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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서 위안받은 그녀들 - 12인의 라틴아메리카 여성미술가
유화열 지음 / 미술문화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우리 대부분에게 생소한 라틴 아메리카의 여성미술가들의 소개한다는 점에서 큰 흥미를 끈다. 지은이 유화열은 멕시코 미술학교에서 조각을 공부하면서 라틴 아메리카의 미술을 많이 접하였다. 그녀는 한국에 프리다 칼로가 알려지면서 다양한 라틴아메리카 여성 미술가들이 소개될 것을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직접 글을 쓰기 시작했단다. 그녀는 이미 <라틴 현대 미술, 저항을 그리다>와 <태양의 나라, 땅의 사람들: 정직한 페루미술을 찾아서>를 집필한 경력도 있기에, 이런 책을 쓰기에 합당한 작가다.
작가가 소개한 첫 번째 라틴 아메리카의 여성 미술가 아나 멘디에타(Ana Mendieta)의 삶과 작품 세계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녀의 작품 중 <실루엣 시리즈들>, <야굴 이미지>는 조각적 행위 예술가로서 자연에 흔적을 남기며, 몸으로 대지와 대화를 시도한 상당히 실험적인 조각 작업임이 분명하다. 특히 피로 얼룩진 하반신을 드러낸 <강간 현장> 퍼포먼스는 강간살해사건에 대해 대학이 은폐하기에 급급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자신의 몸을 통해 여성의 몸이 익명의 오브제로 해석될 수 없음을 시사했다고 한다. 확실히 그녀의 몸은 여성주의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어지는 작가들의 이력 소개가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몇 년도에 어디서 태어나 가정이 어땠고, 어떤 교육을 받았고, 화가로서의 이력을 어떻게 쌓아갔고, 등등. 이런 도식적인 설명 때문에 조금은 따분했다. 차라리 작가를 소개하는 첫 페이지의 요약글이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어, 리지아 클락(Lygia Clark)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놓았다. “그녀는 한 순간도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언제나 실험적이었다. 예술은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감각에 의해 체험되는 것이다. 리지아는 관객의 신체지각 체험 자체가 예술이 된다고 생각했으며, 미술치료라는 용어조차 없던 시절에 치료를 위해 기꺼이 미술을 사용했다.”(p. 38). 이 문장을 이해하고 있으면, 그녀가 왜 천연고무를 사용해서 어떤 완벽한 형태를 갖추지 않은 작품, <고무 애벌레>를 작업했는지 이해하고 이 작품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차라리 작가의 작품의 성향을 간략히 말하고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해석하고 설명하면서 거기에 꼭 필요한 작가의 일상이나 이력을 말했더라면, 훨씬 역동적인 소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에서 소개된 라틴아메리카의 여성미술가들 중 회화 작품들은 초현실주의 작품들이 많았다. 그리고 퍼포먼스 예술가, 사진작가, 콜라주 예술가들의 작품이었다. 그만큼 내게는 조금 더 자극적이었다. part1에 소개된 마리솔 에스코바르(Marisol Escobar)가 폐건축자재와 쓰레기더미에서 찾은 재료들로 만든 목재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가난한 가족1, 2>에는 베네수엘라의 원주민들의 슬픔과 서러움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하다. 미술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그 작품에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를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Part4에 소개된 작가와 작품들을 즐길 수 있었다. 식인주의 미술의 창시자 타르실라 두 아마랄(Tarcila do Amaral)의 <아바포루>는 초현실주의의 전형적인 표현이지만, 동시에 브라질 전통의 원주민의 현실과 자연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생명력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또 아멜리아 펠라에스(Amelia Pelaez)는 쿠바의 감성적 소재를 가지고 유럽의 조형이론을 접목해 가장 쿠바적인 작품들을 남겼다는 점에서 그 독특성을 높이 사주어야 할 것이다.
나는 나의 책장에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스테파노 추피의 <천년의 그림여행> 옆에 이 책 <예술에서 위안받은 그녀들>을 끼어 넣는다. 이 책은 앞의 두 책에서 전혀 다루고 있지 않은 라틴아메리카의 여성미술가와 그 작품들을 처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한 교과서 같은 책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