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하늘에다 검은 먹지 대고 쓰는
헐거워진 구름 낙서들.
직전만 하던 빛이 어느새
공간을 허물어 인화시키고,
그 어느 가장자리에서
너와 내가 우두커니 바라보다
흘겨지는 언어로 마주친다.
아마도 우리는 이 혼란한 시대를 거슬러
정돈된 땅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읽어 내지는 못했기에,
순간으로 풀어 해치며 쓴 초서체 같은 잔상을
묵묵히 읽고 있는지도 몰라.
엘리시움이 닥칠 리가 없어.
그저 세월이나 흘려 보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