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 이론 중에, " 사람은 (주거) 환경을 만들고 이 환경에 지배 당한다 했다. 이는 환경에 따라서 라이프 스타일이 종속된다는 의미와도 같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거 양식에 있어서 대규모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획일적인 주거문화를 대표하는 경우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주건 문화에 따른 연구도 필요하고 또 작품으로도 나와야 한다. 또한, 여전히 우리나라 도시는 아파트 공화국이라도 된 마냥, 새롭게 신도시가 건설되고 신도시의 중요 부분이 아파트라는 일정한 주거의 형태로 나타낸다. 아마도, 아니 확실하게 아파트가 삶의 양식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도 신도시의 아파트, 도심지의 아파트가 사람의 생활 공간의 중심에 서 있고 삶의 한 형태이므로 주목하는 것도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소재로 비중이 클텐데 그동안 신도시 아파트에 주목한 작가는 아직 없었다. 아니 내가 발견하지 못 했던 건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런 작업을 통해서 현대의 우리나라 주거문화에 발현된 삶의 양식과 모델과 형태를 인식함으로써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삶의 질적 양적인 문제를 상기시키며 짚어보는 것일 테다. 주제 치고는 너무나도 당연했는데 이런 책이 이제야 나오다니 조금은 의아하기도 했다.

 

아파트 때문에 희로애락을 겪는 사람들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집 때문에 울고 웃고 집 때문에 고민덩어리였다. 아파트 하나 사자고 십수 년을 결핍되게 살아야 하는 이른바 현재의 삶을 미래에 압류당하고 미래를 보장받으려는 심리도 이 아파트로 구현하려 든다. 누구는 아파트 몇 채씩이나 투자해서 아파트값 올라서 직장인이 버는 돈을 몇 배로 벌어들이며 시세차액을 남기기도 하고 누구는 과도한 대출로 이자도 못 내서 경매로 넘어가는 것도 아파트가 제일 많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란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에서 가장 쉽게 욕망을 투영시키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단순히 주거의 안정성이 욕망으로 투시될 때 벌어지는 희로애락의 과잉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장 경제가 붐이 일어날 때 길게 줄을 선 모델하우스의 행렬은 다름 아닌 욕망의 줄이다. 당첨되기만 해도 프리미엄이 붙어 나가니 날 밤을 새우는 한이 있어도 줄을 서야 하고 당첨되면  그 자리에서 전매로 넘겨 차액을 챙길 수 있으니 얼마나 손쉬운 돈벌이의 방법이었던가. 노력이라고는 그저 눈치 빠르게 줄 일찍 잘 서고 당첨이라는 운발이 따라 준다면 한장 값 받는 것이었으니까. 또 모르지. 기리 빨 이 좋아서 아파트로 쭉쭉 올라감에 따라 돈도 따라붙는다라고 굳게 믿는다. 그 믿음은 콘크리트 강도보다 크다.

주거의 문화에서 과밀화에 대해 인구의 수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아파트 만큼 효율적인 주거는 사실 없다. 지하로 내려가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따라서 용적률 입 빠이 올리면 층수를 올리고 좁은 면적에 수용할 수 있는 인구는 무척 늘어난다. 이게 아파트의 체면과 속성이었다. 좁은 지역에 빡빡하게 슈셔 넣기. 마치 과밀화된 부풀어 오르는 풍선처럼 빵빵해져만 가지만 문제는 이렇게 부풀어 오를 때까지 오르는 풍선은 계속 커지다가는 임계점에 다다르고 터지고야 만다. 그래서 아파트가 무너지고 땅이 꺼지고 사람이 다치고 불행을 맞는 것이다. 또 이웃 간에 과도한 분쟁의 원인도 사람이 미워지게 만드는 공간의 협소가 주는 역효과가 아닐까.

 

이러한 아파트는 욕망의 신화로 나타난 표상이다. 투기를 부추기고 믿음을 심어준 것은 아파트에 살면 행복할 듯한 환상의  광고빨, 국가 정책, 지방자치단체의 땅장사, 건설사들의 욕망의 결합체로써 나타난다. 제조업체로 성장한 회사 중 대기업화되면서 건설회사 하나 계열사로 두지 않는 회사가 없다. 건설사는 기본 구색처럼 무조건 끼고 있어야 하는 업체로 대기업이 건설사 하나 없다면  대기업 자격도 없는 셈이다. 그러나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아파트 올리는 회사치고 제대로 아파트 짓는 것도 참 어렵다. 대기업이 지은 아파트 브랜드 빵빵한 아파트라고 해서 아파트 건축을 하는 스타일은 천편일률적으로 다 획일적이고 똑같다. 증간 소음은 기본이고 화장실 물 내리는 소음도 적지 않다. 게다가 주차장에 크랙과 방수, 마감의 부실. 등등등 끝도 없다. 선분양제의 폐단은 결국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고 소비자는 부실을 부실하다고 말도 못하고 차액만 남기면 그 덤터기는 누가 덮어쓰던 내 알바도 아니다. 단체로 히스테릭한 이기적이고 총체적으로 부실하고 총체적으로 마인드가 썩었다. 정상적인 상식과 논리는 자본이란 아파트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기 일쑤고 오늘은 내가 안 다쳐도 나만 아니면 옆에서 누가 죽든 말은 내 알바도 아닌 사회. 그야말로 논리가 실종당한 부조한 헬 사회가 따로 없는 셈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젊은 츠자 총각들이 연애해서 시집 장가라도 갈려니 아파트값이 둘이 버는 걸로는 턱도 없이 높다. 지금의 욕망이 곧 미래의 세대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거다. 누가 젊은 츠자 총각 보고 결혼하라고 요구하려면 아파트부터 사주던가 그런 능력도 없이 장가 가라고 요구할 수 있는가 말이다. 게다가 아이까지 낳으라니. 당신 미쳤군요. 누군 죽이려 작정했어요라는 욕 들어 먹기 딱 좋다.

 

​이 책에서 나오는 사진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나도 흔히 볼 수 있고 만나는 것들의 사진이다. 쓰레기 수거함, 진입로 출입로의 시설물들, 아파트 내부의 공원과 어린이 놀이시설, 자전거 보관소, 관리사무소. 아파트 위에서 내려다본 주차장의 형태와 모습들. 그러나 여기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없다. 공간적인 모습과 사람들의 모습을 흡사 대척점에 둔 거 같았다. 이렇게 너무나도 흔한 모습에서 인간의 생존을 아파트의 시설물들로 은유하니 굳이 사람을 찍지 않아도 사람의 생태적 모습의 그대로 사진에 녹아들어 있고 은유하고 있다. 역시 사진은 주제의 진부함이 집단적인 구성으로 각성시키는 효과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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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8-03 09: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부동산 8.2 대책으로 언론에서 난리입니다. 집을 팔 때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만, 집 한 채 이하로 가진 대다수 국민과는 별관계없는 이야기인 듯 하네요. 아파트를 재테크 수단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문제는, 목적과 수단이 혼동된 가장 대표적인 주제라 여겨집니다...

yureka01 2017-08-03 10:06   좋아요 4 | URL
그러게요..어제 부동산 대책 나오는 싯점에 이 책을 받아서 봤거든요..
상황이 딱..그랬습니다...
주거의 안전성..이게 제일 큰 관건인데,
이걸 돈벌이 수단이 되어 버리니 발생하는 문제들이 너무나 크죠.
문제가 크니 고통도 크고....

그저 내 거주할 공간하나 마련하는 일이 너무나도 어렵고 힘들어서야 세상 살맛 나지도 않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8-03 1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파트는 서구에서는 실패한 주거 정책으로 유명하죠. 어느 서구 지리학 교수가 한국의 강남 아파트 단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잖습니까. 한국은 할렘가가 거대하군요 ! 그들 기준에 의하면 아파트는 할렘가였거든요..

요즘 조중동은 물론이고 바른정당도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아파트가 부족해서라고..
햐, 참.. 씹새끼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 아파트는 공급 과잉입니다.
집이 적기 때문이 아니라 특정 부동산 부자들이 집을 많이 소유하기 때문입니다.


조중동이 이런 논리를 펴는 이유는 신문 광고 때문이죠. 부동산 광고..
뭐, 무슨무슨 아파트.. 이런 거가 부동산 광고죠..

yureka01 2017-08-03 12:35   좋아요 2 | URL
우리나라 아파트는 투기꾼들에겐 아주 좋은 먹잇감이더군요.
게다가 버블을 키울수록 돈을 버는 사람들이 누군지 보면 금방 알 수 있죠..

부동산 아파트을 띄우는 자..그게 범인입니다..

2017-08-03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3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3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3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