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니까 술퍼요.
슬픔이 술에 목을 매달고
나는 술품에 목으로 넘기어
슬픔이 술품으로 나자빠지구요.
시간이 관통하는 파이프로
술이 들어가니, 어질,
술은 슬픔을 잡아 먹어, 삐질.
아침이슬로 누더기 넝마처럼
덕지 덕지 깁은 혼돈의 수의를 입고
뭐라고 말 좀 해요.
술 다 떨어졌다고
술 더 가져다 달라고
가끔 술품이 슬픔에
짖이겨질 때,
주사 짓도 아주 진부할 때,
슬픔이 좀 지겨울 때,
이 한잔에 십년이 후딱 지난다면
딱 세잔에 30년이 휘리릭 지나버려도
술품으로 슬푼 내가 사라진다 한들
지금 당장 기꺼히 마셔 버리고 말겠어요.
안주는 한줌의 빛으로도 충분하니
홀작질 말고 꿀꺽꿀꺽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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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18. 한잔 올립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