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뭉술하게 사진이라고 하는 이해는 단순히 이미지의 총체성이라고 단정하겠지만, 그러나 다양한 카테고리가 존재하고 무수한 주제가 있다. 그런데, 사진은 이런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반드시 기계 또는 도구에 의해 철저히 종속된다. 다시 쉽게 말해서 주제에 걸맞은 사진 장비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기본적으로 카메라와 렌즈를 필두로, 빛의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각종 조명장치와 빛에 걸맞은 다양한 필터들, 물리적은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한 삼각대, 모노포드 등 많은 장비들이 주제에 따라 필요성이 달라진다.
이에 따라서 사진의 목적과 주제에 의해서 도구는 필수적으로 가춰질 때 가능한 것이 사진이다. 예를 들어, 누드나 인물 사진, 어떤 제품이나 상품 이미지 사진은 세팅된 스튜디오와 조명이 반드시 있어야 가능하다. 명암에 따라 제품이 어떻게 화장을 하고 선을 보일 수 있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조건이다. 그저 단순히 사진이라고 해서 카메라만 있다고 다 찍어 낼 수야 있겠지만 조명도 없이 찍는 사진은 그저 이미지일 뿐이지 웃음거리이고 제품이 집중도는 형편없다. 보잘것없을 가능이 많은 사진은 안 찍는 이만 못하기 때문이다. 주제나 테마에 도구가 세팅되지 않아 최적화되지 못한 사진은 사진이 용도에 맞게 쓸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사진가들이 있다고 하나, 모든 사진가들이 전방위적으로 모든 분야에 대한 사진을 찍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튜디오에서 전문적으로 인물 사진을 위시해서 모델 사진에 특화되기도 하고, 제품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상업용 사진을 공급하는 작가가 그래서 있는 이유가 있다.
적어도 무슨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려면 그 작가가 찍어 온 사진의 레퍼토리를 꼭 한 번쯤은 보고 판단을 해야 한다. 전혀 다른 분야의 사진을 찍어 달라면 참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고, 자칫 오해한다. 부탁했는데 들어 주지 않음에 대한 섭섭함이 크게 일어난다. 사진가가 내내 풍경 사진만을 찍어 왔는데 사진 스튜디오에서 조명을 켜 놓고 증명사진을 찍어 보라면 상당히 난감한 입장에 처해지는 이치와도 같다. 사진의 상업적인 분야는 상당히 전문성을 요하고 클라이언트의 주문에 부합하는 사진을 찍어 내야 하는, 그래서 그 주문에 걸맞은 최상의 품질을 보장해주어야 하기에 분야가 달라서 경험이 미천한 사진가는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저 간단히 찍어만 달라고 해도 난감하다. 사진가는 체질적으로 어떤 주문(자신이든 타인이든)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사진을 찍기를 늘 고민하는 게 체질화되어 있는데 아무리 경험이 없다 한들, 이론적으로 알고는 있다 하더라도 실제 경험이 많지 못하다면 상당히 어렵다. 사진이라고 해서 모든 사진을 다 잘 찍어 낸다면, 전문적인 사진 분야는 무의미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물론 그런 전방위적인 사진가는 없다. 아니 있다면 사진 천재이든가 둘중 하나이다.
간혹, 사진을 찍는다는 소문이 났을 때, 참 난감한 것이 무슨 행사용 사진, 어떤 물건의 제품 사진을 찍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 올 때이다. 일단은 무슨 사진이든 찍어 왔으니까 모든 사진을 다 잘 찍을 것이라는 전제부터 깔고 부탁한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혹은 가족 관계라면 더더욱 이런 부탁은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그런 사진 찍기 어렵다고 하면 왜 못 찍냐에서부터, 혹은 찍기 싫어한다는 등의 오해와 섭섭함을 직간접적으로 토로한다. 마음이야 백번 잘 찍어 주고 싶지. 그런데 그런 행사에서나 또는 그런 제품의 사진은 내가 찍어 온 분야가 전혀 아니고 찍어 본 경험도 전무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일단 사진 찍어 왔으니까 다 잘 찍는다라고 오해한다.
단 한 번이라도 이때까지 무슨 사진을 찍었으며 어떤 사진의 작업을 해왔는지 본 적도 없이, 어떤 사진적인 주제를 해왔던지 관심도 없었으면서, 단지 그저 사진이 필요하니까, 이왕 잘 찍을 거니까 요구를 하는 것일 텐데, 참으로 호응하기 어려운 부탁이다. 하다못해 여성 잡지에 나오는 인물사진이나 제품 사진이 어떻게 찍혀지는 것인지 다 알 수는 없겠지만 하다못해 신문에 꼽혀 있는 지라시에 들어간 사진이라도 유심히 본적이라도 있는가, 그런 사진들도 그 나름의 방식과 방법을 가지고 찍은 사진들이라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일반인의 결혼사진은 결혼식이라는 연출된 장소에서 찍을 수 있는 기회는 한 번이다. 사진을 실수하면 두번 다시 돌이킬 수가 없다. 사진 제대로 마음에 안 들었다고 해서 다시 촬영은 어렵다. 사진 제대로 안 나왔다고 해서 결혼식 두 번 했다는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사진을 결혼식을 전문적으로 찍는 프로 사진가들에게 의뢰하지 않는다는 것은 순전히 돈 아끼려는 욕심이자 이기심일 뿐이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사진을 찍어 왔던 사람을 메인 사진 기사로 쓰는 것은 사진 촬영비 아끼려는 욕심이거나 사진을 별로 중요하지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결혼식 사진 한번 못 찍어 봐라. 평생을 두고 씹힘을 당하거나 두고두고 원망성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된다. 한번 마음에 안 들었던 사진이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좋아질 리는 없던 이유이다. 응당한 욕구에는 적절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하여간 생짜배기 공짜성 사고방식은 요구에 적합하리라고 생각한다는 자체가 벌써 오류이다.
비근한 예로, 어떤 제품 사진도 마찬가지다. 무슨 제품의 특성, 제품의 가치와 의미, 제품 가격에 걸맞은 이미지의 결정성 등등이 홍보자료로 쓰이게 될 텐데 사진 못 나와 봐라, 어디 그게 설득력이 있어서 제품이 팔리겠냐 말이지. 그래서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최적화된 사진을 업으로 삼는 상업 사진가가 필요한 이유였던 것이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최소한의 품질 정도는 보장받는 길이니까.
최근에 어떤 제품에 사진을 찍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아 !~참 난감한 고민) 비교적 길이가 4-5미터가 되는 큰 제품이었는데 이걸 찍어 달라고 한다. 카메라가 단순히 크니까 사진이 잘 나올 거라는 몰이해적인 부탁이었다. 잠깐의 부탁이더라도 선 듯 내킬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때까지 사진의 빛을 쫓아 다녔지만 인공적인 조명을 써가며 제품의 카탈로그에 넣은 만한 사진을 찍은 경험도 없고 그런 홍보용 카탈로그 사진에 집중해서 담을만한 조명이나 스튜디오조차 경험도 없고, 그런 장비를 전문가처럼 구비된 것도 없다. 하여간 그런 분야에 걸맞은 사진을 찍기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충족되는 게 없었다. 따라서 장비가 준비가 안되면 아무리 노력과 지식 가지고는 커버할 수 없는 것이 사진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다. 사진은 철저히 도구에 종속된다고 ㅠㅠ.
게다가 제품 가격도 몇백만 원짜리도 아니었다. 그렇게 비교적 비싼 가격의 제품을 홍보용 사진을 찍는데 단순히 카메라 크다고 사진이 잘 나올 거라는 생각은 어이없을 뿐만 아니라 필요성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라도 약간 개념이라도 잡아야 한다. 적어도 부탁 정도 하려면 이런 사진을 찍기에 적합한 사진 포트폴리오 정도는 관심을 가지고 한 번이라도 봤더라면, 이렇게 부탁한다고 해서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구나 정도는 느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 한 번이라도 블로그 들어와서 어떤 사진을 주로 찍었는지 보기나 했더라면,,,, 그 부탁에 적합한지 아닌지는 금방 판단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니라면 전문 작가는 왜 있겠는가 말이다. 더욱이 나는 상업적으로 사용될 만한 사진을 찍어 본 적이 없다. 자신이 순수한 클라이언트가 되었지, 나 이외의 클라이언트는 없었다. 아니 만들지도 않았다. 사진으로 밥 먹고살겠다는 마음도 없었다. 누가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서 사진을 찍어 준 적도 없다. 나의 사진 논리가 상업적으로 이용될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결국, 예상한 바대로 우회적으로 들리는 이야기가 섭섭함! 이었다. 내 진즉에 그럴 줄 알았다. 이 게 보편적이고 일반적이었으니까. 너무나 뻔한 감정적인 소모들이었다. 나도 등달아 사진에서 심리적인 피로감이 치밀어 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사진의 슬럼프에 빠져 사진 찍기에 대한 재미도 찾을 수 없었는데 엎친데 덮쳤다고 해야 할까 싶었다.
역으로, 사진 부탁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무슨 사진을 찍어 온 것인지, 어떤 사진적인 주제에 관심을 가졌는지 전혀 생각한 적도 없었으면서, 필요할 때 불러다 쓸 오분 대기조처럼 준비된 사로로부터 쏘는 사진 찍는 군대 수준이었냐는 것이다. 그래서 더 답답했던 것이다. 꼴랑 사진 하나 가지고도 이 모양인데, 기업을 상대로 cf 작가나 크리에이터들은 얼마나 오죽하겠는가. 그 답답함을 !~~
사진이라도 다 같은 사진이 아니다. 더욱이 카메라라고 다 같은 카메라도 아니다. 렌즈, 필터, 조명 장치, 각종 사진 도구에 따라 사진은 전부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치중하는 사진의 주안점도 다르다. 요리 사진, 인물 사진, 종군 사진, 스튜디오 사진, 풍경 사진 등등 다양하고 많은 분야의 카테고리들 중에 한 부분만을 다룰 수밖에 없다. 고작 취미 삼아 찍는 사진이야 어설프게 흉내라도 내는 거야 누가 따질 게재가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유이다. 그런데 이 많은 부분에서 전문적인 상업 사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스튜디오 하나 마련하려고 해도 장소부터 수천이 들어갈 수도 있고 장비도 마찬가지로 수 천만 원에서 수억은 족히 든다. 그런 자본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경험과 배경의 지식이 깔려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다. 물질적인 투자와 이론적인 지식의 시간 투자가 병행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걸 싹 무시하고 용도에 맞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 충족되어도 사진의 기술에 따라 어려운 마당에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는다면 신이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흉내 낸다고 그게 낼 수 있겠는가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투자가 없어도 가능하다면 뭐 하러 수천만 원씩 투자하는 허튼 돈을 쓰는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투자가 이루어져야 이익이 발생하는 거다. 투자 없이 이익이 발생한다고 믿는다면 그건 사기 수준일 것이 뻔하거든. 사진은 완벽한 수준은 될 수 없어도 투자에 대한 품질은 그래서 사기가 아닌 것이다.
자 정리하자. 사진에 있어서 부탁은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한 기초적인 포트폴리오 정도는 보고해야 한다. 별거 아닌 가볍게, 가벼운 마음으로 부탁을 했다고 하더라도 부탁을 받은 사람은 자칫 하늘이 무너지는 좌절감을 느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 사진 찍어서 홍보용으로 사용하려면 부탁을 하지 말고 대가를 주고 의뢰를 하시라. 그래야 정당한 것이고 부담이 없다. 세상에는 공짜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아주 지극하고도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라는 것이 때로는 사기 칠 것을 요구하고 허위를 제시한다. 여기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갈등과 오해를 일으킨다. 사전에 미리 전제된 인식의 차이로 비롯되었다. 기초적이고도 아주 작은 것에서 깔려 있는 조그마한 인식이라도, 그래서 꼭 가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