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그늘
강미옥 지음 / 눈빛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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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사진과 사진에 걸맞은 시가 만났다. 이 시집은 감성적인 양립형이다. 오른쪽 페이지의 사진과 왼편의 시가 감성 무게의 비중이 수평을 이룬다. 너덜한 사진에 온갖 미사여구가 아닌, 단순함과 담백하게 감성의 지향점에 대해 정곡을 찌른다. 어렵지도 않다. 사진을 보고 시를 읽으면 시가 무슨 은유인지 금방 알아차린다. 사진은 직관이고 시는 은유이다. 직관의 현상을 시로 은유되는 사상의 감정은 일반적 사진에서만 나올 수도 없고 시 자체로써도 부족하다. 시에서 한층 비틀면 은유가 외계어가 되지만 이를 사진은 직관성을 통해서 다시 중화시킨다. 그래서 감성의 효과는 시너지를 일어나게 한다. 즉 시의 언어가 짙어지고 이미지의 사진이 다시 보이는 합일점을 만나게 된다. 사진이란 이렇게 시를 유도하고 시는 다시 사진을 요구한다. 이른바 현대에 사진으로 인해서 발생한 새로운 문학 장르인 "디카시"가 만들어졌다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예술적인 하이브리드인 셈이다. 융합이라는 공학에서 나오는 뜻이 영상 언어와 텍스트 언어가 만나서 나오는 조합의 새로운 세계였던 것이 아닐까. 역시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조화는 균형추가 공평하다. 사진도 참 적절하다는 느낌. 그리고 이에 걸맞게 짧아서 더 함축의 은유된 시구절에 감성의 열쇠가 마음의 자물통에 접점하듯이 사진과 시가 만났다.

 

사진을 보니 작가는 참 부지런했음을, 그리고 시를 보고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그 느낌의 핵심에 대해 무척 다듬었구나 싶었다. 옥과 석은 구별되는 것이 다듬었을 때와 그저 주웠을 때의 차이이다. 사진을 시로 다듬었던 것이 아닐까 했다. 셔터를 누르면 어느 것이든 다 사진이란 카테고리에 속하지만 사진이라도 다 사진일 수는 없다. 실수로 눌러진 셔터로 찍힌 사진도 사진일 수야 없다는 정의는 확실하다. 그러나 작가의 사진 다듬기는 결국 시로써 표현된다. 그래서 다시 시가 사진을 수식한다. 이 두 개의 예술적 포인트가 희석 됨으로써 시너지의 효과는 감성을 더 자극한다. 그래서 그저 찍은 사진이 아니라 다듬어서 찍은 사진이란 뜻이다. 사진의 농축이 시로 나타나고 시의 은유가 사진을 수식하는 콜라보. 역시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이때까지 그런 경험 숱하게 있다. 자신이 찍은 사진에 무슨 말 한마디 못하는 감성 무심형을 많이 접했던 탓이다. 내가 무슨 생각과 의미로 셔터를 눌렀던 그 동기에 대해 스스로가 모호하다면 과연 사진은 자신의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내가 했음에도 내가 했다고 증명할 수 없는 언어는 결국 누구의 것인지 모호해진다. 스스로에게 설명이 안된다면 누군가에게 내밀어서 설명을 요구하는 것도 일종의 강권일뿐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공감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나에게 공감이 되어야 할 첫 번째 조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사진에 더 많은 공감이 시로써 표현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고도 당연하다. 그런데 이 당연성 앞에서 무너지고 나면 사진은 겉돈다. 겉도는 이미지에서 그 감성의 이야기는 매몰될 수밖에 없다. 대체 내가 찍었는데 무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지 오랜 기간의 일관성은 이렇게 사진으로 입증되는 이유.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라고 하지만 아무리 이미지라고는 하지만 역시나 텍스트는 사라질 수 없다. TV가 나올 때 라디오가 죽을 것이라고 하였지만 라디오는 여전히 전파를 타듯이 텍스트는 이미지 위에서 잘도 논다. 그러니 어쩌면 이 이미지와 텍스트의 접점이 없을 수가 없는 당위성, 당연성은 오늘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진은 무엇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묻는 설문지와 같다. 그래서 묻는다. 사진에서 도출되는 텍스트의 언어는 무슨 의미인지를 은유한다. 물론 사진만으로도 족할 수도 있고 시의 언어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에서 머물러 있지 않는다. 끝없이 연금술을 하듯이 융합하려 들고 해체하려 들며 부수고 다시 조립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등의 수단을 동원하다. 그래서 감성은 변화로 곧 진보해야 한다. 머물러 있을 때 고착된 무변화성은 답답함을 느끼는 이치이다. 연연히 흐르는 강물의 변화에서 일관성에 더불어서 변하는 시간의 영속적 성질을 사진과 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시는 마치 일본의 하이쿠를 닮았지만 그렇다고 사진에서 나오는 그 언어의 맥을 놓치지 않으니 이런 흐르는 물의 일관성이 곧 작가의 삶으로 흐르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사진은 엄연히 사물의 형태적 복제이다. 이를 시뮬라크르라고 한다. 자기 동일성이 없는 복제라는 뜻이다. 우리의 유전자가 바로 이런 복제의 사슬과 같다. 그러나 이런 무수한 반복적 복제에서 사슬 단 하나가 배열을 변화시킬 때 유전자는 진화라는 결과로 도출한다. 바뀐다는 뜻이다, 그저 늘 똑같은 반복에서 작은 변이로써 사진에 추출된 시가 곧, 그 진일보의 역할을 해내는 중요한 변수 인자라는 뜻이다. 그래서 사진은 단순히 복제의 한계를 뛰어넘어 변이의 그 현재진행형의 행횡을 도모하는 순간이라는 점이다. 반복과 수식, 동등성과 균형성, 이 몇 개의 키워드가 새로운 장르의 잉태함과 탄생으로 연결되었다.

 

페이지마다 걸려 있는 사진과 그리고 5~6행 이내의 짧은 은유의 시가 만나서 이렇게 접점의 융합이라는 콜라보를 만들어 내는 시집. 정말 만나고 싶었고 만나니 반가웠다. 시가 시로써 단독으로도 가능하지만 나는 사진을 첨가 시킬 때 만들어지는 감성을 사랑한다. 오랫동안 사진과 시로 다듬은 작가의 노고에 책으로 많이 알려지길 원하다. 그리고 그런 사진과 시로써 예술적인 감성이 더욱 증폭되고 기폭제가 될때 이 황무지 같은 시대에 바싹 마른 가슴에 물이라도 흘러 들는 흠뻑 젖어드는 효과를 누리면 삶이 더욱 평화로울 수 있기를 고대한다. 참 찡한 사진과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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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이 사진 시집을 알려주신 지우당님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언제 작가님에게도 꼭 감동이었다고 전해 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리뷰 좀 길게 적고 싶었지만 요즘 제가 시간이 넉넉하지 못하니 줄였음을 고백합니다. 작가분에게도 알려 드리세요. 감동하는 유레카도 있었더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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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5-09 1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직관이고, 시가 은유라는 표현이 참 와닿습니다^^:

yureka01 2017-05-09 12:49   좋아요 3 | URL
오늘도 바쁘더라구요.출근했습니다.
이 책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이라서 리뷰를 빼먹을 수 없더라구요.

리뷰 적긴 적어야 하니 후다닥 리뷰 쓰고 올렸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7-05-09 1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직관과 은유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하더라도 로봇이 절대 인간을 대체할 수없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yureka01 2017-05-09 13:17   좋아요 1 | URL
네 몰론입니다.
요즘 4차산업이라며 많이 나오죠..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사회적인 격변에 있어서
결국은 기계는 연역적이고..
사람은 귀납적이거든요..
기계는 분석이고 사람은 종합적이란 것의 차이가아닐까 싶습니다.

프로그램 조금만 벗어나면 기계는 먹통이지만,
사람은 전혀 없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욕구가 있으니까요...

기계가 가공의 눈물도 만들어 농도를 맞출 수는 있을지라도
눈물의 무게는 마추기가 경우마다 전부 다르거든요.

아마도 단순한 노동의 일은 점점 기계가 전부 대신할 거라는 예측입니다.
결국 고도화 될수록 단순형 인간은 기계에 밀릴 거 같아서요..

사람이 더 피곤해질 것만은 확실하죠..단순하게 살고 싶습니다..ㅎㅎㅎㅎ

AgalmA 2017-05-11 12:35   좋아요 1 | URL
리들리 스콧 <에이리언 커버넌트>에 나온 AI는 인간보다 더 직관과 은유를 음미하고 실현하려는 존재로 나와서 섬뜩-ㅁ-;;;
유발 하라리도 <호모 데우스>에서 희망적으로 말하고 있을 거 같지도 않고ㅜㅜ

어차피 나는 죽고 없는 때이겠으나....ㅎ;;;

yureka01 2017-05-11 13:02   좋아요 1 | URL
어쩌면 터미네이터 영화시리즈에서 보듯이 영화는
인류의 미래에 인공지능이라는 것에 대한 고민을
이미 먼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요..

블레이드 러너에서도 나오거든요...

2017-05-09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0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옥 2017-05-09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제대로 된 리뷰를 보네요 ㅎ
감성과 이성이 적절하게 배합된 하이브리드 리뷰~
작가에게 냉큼 전달하겠습니다.
정말 열심히 찍고, 열심히 쓰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거든요.
블로그 운영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

yureka01 2017-05-09 23:37   좋아요 1 | URL
아고. 지우당님 덕분에
또 한분 좋은 작가분 알게 되어 영광이네요..

두고 두고 자주 읽고 보게 될 시집이었어요...^^..
요즘 이런 사진과 글이 만나는 책..정말 드물거든요..
작가는 많은데 작가의 저술활동이 너무 적어서 적적했거든요..

감사합니다.~

강미옥 2017-05-09 2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감사합니다.
멋진 리뷰에 감동 받았습니다.

제 블로그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http://blog.daum.net/meokk2/767

yureka01 2017-05-09 23:35   좋아요 1 | URL
헉 감사합니다.
이렇게 또 작가분께서 찾아주시고...ㅎㅎㅎㅎ
네 저자분에게 드리는 리뷰글이니
얼마든지 퍼가셔도 됩니다.

2017-05-09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09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0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0 00: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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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0 0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0 08: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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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0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0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0 2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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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0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0 22: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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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0 23: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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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1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1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5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5 23: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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