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꼼꼼히 읽어 보지 않아서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크게 관심은 없습니다. 사람 사는 사회에서 견해의 차이로 인한 다툼이야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일상의 지루한 반복의 갈등 같아 보여서 말이죠. 그러나 사실관계나 정확한 팩트에 대해 왜곡이나 확고한 저의는 밝힐 수 없지만 편향성이 엿보일 때는 분명히 바로잡아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손 의원의 문화재 관련에 대한 부동산 투기라는 시선을 상당히 불편한 뉴스가 보이더군요. 하기야 문화재 문자도 모르는 사람들이야 당장 눈에 띄는 단어가 부동산 투기, 부동산 차명, 불법 증여 등등 이런 일상적인 단골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슷하게 들먹인다는 점입니다. 자 들어가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문화재는 지정문화재와 등록문화재로 나눕니다. 지정은 국가의 강재적인 사항이고 등록은 소유자가 등록 신청하고 심사를 거쳐 등록 여부가 판단됩니다. 물론 역사학의 각 분야의 심사자가 있습니다. 역사적인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판단합니다. 여기서 지정문화재는 다시 국가에서 지정하는 경우도 있고 지방지차단체에서 지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동산의 문화재 지정은 소유자가 기를 쓰고 받아 내고 싶어 합니다. 오래된 도자기나 고고학적인 가치가 있어 보이는 물건, 역사적인 사건에 관련된 유물 등이 해당될 것입니다. 동산으로써 문화재의 가치가 곧 동산의 가격과 직결되기 때문이거든요. 그러니 당연히 내가 가진 물건이 문화재로 지정된다면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지경의 가치로 일확천금의 기회를 만나게 되거든요. 그러니 고고학에서 박물학까지 물건을 수집하고 찾아다니는 등등을 업으로 삼는 사람도 있습니다. 게 중에는 정말로 문화재를 사랑하고 역사적 가치의 보존을 위해 힘을 쓰는 간송같은 분들도 있습니다만, 반대로 문화재의 역사적 가치에 따라 돈벌이를 삼는 사람도 훨씬 많거든요.
그런데 문화재적 가치가 동산이 아닌 부동산이 될 경우, 소유자는 정반대의 스탠스를 취합니다. 부동산의 문화재 지정을 기를 쓰고 피하려 합니다. 부동산에는 공공성이 강조되어 사유재산을 제한하는 경우가 몇몇 가지 있습니다. 군사시설구역, 상수도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축사제한구역, 문화재보호구역등. 이런 구역의 설정은 사유재산을 재한하여 개발을 하지 못하고, 구역의 목적에 맞게 부동산이 보호되지 못하면 법적으로 처벌받도록 강제합니다. 문화재보호구역도 마찬가지로 구역으로 지정되면 소유자는 그 부동산의 가치 하락을 겪어야 합니다. 특히 문화재보호구역의 땅을 투기로 매입하는 바보는 없거든요. 매입해도 마음대로 개발을 할 수 없고 개발해서 가치를 올려서 시장에 내놓을 수가 없고 구매자가 없다면 누가 가격을 높혀 사드릴 이유가 없겠지요. 투기꾼의 입장에서는 문화재보호구역의 땅은 처다도 안 봅니다. 이익의 관점에서 투기꾼의 시각으로 보자면, 문화재보호구역의 땅은 투기 차액을 실현할 수 없는, 가치 없는 땅이 되겠다 이 말입니다. 그런데 문화재를 소유자가 지정하려 든다고 하면 투기꾼의 자살골이 되겠지요. 미치지 않고서야 지정되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살아온 삶의 과정에 비추어 보면, 문화재의 순수한 사랑이라는 관점을 투기꾼들은 이해를 전혀 못하죠. 돈 벌이가 안된다는 것에 자살골을 차는 게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라서요.
이처럼 동산과 부동산의 문화재적 시각은 너무나도 극명하게 대척점을 이루고 있습니다. 몇 채를 사들였냐, 차명이나 증여나 등등의 논란 따위는 사실 투기꾼들의 이익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편향성이야 없을 수가 없겠지만 확실한 것은 그 땅을 사들여서 얼마만큼의 시세차익을 누렸고 얼마의 돈을 통장에 입금된 현금이냐라는 점에서 불 수 있습니다. 단순히 개발 호가만 높였다고 투기했다는 것도 엄밀히 말하자면, 아니란 거죠. 직접 번 돈이 없이 땅값이 얼마라는 호가만 올랐다고 돈 벌었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되는 거였습니다. 특히 문화재로 지정되면 땅값 절대 오르지 않습니다. 개발 행위 제한받습니다. 재개발 전혀 못합니다. 여기서 포인트. 소유자가 자신의 부동산을 등록문화재로 지정받겠다는 점입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여기서 그 땅을 대규모로 매입해서 개발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기도 하다는 뜻도 됩니다. 그 땅이 문화재로 지정됨으로써 개발행위 자체를 할 수없다면 사업 시작도 못합니다. 주변의 토지 소유자들도 엄청 난감할 것입니다. 오래된 집을 팔리지도 않는데 시행사가 나서서 매입하여 팔고 나갈 수 없게 된 셈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주변 일대를 개발해서 아파트 지어 팔아먹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어떻게든 문화재 지정을 막아야 하고,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겠지요.
최근에 제가 다니는 회사에 아파트 시행자와 건축 계약을 했습니다. 해필 사업 부지가 문화재 출토 구역으로 설정된 곳이었거든요. 그것도 청동시 시대의 돌도끼같은, 그런 문화재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구역이었거든요. 두 달 동안 공사를 못했습니다. 착공하기 전에 문화재 지표조사를 해서 문화재가 출토되지 않았음을 문화재 조사 기관에서 (조사의뢰도 돈이 많이 듭니다.) 의뢰하여 조사하고 문화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공사를 할 수 있거든요. 이 조사 기간만 2달이 걸린 겁니다. 다행히?도 문화재는 출토되지 않았고 문화재가 없음으로 공사를 진행해도 된다는 승인을 받긴 했습니다. 2달간 공사를 진핼 할 수 없는 시행자는 분양을 두달간 늦춰야 하는 손해를 입은 셈이죠. 왜냐면, 사업이 자기 자금이 아니라 대출을 끼고 있음으로 이자 부담이 두 달 동안 더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비용이 발생이 늘어가는 거라서요.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화재적 가치에 대해 무지합니다. 문화재에 대해 크게 따져 본적도 없고 살아가는데 상관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이게 자신의 재산적 가치와 연결될 때, 그제서야 난리 블루스를 추게 되는 겁니다. 자신의 이익과 역사적 문화적 가치의 충돌이 생길 때 과연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그 사람의 가치관과 살아왔던 이력이 증명하는 셈이거든요. 개발사업자 입장에서는 당장에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손해로 연결될지도 모르는 마당에 그깟 문화재에 의해서 내 재산의 침해가 발생하는데 광분하기 마련이거든요. 대부분은 그래요. 대부분은. 그러나 이런 재산가치에 전혀 연연하지 않고 문화적 가치에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는 사람은 당연히 보존하고 보호하고 싶어가는 것이 희귀한 케이스입니다. 개발업자적 시각에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거죠.
말로는 5,000년 역사의 전통문화가 살아 있는 단일 민족이니 하며 자뻑질하겠지만 현실은 조카리 마이싱이라는 거죠. 도시 골목 도심의 빌딩 사이 등등 어디를 둘러봐도 고작 100년도 넘은 건물 하나 없는 곳이 수두룩합니다. 100년 전까지 올라갈 것도 없습니다. 50년만 지나도 의미 있는 건물이 거의 없어요. 어떤 가치와 문화의 가치를 세길만 하면 모조리 부숴 버리고 새로운 건물을 올리기 바쁘거든요. 동유럽의 도시만 가더라도 중세 시대의 건물이 많아요. 일상의 사람이 살았던 주택에서부터 공공건물까지 현재의 시점에서 직접 건물이 사용되고 있거든요. 사람의 인적이 활발하고 사람의 체취가 배어든 건물은 빨리 상하지 않습니다. 빈 건물은 몇 년만 지나도 쇠락하지만 이용되는 건물은 여전히 숨을 쉬거든요. 100년 전에 할아버지가 살았던 집에서 손자가 여전히 살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는 거니까요. 그러니 동유럽의 여행을 가서 중세 시대의 모습을 보러 가는 것도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어주거든요. 요즘은 100년전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았던 집에서 사는 사람 아무도 없을 거예요. 심지어 어떤 개개인마다 조부모가 쓴 기록이라도 있다면 명문가 대접을 받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부수고 새로 짓는 건 참 잘하는데 보존하는 것은 아주 빵점이라는 거죠. 그래서일까요. 흔히 그런 말 한 번쯤 들어 봤을 겁니다. 근본 없는 자식이라고. 뿌리가 없는 놈이 근본이 없다는 말이죠. 90%가 가짜인 족보에 이름 석자 올랐다고 가문이 명문이라고 자뻑하는 꼴이 웃습지 않습니까요. 집안에 하다못해 웃대 어른의 기록 담긴 무슨 쪼가리라도 있다면 모를까 아무것도 없잖아요. 빌딩 몇 채, 아파트 수 채 가진 게 불나방의 가치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그래서 근본 없는 자식이란 전통이 없는 천박한 쌍놈이라고 하는 이유가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릴 적 나고 자랐던 집 다락방에는 오래된 고서적 몇 권과 대대로 물려받은 일기와 족보가 있었던 나무 상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라서 그 가치를 전혀 몰랐었고, 또한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기도 하고 집을 새로 신축하면서 그 나무상자에 들었던 것을 모두 망실했거든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나의 뿌리였고, 내가 태어나게 된 근본이라는 점입니다. 조부가 만든 책도 있고 윗대로부터 받았던 책도 있고 누렇게 빛바래서 너덜너덜한 것도 있었거든요. 이걸 챙기지 못했다는 것은 윗대 조상들의 뿌리를 버린 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당시의 사람들이 적은 기록이 오늘날의 내가 존재한 원인이나 같은 건데 이걸 몰랐으니까요. 그러니 나도 개상놈이 된 거예요. 입증할 수 있는 기록을 잃어버렸으니 증명할 방법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우리는 어쩌면 역사의 주민등록증이 없이 사는 거나 비슷할는지도 모르죠. 그러니 역사의 신분증도 없이 사는 거라서요. 요즘 같으면 복사라도 하고 스캔이라도 하면서 백업이라도 받아 두는 건데 말입니다. 너무나도 후회되는 일중에 하나입니다만, 그때는 몰랐으니까요.
그렇다면 앞으로는 지금 우리들이 지금 생산해 내고 있는 기록들이 후대들의 뿌리가 되어 줄지 또 누가 압니까.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자료를 남기는 기록들 차곡차곡 정리하고 알아보기 쉽게 분류하여 저장하고 망실에 대비한 백업화가 있어야겠지요. 어쩌면 오늘 지금 당장 알라딘 서재에 글을 몇자 쓰고 올리는 기록도 어느 누구 손자가 우리 할아버지가 쓴 기록임을 명시하는 일. 바로 그런 게 이어지는 전통이 되어가는 점일 것입니다. 역사는 그리 간단하고 쉽지가 않거든요. 이런 개개인들의 유물과 유산과 기록들이 모이고 모여서 관습이 생기고 관습이 곧 전통으로 역사로 집대성이 되고 누적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제까지 근본 없는 불나방으로 살아야 하겠는지요?
PS : 그래서 뒷이야기를 찾아 봤습니다. 역시나.!~기레기들이 문제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