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만 6706㎡(19만 5천628평). 국회의원 99명(배우자 소유 포함)이 보유한 농지 면적이다. 농지라는 점에 주목하자. 일반 토지면 그러려니 해도 농지라는 것에 뭔가 상당히 의문표가 찍힌다. 국회의원이 농사지을 것도 아닌데 왠 농지가 이렇게 많은가 말이다. 전부 상속이나 증여를 받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 쳐도 저렇게 많이 상속이나 증여를 받을 수 있는 것도 또한 놀랍긴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농지법에는 농민이 아니면 농지 소유가 불가능하다. 농업을 경영하는 농업법인을 제외하면 일반 법인조차 농지 소유 불가이다. 대대로 우리나라의 농지는 경자유전의 원칙에 의거하여 농사를 짓는 자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다만 예외적인 사항이 있는데, 대부분 국회의원들은 이 예외사항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농업을 겸직하는 국회의원은 한 명도 본 적이 없다.(아 옛날에 강기갑 전 의원은 농민이었지.) 이런 예외라는 것은 결국 경자유전의 원칙을 훼손한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소유한 농지는 과연 무슨 용도일까? 농사를 짓는 농민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이 대원칙이 상당히 무색하게 변질되어 버렸다.

 

결국은 부동산도 소위 있는 자들끼리만의 복마전일 뿐이다. 여기의 토지 시장은 거의 대부분이 없는 자는 철저히 열외이다. 어딜 나가서 둘러 봐도 어느 구석을 해매도 내 수중에 지불할 자금력으로 든든하고 보면 또 다른 눈먼 자금이 보이지만, 없는 사람에겐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자본력은 자본의 냄새에 아주 민감하게 하고 시야를 상당히 넓혀 주는 마력이 있기도 하다. 즉, 어떤 수준의 소유에 대한 차이가 이를 자본의 확장을 결정한다. 농사를 짓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농지가 어느 공공이나 민간의 개발  계획에 포함되느냐, 개발지의 근처 주변에 있으냐에 따라 시세 차이와 호가는 천차만별이고 개발을 전혀 할 수 없는 "절대농지나 보전 임지"는 평생을 가지고 있어도 요지부동으로 거래가 없다. 대부분 자본력 있는 자들의 농지는 개발 호재를 따라가는 것이 뻔하다. 다만 그 개발 정보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는 위치인가에 따라 농지의 소유도 판가름 날 것이다. 따라서 자본력은 자본의 집중을 위해 냄새 또한 기가 막히게 민감도를 올리는 역할도 한다.

 

부동산에 대해 좀 더 확장해서 비약해 보자. 자본력의 차이가 결국 권력의 호불호가 갈리고 정치력의 결과이다. 상당히 아픈 지적이겠지만, 어느 누가 나선다 하더라도 자신의 자본력이 삶의 방향성을 결정하기도 한다. 정치적 방향성도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누구는 하루하루 얼마의 일당을 받아 일상을 살아나가든, 직업이 없어도 자본력으로 얼마든지 소득을 유리하게 끌어 내서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것도 이 차이를 말한다. 누군 자신의 자본력으로 시세차액을 남길 곳에 투입하면서 보이지도 않는 미래의 자본을 결국은 현실화시키는 결정도 현재의 자본이 결정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에 더불어서 잔머리 잘 굴러가서 기막힌 타이밍에서, 적재적소에 자본을 투입하는 자본의 민감성 또한 실력이 될 것이겠다. 이런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것도 물론 자본력과 정보력이 존재해야만 하는 기초 자산일 것이다. 특히 천민자본주의가 심화되고 강력해질수록 없는 놈은 점점 더 약탈당하듯 자본을 축적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극히 소수의 재벌가들은 평생 다 써도 못 쓰고 죽을 만큼의 자본이 집약되는 형국이다. 기울어진 자본의 운동장에서 달리는 모든 사람들이 해당된다고 보면 맞다. 신발에 모터가 달린 사람이랑 맨발로 달리는 사람의 자본적 추력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벌어지는 것. 자본의 추력은 자본주의에서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학교 전공을 도시계획이었다. 즉 개발 정보에 접근하기 유리한 공부도 했었다. 개발 사업에 따라 부동산 가격은 진폭 파동을 이루기 마련이기에, 즉 토지이용에 따른 토지의 가격이 결정되기도 한다. 전공 수업 때 지대론(부동산 가격론)은 거의가 토지이용에 관한 것이었으나, 그동안 살아오면서 부동산 투기 혹은 투자는 한 번도 해 본적도 없다. 게다가 회사 업무도 부동산에 관한 것도 많이 있고 토지에 관한 법률이나 부동산 개발 등 건축에서 다루어왔다. 그러나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왜 당신은 하지 못하는가라고 와이프로부터 평생을 타박 받았다. 알지. 왜 모르겠나. 정보력도 관련 공부도 다 되어 타이밍도 찾아 잴 줄도 아는데 단 하나의 관건은 자본력이었더란 말이다. 자본이 천박해질수록 돈이 돈을 버는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자본력의 부재는 자본의 집약에 최대 걸림돌이었다는 걸 와이프는 간과 한 것일 테다. 월급만으로 내 살 집조차 하나 건사하기에는 이젠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즉 자본 시장에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도 늘 자본 시장에서 노는 사람들에 비해 늘 뒤처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그 시장에 입장할 수 없어 거래할 수 없다면 뻔한 거 아니겠는가. 나도 물론 이 시장에 입성조차 못했다. 따라서 자본력이 계속 불로소득의 자본으로 집중될 때는 노동이나 근로가 폄하된다. 진짜 뭐 빠지게 일해도 노동 푸어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자본의 축적 없이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의 일상은 늘 그자리만 맴돌 뿐이고 혹여 그 자리마저 잃게 되면 바로 나락으로 추락하는 급진 하강이 삶을 무수히 봐왔지 않았던가 말이다. 열심히 일 하는데 왜 늘 부족하고 점점 빼앗기는 것처럼 가난한가라는 질문의 답은 열심히 일해도 벌어서 축적할 동안 자본은 더 많이 축적되니 항상 허덕거리는 결과를 낳게 되는 거다. 하다 못해 열심히 농사 지어서 버는 소득보다 어느 누군가의 땅이 개발사업에 수용되어서 보상금으로 몇 억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가끔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이게 자본의 기회론에 수렴된다. 어디에 어떻게 무슨 위치에 있는가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진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구의 아들로 태어나는 것인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것도 전혀 도외시할 수 없는 본질적 운명은 다 가지고 있는 셈이다. 땅도 마찬가지이다.

 

주제넘은 생각이었지만 한동안 비교적 자주 땅을 보러 다녔다. 무슨 대단한 자본력으로 투기하고 싶어서 토지를 구하려 하지는 않았다. 얼마 있지 않을 은퇴도 대비해야 하고 그동안의 살아온 도시의 삶을 청산하고 싶은 마지막 욕망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 욕망이 너무나도 어렵고 고단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지역적인 거리를 감안하고 주변의 환경을 고려하고 풍경과 조망을 고려하고 접근성을 따지는 등등의 조건과 토지의 형상과 풍수지리를 보고 게다가 이에 따른 지대 가격에 상관된 자금을 생각해보면 정말 터무니없이 올라가는 땅값을 따라잡을 방법이!~ 난감 난감이다. 2-3년 전의 땅값이 현재는 평당 몇십만 원 오르는 걸 무슨 노래 부르듯 올라 버리는 호가에 기겁하고 놀라기만 한다. 올라도 너무 올랐는데 자금력은 상대적으로 점점 반비례로 턱없이 부족해져만 가는 상황이다. 쌓이는 속도에 오르는 가격을 쫓기가 너무도 어렵다. 게다가 계획하는 토지이용을 할 수 없는 땅은 누가 공짜로 줘도 소용이 없다. 필요한 토지는 가격만 들입다 비싸지고 별 쓸모도 없는 토지조차 꾸준한 인상의 욕망에 바람만 잔득 불어 댄 꼴이다. 시골이나 산골에 인구가 급격히 줄어간다고는 하지만 시골에 땅을 소유한 사람들의 욕망 또한 강력하기 때문에 쉽게 내놓지 않는다. 새로운 인구 유입이 차단된 상태에서 시골 산촌 땅은 잡풀이 우거진 버려진 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다. 소위 묵전이라고 묵은 전답은 농사짓기 점점 어려워질 텐데 관리가 전혀 안된 땅들이 많다. 게다가 시골에 무슨 놈의 전원 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땅 장사는 그리도 많은지, 온통 산을 깍고 전답을 매워 주택 부지로 분양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부지 조성공사에 토목공사로 투입된 자금의 본전을 생각하고 이익을 얻다 보니 터무니없는 높은 분양가격이 형성되는 형국이다. 전 국토가 부동산에 망조가 들어가는 걸 보면 토지의 필수적이고도 삶의 주거안정성에 토지의 역할이 오히려 방해되는 꼴을 낳고 만다. 지금 생산성이 전혀 없는 부동산에 발목이 잡힌 부채가 얼마나 될는지 수백 조는 넘을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전처럼 열정적으로 땅을 보러 갈 의욕도 사라졌다. 그렇다고 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 지켜보자는 심산이 강하게 일어난다. 어차피 쉽게 이루지 못할 거라면 당분간 지켜보며 상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가름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듯하다. 뭐 그렇게 더 오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금의 자금력으로 소화를 못 시킬 요건이라면 아예 깔끔하게 단념하는 것도 마음 조림이 덜할지도 모르겠다. 이게 다 뭐라고 아둥바둥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렇게 소원하고 욕망을 한다 해도 종국에는 내가 다 내려놓고 떠나야 할 건데 왜 악착같이 열정의 에너지를 소모시키며 삶을 고갈시켜야 할 것도 아니란 거다. 되면 되고 말면 말자. 바락바락 달려들어도 찾아지지 않는 것들에 소모시키지는 말아야겠다. 시간은 늘 희나리처럼 흰 재처럼 날아가 버리는데 말이다.

 

어디 겔러리 하나 지을 땅 없나? 나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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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6-01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땅을 살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무엇보다 갤러리를 짓는 데 거의 완벽한 조건을 갖춘 땅을 찾는 일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겠어요.

yureka01 2019-06-02 11:50   좋아요 0 | URL
핵심입니다..자금이야 무리해서라도 조건에 맞는 땅을 찾으면 질러 볼텐데...찾아도 보이질 않으니 말이죠..

2019-06-01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02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9-06-03 1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땅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음에도 제대로 된 농촌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이면서 비극이라 여겨집니다...

yureka01 2019-06-03 13:31   좋아요 2 | URL
시골분들 거의가 70대 80대입니다..앞으로 10년 내 급격한 도시인들의 유입이 없다면,
공동화현상이 일어납니다. 지금도 공동화가 진행중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땅값은 반대로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하더군요..
부동산업자 때문인지 아니면 소유자의 욕심 때문인지 아니면 시골 땅 수요가 갑짜기 폭증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상황이 그렇습니다.
저처럼 자금력이 부족한 사람은 점점 시골로 귀향이 멀어지는 듯하네요...
모아도 오르는 땅값에는 턱없으니까요..
조바심 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땅도 다 인연이려니...합니다...

강옥 2019-06-04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부턴가 시골길 가다 보면 뜬금없이 갤러리가 나타나곤 하더군요
작업장 겸 갤러리로 사용되는, 거의 문이 닫혀있는, 필요에 따라 개방하는 -
사진이나 그림하는 분들의 로망이 갤러리카페나 갤러리주택일 겁니다.
전자는 상업용이고 전자는 주거용이겠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기는 정도지 싶어요.
단순 귀농이나 귀촌이 아니고 갤러리를 꿈꾸신다면 여러가지 생각할 것들이 많겠지요.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데, 그넘의 돈이 어디 가서 안 오는지 ㅎㅎ
도시계획 전공하셨으면 공무원으로 취직, 관공서에 들어가서 알짜 정보를 선점(?)할 수도 있었을텐데 ㅎㅎ

일주일 외유에서 돌아오니 반가운 유레카님의 글이 올라와있네요
날씨 더운데 컨디션 관리 잘하이소~~~

yureka01 2019-06-04 11:34   좋아요 1 | URL
사진으로 돈 벌 수 있을 만큼의 지명도나 명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진 재주가 월등한 것도 아니라서..겔러리 하면 ...즉각 망하는게 상업용이라서요..
그러니 상업용 겔러리는 제 주제에 과분한 거라서 ...
그저 사진 즐김용이나 은퇴후의 2막의 삶은 꼭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일단 시골로 가면 돈이 많이 필요가 없어서요..투자할 자금만 있으면 시골 살이 유지는 그리 많이 필요한게 아니라서 가능할듯해서요..
어릴때 아주 가까운 사람이 공무원이라서..공무원하면 제 숨이 막힐듯해서 안했습니다..ㅎㅎㅎㅎ
요즘은 공무원이 1등 직업군이더만요.

네 여름 시작이네요..감사합니다!~

2019-06-04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07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17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17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0 0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0 08: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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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2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3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6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26 09: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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