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그리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10편의 단편들이 빼곡히 들어있는 알차면서도 각각의 단편들이 개성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 나는 단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권에 들어있는 단편들을 읽노라면 나중에는 뒤죽박죽 얽히기 십상이고, 급기야는 그 언젠간 내용조차 희미해진다. 하지만 이 책은 뭐랄까. 내가 알지 못한 국내 작가이고. 또 처음 이 책을 낸 저자임에도 이 10편의 단편들 하나하나가 또렷히 기억에 남아 있다.
하나의 단편들이 한권의 책으로 다시 살을 덧붙여 내도 정말 훌륭하다 싶을 만큼 내용이 훌륭했다. 저자는 그 스토리의 원천이 자신의 할머니에게서 나온것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풀어놓았다. 저자는 이런 말도 적어놓았다. '할머니는 요긴하다' 라고. 훗훗. 10편의 단편들의 장르도 다양하니 읽는 재미가 있다. 호러에서는 정말 단단한 호러구나. 라고 느낄만큼 흠칫. 하는 공포와 잔인함이 있다.
열편의 단편 중 몇개를 추려 보았다.
하나의 심장
샴쌍둥이인 두 형제는 하나의 심장에 두 사람이 붙어 있는 국내 최초의 샴쌍둥이이다. 그러나 전혀 다른 두 사람. 영우는 몸이 허약하고 항시 소설책만 읽는 매니아이다. 그러나 공부는 그닥 잘하지 못하는. 희수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건강하다. 이 두사람의 이야기인데 비극적이면서도 재미가 있다.
사향나무 로맨스
시급 3만원짜리 아르바이트. 아주 부잣집 할머니에게 하루 4시간 동안 책을 읽어주는 일이다. 하지만 그 책이란. 온갖 에로, 포르노에 가까운 내용들인 책들로 노파가 쓴 책들이다. 그리고 그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
시선
옆집 아가씨를 좋아하는 나. 그리고 동네 아가씨가 가진 나의 아기. 엄마와 남동생. 남동생과 여동생의 잠자리. 불쾌하고 뭔지 모를 범인의 추척. 마지막이 완전 반전이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아니라 할수 없었던 단편. 놀라게 된다. 정말로. -.-;;
기묘하고, 놀라고, 대 반전과 슬프고 잔인했던 10편의 단편 소설들.
놀랍다. 라는 생각밖에는 가지지 않았던 책이었다.
생전 처음 살인을 저지른 날 나는 살해되었다. 남자는 내가 너무 쉽게 죽어 버린 걸 아쉬워한다. 그는 내게서 몸을 떼 바지를 주워 입는다. 질식사한 내 얼굴은 어떨지 궁금하다. 시퍼럴까? 아니면 시뻘걸까? 어느 쪽이더라도 예쁘지는 않을 것이다. 남자는 잠시 곁에 앉아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살아 있었을 때 그렇게 다정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더라면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