게 남겨야 할 세 가지 유산’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깊이 명심해야 할 내용이다. “첫 번째는 기쁜 기억의 유산, … 두 번째는 좋은 습관의 유산, … 세 번째는 높은 생의 목표의 유산이다”(p. 65). 그렇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기도만 해서는 안 된다. 자식과의 관계에서 삶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하며, 좋은 습관을 심어주어야 한다. 부모 자신이 고상한 삶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 자녀들도 올바른 인생, 복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제 3부는 자녀를 위해 무엇을 기도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자녀를 위해 기도할 때, 건강하고, 학교 공부 잘하고, 세상에서 성공하여서 하나님 나라의 유익한 일꾼이 되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건강과 성공이 핵심이고 뒤에 하나님 나라의 일꾼이 되는 것은 그저 형식적 고백에 불과한 적이 얼마나 많은가! 자녀를 위해 어떻게 기도할지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자녀에게 비전을 심어주는 기도, 자녀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기도, 자녀의 거룩한 변화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기도, 자녀를 축복하는 기도 등. 

제 4부는 자녀에게 감동을 주는 기도의 부모가 되라고 도전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과 말씀대로 사는 모습, 그리고 기도하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줄 때, 자녀들은 감동하고 부모 같은 믿음의 삶을 살기로 다짐할 것이다. 김장환 목사의 아들 김요셉 목사가 화장실에서 아버지의 무릎끓고 기도하는 모습에 감동되어 자신도 목사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는 예화는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나도 여느 부모처럼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이 잘 되기를 기도한다. 하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대로 자녀들이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얼마나 최우선순위를 두었는지, 자녀에게 그럴듯한 말은 많이 했지만 삶의 본을 보였는지, 자녀들의 거룩한 삶을 위해 기도했는지, 자녀들에게 믿음의 모습으로 감동을 주었는지 돌아보니 부끄럽다. 이 책, 자녀를 제대로 양육하고 자녀를 위해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관심을 갖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다. 그리스도인 부모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것은 브니엘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서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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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미술 마로니에북스 아트 오딧세이 7
스테파노 추피 지음, 하지은.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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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문예부흥운동,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전 유럽으로 퍼진 그리스로마 문화를 이상적 모델로 삼고 문화를 발전시킨 시기(14C 후반~16C). 학생시절 역사시간에 달달 외웠던 문장이 생각난다. 그 찬란한 문예부흥운동시기의 미술에 관한 책이니, 당연히 나의 흥미를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의 저자 스테파노 추피는 내가 5년 전 보았던 <천년의 그림 여행>도 집필했다. 그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약 300명의 화가의 작품 800여점을 싣고 적절히 해석한 방대한 책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역사와 미술작품에 박식할 수 있을까 감탄했었다. 나는 그 책을 통해 서양미술사와 이론을 섭렵할 수 있었고, 마치 방대한 작품을 잘 정리하여 전시한 미술관을 하나 손에 얻은 듯했다. 예경 출판사에서 발행했는데, 고급 종이를 사용해서 소장가치도 높았다.  

한편, 마로니에북스에서 발간한 이 책 <르네상스 미술>은 훨씬 더 흥미롭다. 천년의 역사가 아니라, 약 250년간의 미술을 다루었기에 더 깊이 있게 미술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저자는 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서적을 출판했을 뿐 아니라, 여러 미술관의 전시 작업에도 참여했었는데, 그 경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배여 있다. 중세의 고딕 양식이 녹아있는 ‘궁정의 세계’를 시작으로 르네상스의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인문주의 시대와 전성기 르네상스, 그리고 발견의 시대와 매너리즘과 반종교개혁 시기까지, 각 시대의 화가들과 그 작품들을 매우 깔끔하게 정리하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명작 속으로’라는 타이틀로 책 군데군데 약 50여개의 작품을 큰 도판으로 싣고 작품을 자세히 설명해 놓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이지, 이 책 한권이면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역사책과 훌륭한 작품집을 동시에 가지는 것이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품도록처럼 조금 더 고급용지를 사용했으면 더 좋았으리라.  

저자는 이 책에서 수백 개의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중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성 안나와 함께 있는 성모자> 작품과 그 작품을 예비 드로잉한 것을 비교해서 함께 실은 것이 인상적이었다(pp. 224~225). 레오나르도가 얼마나 한 가지 주제에 끈질기게 연구하고 새롭게 수정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드로잉은 긴장감이 있고, 자신의 감정까지 잘 녹아있는 완벽한 예술작품이다. 이 그림에서 나는 레오나르도의 다른 작품, <최후의 만찬>를 그릴 때의 그 열정과 <모나리자>의 신비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동일 화가의 여러 작품을 비교해 놓거나, 다른 작가들의 유사한 작품들을 비교 감상하기에 좋게 배열했다. 예를 들어, 226~227페이지에는 여인의 누드 주제의 전형적인 네 개의 작품을 나열해 놓았다. 여인들은 비슷한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작가에 따라 그림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빛의 섬세한 배합으로 인물과 풍경의 관계를 섬세히 묘사한 조르조네의 <자고 있는 베누스>와는 달리, 타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베누스>는 육체의 실재감으로 생명력을 부여했다. 타치아노의 그림에는 이상화되지 않은 현실적인 형태와 선이 보인다. 한편, 쿠쟁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 전 하와>에서는 기독교 주제와 고대의 신화를 혼합한 흥미로운 시도를 했으며, 궁정 대가의 전통을 후대에 남겼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처음 접한 작품이 있다. 야코포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이다(pp. 350~351). 그림의 구도는 원근법적인 축을 따라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는데, 두 개의 빛의 방향을 따라 절묘하게 묘사되어 있고, 특히 신비로운 천사를 등장시켜 현실의 삶과 천국의 이상 사이의 간극을 잘 전달하고 있다고 이 책의 저자 추파는 설명한다. 매우 적절한 설명이다. 매우 신비로운 그림이다. 22m × 9m의 거대한 작품이니, 베네치아의 산 조르조 마지오레 교회에 가서 직접 보고 싶다.  

이 책, 르네상스 미술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나의 서재 미술책 코너에 꽂아놓고 자주 들추어 볼 것이다. 르네상스 미술사를 공부하려는 자들이나, 당시의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 모두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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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 - 그 창조적인 역사
피터 투이 지음, 이은경 옮김 / 미다스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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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지루한 상황이나 일이 계속되면, 권태를 느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숨긴다. 권태를 표현하면, 게으르거나 참을성이 없는 사람으로 혹은 사명감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힐까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피터 투이는 이런 권태를 “상황적 권태” 혹은 “과잉에 의한 권태”라고 부른다(pp. 22~23). 그리고 이 둘을 묶어 “단순한 권태”라고 한다(p. 28). 그의 이러한 구분은 권태를 단순한 권태와 실존적 권태로 나눈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의 분류법에 따른 것이다(p. 175). 한편, 저자는 수많은 미술이나 문학 작품을 열거하면서, 소위 “실존적 혹은 정신적 권태”에 대해 언급한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 사람들이 멜랑콜리 내지는 실존적 권태에 집착하고 있음을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Madame Bovary>, 사르트르의 <구토, Nausea>, 카뮈의 <이방인, The Outsider>를 예로 든다. 그러면서 저자는 반문한다. 정말로 실존적 권태라는 감정이 존재하는가? 그는 “실존적 권태란 권태, 만성적 권태, 우울, 과잉, 좌절감, 잉여, 혐오감, 무관심, 무감정, 속박감이 합쳐진 데서 생겨난 하나의 개념”(p. 189)이지 감정은 아니라고 단정한다.   

이 책의 저자 피터 투이는 자신이 오랫동안 권태의 본질과 역사를 연구했다. 삼천년이 넘는 역사를 넘나들고, 다양한 미술작품과 문학작품들을 통해 권태를 설명한다. 또 심리학과 신경학의 연구결과까지 소개하며 권태를 말하고 있다. 그의 박학다식함으로, 이 책은 권태에 대해 전혀 권태롭지 않게 전개해 나간다. 독자의 예상을 뒤엎고, 실존적 권태가 아니라 단순한 권태가 더 보편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 심리학에 더 근본적인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권태는 특히 후기 근대사회에 접어들면서 더 깊이 인식되었는데, 그것은 여가 생활이 늘어나고 행복의 권리가 부각되고, 개인의 권리와 내적 경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관료화로 시간과 공간의 표준화와 조직화되었기 때문이다(p. 205). 한마디로 먹고 살기 편해졌을 때, 권태가 더 잘 인식된다는 것이다. 지당한 말씀이다. 먹고 살기 바쁘면 권태라는 감정을 느낄 여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권태를 느낀다는 것은 좋은 것이며, 어쩌면 사치스러운 감정이지 않을까? 

저자는 결론적으로 “권태는 인간이 겪는 정상적이고 유익하고 아주 흔한 경험”(p. 233)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니 권태를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생각하거나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권태가 들려주는 충고를 받아들이고, 권태가 일으키는 상황으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p. 238)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음악, 에어로빅과 같은 운동, 사람들과의 대화를 하는 공동체 생활, 등 신체 정신적 활동을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권태의 유익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권태는 무엇보다도 창조성을 북돋을 수 있다. 권태라는 정서를 통해 세상을 알고 자기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다. 결국 권태는 자아 인식을 강화시켜주므로, 권태를 발판으로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권태는 훨씬 더 쉬우면서도 따분한 감정이다. 이 책을 읽으니 안심이 된다. 권태라는 정서,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드는 것이니까! 권태로워 하품을 하게 되면, 그 하품을 즐기자. 하품은 뇌를 식혀주고 혈관에 피를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므로 유익한 것이라고 생각하자. 권태로움이 몰려올 때, 그것을 발판삼아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 정직하게 들여다보자. 권태로울 수 있음을 감사하자. 하지만 권태의 감정이 만성적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이 책, 재미있게 읽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 전혀 권태롭지 않은, 권태에 관한 책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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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처럼 - 삶 속에서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기
앤드류 머레이 지음, 유재덕 옮김 / 브니엘출판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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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예수님이 나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대속적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참 믿음은 여기서 언제나 더 나아간다. 구원받은 자들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처럼’(Like Christ)되기 원한다. 전인격이 예수님을 닮기 원한다. 남아프리카의 성자로 불리는 앤드류 머레이 목사님이 ‘삶 속에서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묵상하고 설교했고, 그것들이 <그리스도처럼>이라는 책으로 나왔다.  

레이 목사님은 제1부에서 제일 먼저 요한일서 2:6을 설명한다. “그의 안에 산다고 하는 자는 그가 행하시는 대로 자기도 행할지니라.” 저자는 주님 안에 사는 것과 주님처럼 행하는 것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리스도 안에 거하려는 자는 주님이 걸어간 것처럼 걸어야 하고, 그리스도처럼 걸으려면 반드시 주님 안에 거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제2부 그리스도와 함께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는, 자기 부인의 삶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십자가에 달려서 죽었지만, 옛 아담은 십자가에 달렸으나 아직 죽지 않았다”(p. 57)는 저자의 지적이 마음에 깊게 남았다. 나는 그리스도인으로 나의 옛 사람이 주님과 함께 죽었다고 고백하지만, 나 자신을 성찰해보니 옛 사람이 아직도 죽지 않고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제3부에서는 “세상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아니함”에 대해 배웠다. 이 두 가지 표현으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에 얽힌 위대한 신비를 이해하게 된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처럼 사는 데 실패하는 것은, 세상의 정신에 함몰되어 지나치게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머레이 목사님의 지적에 공감한다.  

제4부에서 제7부까지는 그리스도처럼 긍휼의 마음을 가지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양식으로 삼고, 겸손하게 자기를 내려놓고, 그리고 온유한 심령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야 할 것을 말한다. 이 중에서 “불쌍히 여기며”가 가장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주님이 이렇게 불쌍하게 여기는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그 분이 하나님의 뜻을 임무나 의무로 간주하시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주님은 자기 안에 거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자신의 것으로 간주하고 모든 감정과 동기를 거기에 맞추셨다”(p. 115). 나는 여기서 본질적으로 그리스도처럼 사는 일은 단순한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 되지 않음을 확실하게 발견한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오셨을 때, 그것은 단순한 임무나 의무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하나님의 긍휼의 마음을 가지셨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내가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은 억지로 행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의 마음을 가질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예수님처럼 기도하고 더욱 하나님 아버지를 의지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양식으로 삼고 하나님의 뜻이 내 뜻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놀라운 특권임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만일 내가 주님 안에 거하는 삶을 산다면, 나는 그리스도처럼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책 처음으로 다시 나의 눈길이 갔다.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것과 그리스도처럼 사는 것은 결코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자는 반드시 그리스도처럼 살아야 하고, 그리스도처럼 살려고 하는 자는 반드시 그 분 안에 거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한 주간 읽으면서, 마치 말씀수련회에 참석한 것 같았다. 깊은 은혜의 시간이었다. 그리스도처럼 사는 것에 대한 강력한 도전의 시간이었다.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일과 은총의 진리를 세상에 전하는 이 두 가지 일은 항상 함께 가야 한다. 나는 “세상의 소금이며, 세상의 빛”인가? 나의 삶으로 대답해야 할 것이다.  

[이 서평은 브니엘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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