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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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가 그린 "붉은 포도밭"이란 작품이 팔린 가격은 그 당시 가격으로 400프랑. 참고로, 근래에 소더비 경매장인가 거기서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라는 그림은 2억 4000만 프랑에 팔렸다. 고흐의 그림은 하나를 뺀 나머지는 전혀 팔리지도 못했다. 가격을 비교해도 어마어마하다. 고흐는 가난과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생을 자살로 마감했다. 생후에 그의 그림으로 수집가들이나 소장가들은 막대한 부를 고흐의 그림으로 쌓아 올렸다. 정작 만든 사람은 아프게 죽어갔으나, 그림 소장자들이 결과적으로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어쩌면 시대를 너무나 앞서가버린 회화 천재라서 불행한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지금 고흐가 살아 있다면, 자신의 그림 가격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상당히 궁금하다. 뭔가 억울해라고 하지 않을까? 보통 예술 작품의 가격은 당대의 작가가 삶의 비용으로 치르는 가격과 폭등해버린 작품의 가격의 불균형이다. 도대체 이 가격이라는 덩어리를 어떻게 취급해야 할지 이 책에서 밝혔다. 물론 문화라는 가격에 대한 고찰도 장황하리 만큼 길게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절대적인 가격은? 없다. 가격이란 대게가 상대적일 뿐이다. 특히 절대적일수록 가격은 무한대로 커졌다가 일순 사라져 버린다. 이 물건은 가격을 메길 수가 없다고 하는 순간, 가격은 사라진다. 가격을 메길 수 없다는 것은 가격이 없는 것과 같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매일 숨 쉬는 공기를 가격으로 따질 수도 없고 매일 마시는 물의 가격도 따질 순 없다. 공기의 질적인 부분이나 물의 질적인 부분으로 가격이야 상대적일 따름이다. 특히 시간을 돈으로 사고파는 거라면 부자는 남의 시간을 사들여서 영원히 살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간을 사고파는 일은 없다. 즉 가격이 없다는 의미이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것일수록 꼭 필요한 필요성이 절대적인 것들이다. 논리의 가격과 철학의 가격, 문학의 가격 등등 우리가 인문학적으로 추구하는 예술의 가격은 절대성에 수렴하게 될수록 가격을 매길 수 없다. 상대적인 것일수록 가격에 민감성이 높다.

 

이처럼 가격이란 우리들이 시장 경제와 자본주의 체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과 임무가 있다. 하루라도 소비를 하지 않고 가격에 전혀 도외시하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편으론 대부분 종속되어 있거나 심지어 이 가격에 의해 지배당하기도 하고 또는 가격을 주도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은행가들에게 질타를 한다. 시장의 가격을 주도하는 역할이 은행가들이었다고 봤다. 은행가들의 이익에 따라 가격의 흐름을 리드하는 것도 결국 이자율일 것이다. 이렇게 돈에도 가격이 있다. 돈의 가격을 매기는 은행가들에게 고액의 연봉은 일반 노동자의 노동 가격보다 훨씬 많다. 결국 돈을 주무른 자와 돈에 굴복된 자의 차이는 노동의 가격으로 차이를 낸다. 이 또한 상당히 큰 불공정한 거다.

 

추상적인 것들의 가격의 결정은 극히 소수의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며 현실적인 것들일수록 상품의 가격은 수요에 결정된다. 어떤 제품을 구입하고자 하루에 서너 번씩 가격을 비교하고 가용성. 즉 가격 대비 효율성을 따지는 것도 결국 가격의 상대적인 가치에 높은 효율을 얻어야 이익이 발생한다는 원리일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공기의 가격, 우주의 가격, 문학의 가격, 심지어 가정의 가격. 혹은 도덕과 윤리의 가격을 따져 보면 우리 인생의 삶이란 모든 것을 가격이란 객관적인 가치로 환승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삶의 가치는 과연 얼마인지를 따져 본 적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적절한 사유를 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조금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 공짜의 가격이었다. 공짜에도 가격이 있고 공짜에 숨은 이면의 심리적 현상에 대해 저자는 조목조목 지적한다. 그러고 보니, 알라딘 서재에서의 리뷰의 가격은 얼마일까 싶었다. 막상 이 책을 읽고 떠오른 소감을 글로써 써 내려가는 것의 가격은 얼마일까 싶었다. 자기 돈을 들여서 책을 구입하고 읽은 책의 독후감을 또 생산하여 보여주는 것에 가격이 얼마라야 하는지 크게 따져 본 적은 없었는데 문득 이 책에서 공짜의 가격에 대해 지적하는 걸 보니 리뷰의 가격은 얼마냐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간혹, 출판사에서 책을 얻고 쓴 리뷰는 제외하더라도 알라딘의 서재에서 포스팅되는 리뷰 대부분은 아마도 거의 공짜일 것이다. 나도 어떤 대가도 없는 책 리뷰라서 그런지 몰라도 과연 이 리뷰의 가치는 얼마일까 비교론으로 따지기도 애매하다. 어떤 리뷰의 기준이 없이 길든 짧든, 독후감의 가격이란 무엇인지 이 책이 따져 묻게 한다. 어느 작가는 자신이 글에 저작권을 걸어 책으로 발표하여 출판사와 작가에게 인세라도 가는데 알라딘 유저 대부분은 글이 거의 공짜다. 전통적인 경제이론이었던 사람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알라딘의 유저들은 과연 합리적인 생산자이자 소비자 일까.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합리적이지 않는 것이 공짜이었기에. 경제 시간에 배웠던 가격의 결정요인이었던 수요와 공급이라고 했다. 그러나 리뷰에 수요는 얼마이며 공급이 얼마길래 가격이 결정될까 싶기도 했다. 리뷰의 수요는? 그리고 공급은? 사실 리뷰의 수요와 공급은 객관적이지 못하다. 그러니 가격을 객관적으로 얼마다 이야기할 수도 없다. 그러나 얼마나 집계되지는 못해도 분명 수요와 공급은 있을 텐데 다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물론, 리뷰로 가격을 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 책을 읽었던 토대로 사진을 오래 했던 나로서는 가격과 연관 지어서 사진의 가격이 얼마일까?라는 질문은 한편으론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내가 찍은 사진의 가격은? 물론 고전적 경제이론에 따라 수요가 없으니 아무리 공급이 있다 해도 가격은 늘 0에 수렴한다는 것쯤은 잘 안다. 혹여 수요가 있다 해도 가격을 떠받칠 만한 강력한 수요는 아니기에 역시 가격은 0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진이 어떤 특정한 사건이나 사고에 우연찮게 관련이 되면 그 가격 역시 0에 수렴되는 웃지 못할 상황에 빠진다. 사진은 반드시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이루어지는 수주형 가격이 맞는 거 같다.

오래전에 내가 사는 지역의 지하철에 큰불이 났었고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었다. 잠시 몸을 담았던 동호회 친구 한 분이 그 지하철 기차를 타고 있었다. 물론 사진동호회 회원답게 사진을 좋아해서 늘 카메라를 소지하고 있었다. 지하철에서 누가 불을 지르고 연기가 온 열차 칸칸이 퍼질 때의 상황을 카메라로 담았다. 그런 사진을 개인 홈페이지에 포스팅하고 그때의 상황을 기록했었다. 그러나 그 위기의 순간에 담았던 사진은 온 언론사가 모두 퍼갔다. 그리고 자신들이 취재한 양 저자에겐 동의 한마디 구하지도 않은 채로 사고를 기록한 긴박한 순간의 그 사진을 그대로 신문에 실었다. 심지어 통신사와 제휴를 맺은 외국 통신사도 그 사진을 실었다. 사진은 비록 유명해졌으나 사진을 찍었던 작가에게는 이런저런 한마디 설명도 전혀 없었다. 그저 작가는 사진만 제공한 셈이 되었고 신문사는 손쉽게 사진기자를 투입하지도 않고 기삿거리의 사진을 얻었다. 신문사로는 사진을 얻는 비용이 거의 공짜였던 거다. 사진 기자가 취재하러 오며 가는 시간을 줄였고 사진 기자가 취재할 경비를 줄였다. 분명 그 사진으로 신문사로써는 비용을 아끼는 등의 이득을 취했으나 작가는 그 어떤 소득을 얻지는 못했다. 다만 작가에게는 공공의 소식에 알리는 역할만 있었을 뿐이다. 문제는 단순히 얻어걸려 찍은 사진이든, 작정하고 취재하여 찍은 사진이든 사진에는 목적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지하철에서 불이 나서 자욱한 연기에 감싸인 객실의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의 수요는 폭발적이었으나, 공급은 딱 한 장이었다. 물론 경제 이론상 공급이 한 장이었고 수요가 너무 많았으니 가격은 천정부지였겠지만, 아쉽게도 공익이란 목적이 경제 이론적 수요 공급의 가격 절정권을 무너 뜨린 셈이다. 그렇다고 그런 사건이나 사고를 재현해서 담은 사진은 가치가 없다. 사진의 가격은 조작이 없을 때라야 가격이 오르며 공공의 목적에 가까울수록 가격도 사라진다. 그러나 가격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그 사진의 가치는 가격으로는 도저히 매길 수 없는 사진이었다. 가끔 뉴스에서 결혼식이나 이런 사진을 망쳐서 클라이언트에게 사진을 못 주고 사기 치는 경우도 사진의 가치와 가격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이유이다. 결국 시간의 가격과 공간의 가격이 맞물린 것이 사진의 가격일 것이다.

역시나 나 또한 사진으로 가격을 매겨 본 적은 없다. 누구에게 사진의 가격을 매겨서 팔아 본적도 없다. 사진의 수요가 없었던 이유이다. 그러나 수요도 없는 사진이라고는 하지만 내 삶의 정체성과 사유에 대한 과정이 사진에 담겨 있다. 그러니 가격으로 따지기는 상당히 곤란하다. 이게 얼마라 말 할 수는 없다. 이때까지 사진을 담기 위해 돌아다녔던 시간을 기회비용이라고 한다면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했더라면 돈을 더 벌었을 수도 있겠으나, 그러지를 못했다. 특히 사진을 담았던 시간은 가격으로 따질 수는 없다. 돌아다니며 들였던 이동 수단에 대한 경비는 일절 자부담이었다. 누가 찍어 달래서 담은 적이 거의 없으니까. 결국은 사진도 내가 좋아서 돈 들여서 해야하는 노고 일 뿐이다. 누가 하라 해서 한 것도 아니고 하지 말란다고 안한 것도 아니었던 거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가를 바라는 마음이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사진이 얻어 걸린 거나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쓰다 보니, 한편으로는 저마다의 각자가 가진 시간의 가격은 얼마일까? 시간의 절대적인 균등성에서 사람마다 가진 시간은 다 같다고 한다면, 하루에 주어진 시간 24시간의 가격은 어떻게 책정될 수 있을까? 시간 단위당 가격이라는 것. 결국 그 시간 동안에 무엇을 생산하거나 어떤 행위로써 가격이 정할 수 있나 싶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노동의 가격에 대한 여러 가지 고찰이 나오기도 한다. 노동자의 노동 가격의 차이가 어떻게 벌어지고 좁혀질 것인지에 대한 흥미였다. 다 같은 시간을 사는 이 순간의 가격이 싼 것인지 비싼 건지를 떠나서 무거웠을 것만 같았다. 인도의 어떤 아이가 하루 종일 쓰레기를 뒤져 플라스틱 병을 모아서 벌 수 있는 돈의 시간과 월가에서 펀드매니저가 벌어들이는 펀드 수익의 시간적인 비교론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로운 것인가에 대한 비교론만으로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분명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가치와 가격에 대한 고민은 고품격인지 저 품격인지 비교의 기준이 뭔지에 대한 생각은 실로 다양하기에 어떤 가격으로 자신에게 부여할 것인지 따져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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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19-07-23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작권이라는 게 있는데 남의 사진을 마구 퍼가도 되는 건가요?
친구분(저작권자)가 그 사진을 공개로 설정해놓으셨던가요?
저도 글 도둑질을 많이 당한 사람이라 그 심정 이해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화면을 통째로 복사하는 기능이 있다보니
사진이고 동영상이고 마구 퍼나르는 추세 같아요 ㅠ.ㅠ

yureka01 2019-07-23 14:01   좋아요 2 | URL
퍼가는 거야 막을 수야 없겠지요.다만 퍼간 사진을 어떤 목적으로 무단 사용이 문제라서요...
공개된 사진이라도 이용했을 때 공익적 목적이었더라도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 먼저 순서이니까요...
돈벌자고 찍은 사진이 아니더라도 저작자의 권리를 무시하면서
신문사는 자신들의 기사에 저작권을 걸고 있는 모순을 보면 상당히 잘못된 거죠..
자기의 권리는 지켜 달라면서 남의 권리는 무시하는 처사는 비판 받아 마땅하니까요..

2019-07-23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23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7-23 1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쓰는 일도 본인이 정말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면 어느 정도 비용이 들어요. 책을 덜 사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 위주로 읽다보니 도서구입비는 예전보다 줄어들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교통비가 조금 올랐어요. 제가 차를 소유하지 않고 있어서 주로 탑승하는 이동 수단은 버스에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보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다른 지역구의 도서관에 가요. 이 도서관, 저 도서관에 가게 되면 버스카드에 충전된 금액이 야금야금 줄어들어요. ^^;;

yureka01 2019-07-23 16:28   좋아요 1 | URL
그럼요,좋아한다라는것은 비용이라기 보다는 좋음의 값을 치르는 의미겠지요...
네 보고 싶은 책 대부분 사는 것도 적은 것도 아니니까요...

2019-07-24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25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25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26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1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2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雨香 2019-08-05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은 비록 유명해졌으나 사진을 찍었던 작가에게는 이런저런 한마디 설명도 전혀 없었다. 그저 작가는 사진만 제공한 셈이 되었고 신문사는 손쉽게 사진기자를 투입하지도 않고 기삿거리의 사진을 얻었다. ‘

기사를 무단 전제하면 안된다는 하는 이들이 그 사진은 공공의 것으로 생각한 것일까요. 명예기자가 아니라면 최소한 지면 한칸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요즘 언론의 데스크나 편집에 제 정신인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들지만요)

yureka01 2019-08-06 09:14   좋아요 1 | URL
흔히 경험하는 거죠..
나는 공적이라 되고 넌 사적이라 안되고....이런 이중성이 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