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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마 이야기
나카무라 후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3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hotoreview/photo_767703166645398.jpg)
정말이지 오랜만에 빠져들듯이 읽었던 책이 아닐까 한다. 깔끔한 표지 속에 이런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니. 한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 한편을 보고 나온 듯도 하고, 책 속의 주인공 염마처럼 나도 신귀에 들린듯 책 속에 빠져들었던 것은 아닐까? 또,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염마가 나의 손바닥에 신귀의 문신을 새겨놓은 것은 아닐까. 라는....
곧 죽음을 앞둔 천하의 호쇼 문신사인 바이코 앞에 어느날 나타난 깊은 상처를 가진 살려달라는 말을 남기고 정신을 잃은 젊은 청년. 바이코는 문신사로서의 법칙을 어기고 그에게 죽기 전 신귀가 들린, 염마문신을 손바닥에 새긴다. 그리고 불로불사의 몸을 얻고, 바이코가 다시 지어준 염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되는 그. 바이코의 제자로 문신수업을 받게 된다. 어떤 상처를 입었든 염마는 살아나게 된다. 불사의 몸. 하지만 염마는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죽고 싶지만, 살아가게 되는데... 곧은 마음을 가진 염마. 그런데 바이코에게 염마 외에 단 한명의 제자가 더 있었다. 스스로 신귀의 문신을 자신의 손바닥에 새기고, 바이코에게 추방당한 야차. 그러니까 불사의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염마외에 한 사람이 더 있었던 것이다.
야차는 염마와는 다른 바이코의 제자였다. 스스로 신귀를 새귀고, 그 신귀를 다른 사람의 심장을 얻는 것으로 생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염마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에 문신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중간에 존재하는 나쓰라는 아가씨. 야차는 그녀를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 함께하기를 원했지만, 염마는 그녀를 불사로 만들고 싶지 않은 채 사랑했다. 나쓰는 야차가 아닌 염마를 사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늙지 않는 염마에게 여동생이었다가 누님 이었다가 어머님이었다가 할머니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곁에 끝까지 남았던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불사의 몸을 가진 염마와 야차. 이지만 인간의 한정된 삶이 더 아름답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행복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그 시간을 공유하고, 같은 시간을 늙어가며 사랑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기억하며 그 시간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이 책은 단연코 그 어떤 중심적인 이야기보다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아름답고. 차갑고.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