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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품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hotoreview/photo_767703166639152.jpg)
오랜만에 읽는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책이다. 처음 이 작가의 이름을 접했을때, 가오리라는 물고기 이름이 생각나서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녀의 작품을 꽤나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찾아서 보니, 그녀가 낸 작품들에 비해 내가 읽은 책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도서관에 가서 빌려온 세권의 책들 중 한권의 책이 이 <호텔 선인장> 이라는 이름의 책이다. 얼핏보면 선인장이라는 이름의 호텔에서 생긴이야기일것 같은데, 여기서 호텔 선인장은 아파트 이름이었다. 특별한 이름. 왜 아파트에 호텔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이 아파트는 3층 건물로 각층마다 4개의 집이 위치해 있다. 아파트임에도 왠지 호텔이라는 이름을 붙이니, 분위기도 흡사 호텔이라는 느낌을 주는것 같은 집같아서. 역시 이름이 어떤 것이냐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아파트에 사는 세명의 남자이야기이다. 1층의 구석에 사는 2라는 남자. 2층의 구석에 사는 오이. 3층의 구석에 사는 모자. 이 세명의 만남과 그들의 생활과 삶. 이야기 등을 이야기하는 책으로 상당히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나쁜쪽으로 가볍다는 뜻이 아니라 뭐랄까, 특별할것 없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서 가볍다는 느낌? 그런데 그 가벼움 속에 따뜻함이 깃든다.
세명의 명칭이 이상하지 않은가? 2와 오이. 그리고 모자. 이들은 사람일까? 아니면 동화속처럼 정말 숫자2와 채소 오이. 그리고 우리가 쓰는 모자인걸까? 글을 읽다보면 이런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분명 사람이라는 언급이 나온다. 오이는 매일밤 운동을 하고, 모자는 책을 읽고 거북이를 기른다. 그리고 숫자 2는 관청사무실 직원이다. 이렇게 보면 사람이란것을 알겠는데, 또 중간중간 이런 문구도 나오긴 한다. 모자가 힘들어해서 오이가 모자를 쓰고 간다. 요런문구들. 사람이면서도 동시에 채소 오이와 숫자2 그리고 우리가 쓰는 모자와 겹쳐지게 생각하면서 읽으면 되겠다. ^^
2는 누구와 함께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모자와 오이 덕분에 함께 어울리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이들 세사람은 매일밤 오이의 방에서 만나 맥주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나누기도 하고, 오이의 고향집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면서 그렇게 호텔 선인장에서 생활해 나간다. 남남이었던 이들이 호텔 선인장에서 만나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상당히 일상적이고 가벼운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따뜻함이 담겨져 있어서 좋았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숫자 2는 2층의 오이에게 가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별다른 대책을 주지 않는 오이. 그리고 3층의 자고 있는 모자에게 다시 가 잠이 오지 않는다고 또다시 말하는 2. 모자도 오이의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숫자 2는 자신의 방으로 왔고 잠을 들 수 있었다. 이런 특별한 이야기가 없지만 그 속에서 이 세남자의 만남에 따뜻함이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남은 책들 모조리 다 읽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