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아름다운 이웃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책 한 권을 만난다는 건. 마음에 활력을 주는 일이다.나는 그동안 박완서 작가의 아니.. 왠지 작가라는 단어보다 할머니라는 단어가 더 정겨운 그녀의 책들을 통해 마음 속 따뜻함을 참 많이 느껴왔었다. 박완서 할머니의 많은 책들을 접했지만 이 책의 존재 자체는 몰랐었다. 집이 아닌 다른곳에 와 있어서 내 책을 읽을 수 없어 잠시 들른 도서대여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였다. 박완서 꽁트집- 이라는 책 표지의 문구를 보고 당장 이 책을 집어 들어 빌렸다.
총 48편의 단편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래. 콩트집-
이런 콩트집이라면 몇백편의 이야기들도 내리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역시나 박완서 할머니의 글은 나를 참 따뜻하게도. 편안하게도 만들어 버렸다. 이번에도- 역시나-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야기는 이웃의 이야기들 뿐이라 생각하겠지만. 이건 우리 삶 속 곳곳에 숨어 있는 모든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70년대 이야기. 그시절 우리네 가정 이야기들과. 사회 이야기. 할머니- 어머니- 사랑과 결혼. 인생의 가치. 모든 사람들이 겪는 소소한 즐거움. 일상적 에피소드들. 참 많은 단편적 이야기들이 48편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즐거웠다. 내가 몰랐던 또 다른 그녀의 책을 만나서 좋았고.
비록 대여점으로 다시 돌아갈 책이지만. 박완서 꽁트집 이라는 문구가. 이 책의 단편들이. 영영 잊혀질것 갖지 않다. 오래도록 남아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것 같다.
사람만이 아니라 물건도 남이 없는 물건이 있으면 군더더기처럼 눈에 거슬려서 어떡하든 없애버리고 싶고 남이 있는 물건이 없으면 괜히 열등감이 느껴져 어떡하든 장만하고 싶곤 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가시자마자 어머니가 새 집 장만한 아들을 위해 시골서 가져오신 대소쿠리, 맷방석, 키 같은 걸 다 없애버렸다. 그런 것들이 베란다에 걸려 있는 건 아무리 봐도 꼴불견이었다. 양장하고 짚세기 신은 것만큼이나 꼴불견이었다. 어머니도 참 주책이었다. 요새는 시골에서도 잘 안 쓰는 물건들을 무슨 귀물처럼 가지고 오시다니. (p.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