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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후배에게 내가 제일 아끼는 필름 카메라를 몇달간 조건없이 빌려 주었던 적이 있었다.
돌려 주고 싶을 때 돌려주면 된다고 나는 받을 생각도 잊어 버렸다.
1년쯤 지났을까. 후배는 카메라를 돌려주겠다며 연락이 왔고 시내 카페에 들러 카메라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카메라와 함께 책 한 권을 불쑥 내밀었다.
그때 받은 책이 바로 고 김영갑 선생의 포토에세이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라는 책이었다.
후배는 카메라를 돌려주면서 내 생각도 났다고 했다.
(지금은 시집은 갔는지 연락도 없어서 모르겠다.)
그의 삶은 철저히 사진과 뗄래야 땔 수 없는 그야 말로 사진에 자신의 삶을 바친 사람이다.
그렇게 바친 삶의 사진을 그가 살았을 적에는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책이 나올쯤 디지털 카메라 광풍이 불었고 너도 나도 수백만원씩하는 카메라를 구입하며 사진작가가 탄생되었던 시기였다.
이와 맞물려 그의 사진에 대한 깊이는 삶의 깊이였음을 어렴풋하게 나마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카메라들고 사진 좀 찍겠다 싶은 사람은 제주도를 가면 꼭 두모악 겔러리를 들르게 되었다.
이제는 사진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일반인도 두모악겔러리를 찾아 김영갑의 제주도 사진을 찾는다.
김영갑의 사진 예술의 스타일은 그동안 수많은 예술가들의 삶과 크게 벗어 나지 않는다.
고흐가 그랬고 차이코프스키가 그랬다. 귀먹어리로 작곡을 했던 베토벤이 그랬다.
도대체 예술의 혼불을 밝히는 그 지독한 몰입을 위대한 숭고성을 가지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누구는 등따시고 배 부르고 은행 계좌에 넉넉히 들어 있고 삐까번쩍한 외제차에, 높고 넓은 아파트 평수에 온 일생의 시간을 다 바치는데 특별한 누구는 왜 그딴 것들쯤은 가볍게 무시하면서 스스로 형벌같은 위대함에 목을 매달고 온 일생의 삶을 바쳐야만 했던가?
어쩌면 말이다.
사람이 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정답이 없더라도 그들은 분명 위대함에 결핍을 느끼고 갈구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수 많은 예술가가 그렇게 살다 가고 그렇게 남겨진 작품에 오늘도 숭고한 이상에 겸허를 배우며 충만된 울렁거림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루 밥세끼 잘 먹고 잘 싸면 끝나도 되는 삶이며 그렇게 바람에 흩어 버려도 뭐가 아쉬울것도 없는 삶이다.
그런데도 예술가는 지독하게 집착하며 추구했다.
예술이란 당체 누구의 특정한 사람의 기제에서만 작용하는 마약처럼 몇몇 사람들에게 적용이 될 뿐이다.
위대함과 숭고함.
나도 어설픈 사진 흉내나 내며 흠모만 했다.
앞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자조적인 핑게를 대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 책 한 권이 주는 그의 메세지에서 사진에 대한 내 삶의 결핍과 내면적인 포장을 결코 포기할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이제 다시 그의 책을 보고 남은 삶의 시간 동안 내 사진을 생각한다. 그 삶을 닮을 수 있는 사진으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