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그레이스 페일리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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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들


2007년 지병인 암이 악화되어 버몬트 주의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다. 2007년 5월, 생전에 가진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레이스 페일리는 자신이 꿈꾸는 세상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인종차별과 군국주의, 탐욕이 없는 세상. 그리고 여성이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싸울 필요가 없는 세상에서 후손들이 살아가기를 바란다.”


책 속에서,

그러나 나도 뭔가 소망하는 건 있다.
이를 테면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 두 주 만에 책 두 권을 반납하는 여자가 되고 싶다. 학교 제도를 바꾸고 사랑하는 이 도심의 여러 문제와 관련하여 예산위원회에서 연설하는 유력한 시민이 되고 싶다.
내 아이들이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전쟁이 끝나게 해주겠다고 오래전 아이들에게 약속했었다.
전남편이든 아니면 지금 사는 남편이든 죽을 때까지 한 남자와 부부로 살고 싶었다.-「소망」


아들의 결혼을 막기 위해 가슴을 칼로 찌른 엄마
갑작스러운 전개
달리는 여자
더러운 매트위애 숨는 여자
갈가리 찢기고 아파트에서 떨어진 소녀
떠나는 남자들
미워하는 여자들
커가는 그리고 서로 이해할 수 없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만 되풀이되는 가족의 대화.

어렵고 정신없고.
갑자기 문도 열어주지 않았는데, 낯선 이가 우리집 화장실에서 불쑥 나오는 당혹감.
그렇지만 하루키의 말처럼 곱씹으면서 다시 한 번 돌아가 읽어보면, 헛웃음대신 그 시대의 삶이 힘들고 위태롭게 들여다 보이는 이야기.

만27년을 함께 사는 내내 전남편은 속 좁은 말을 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 말들은 막힌 관을 뚫는 배관공의 긴 와이어처럼 정말 좁다랗게 생겨서, 내 귓속으로 파고들어 목을 타고 거의 심장 부근까지 와 닿곤 했다. 그러고 나면전남편은 배관공의 좁다란 장비가 목에 걸린 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나를 내버려두고 어딘가로 사라지곤 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이번에도 나는 도서관 계단에 주저앉았고, 그는 어딘가로 가버렸다는 얘기다.

알렉산드라가 미소 짓더니, 점잖게 고통을 드러내 보이려고 피가 나도록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자기 일의 연속성에 대해, 어떻게 하면 자랑스러울지,
어떻게 하면 한순간도 허비하지 않고 생산적으로 살아갈지 계속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담당하는 사람들을 차례차례 한 명씩 생각했다.
알렉산드라가 말했다. 데니스,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그 경우에는 이래야 해요. 당신과 헤어질 거야.

얘는 내 아이가 아니에요, 레니가 말했다. 어떤 놈이 나한테 빚을 졌는데 갚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놈이 자기의첫 번째 녀석을 내게 줬어요. A.D.C. 부양아동 보조금이있거든요. 자기야, 지금 난 엄마곰처럼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보며 지내요. 일주일에 한 번 몸 파는 일도 하지 않고요. 얘가 내 시간을 다 빼앗아요, 내 클로드가. 당신은안 그래요, 납작 가슴? 아이스크림 먹어, 클로디, 햇빛이다 핥아서 없어지겠다.

그런데 당신 말이 맞아요, 남자가 다정하게 말했다. 당신은 마음이란 놀라운 것이며 오래도록 살아 있고에로틱한 거라고 여겨요..
마음이 그래요? 알렉산드라가 물었다. 그러고는 궁금해졌다. 마음의 기대 수명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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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6-17 21: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는 작가인데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이 있다고 하니 관심있게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인용해주신 책 내용도 독특한 느낌이고요.
잘 읽었습니다. mini74님 좋은밤되세요.^^

mini74 2021-06-17 22:07   좋아요 3 | URL
일본에선 하루키가 번역했다고 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보내세요 *^^*

scott 2021-06-17 21: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그레이스 페일리 단편들

하루키옹 표현대로 중독적일정도로 씹는 맛!
오묘하게 얽히고 뒤틀린 인간들의 이면을 주고 받는 대화, 단 한줄의 문장으로 표현 하죠

번역이 좀 아쉽지만,,,,

세상 떠나기 전까지 열성적으로 사회 국가를 향해 목소리 높였던 분이죠.
사회 활동 때문에 더 많은 작품을 남기지 못한점이 아쉽지만,
작품을 왕성하게 써내도 막상 작가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적다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mini74 2021-06-17 22:07   좋아요 2 | URL
몫이 좀 크면 좋을텐데요. 발언도 작가님답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1-06-17 22: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해설 수록 이라니...일단 서점가면 살짝 읽어봐야 겠네요. 뭔가 내용이 하루키 느낌이 나네요. 엄마곰에 배관공이라니 ㅎㅎ

mini74 2021-06-17 22:09   좋아요 4 | URL
저 지금 하루키 번역책 또는 하루키 추천책 읽고 있는데 문장들마다 특유의 하루키 느낌이 담겨 있어요 새파랑님 *^^* 하루키의 문장과 이야기를 키워준 책들이 아닐까 합니다 *^^*

scott 2021-06-17 22:12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 하루키옹 ‘잡문집‘에 이책 서문 실려 있습니다
중독적일 정도로 씹는 맛 ㅎㅎㅎ
이작가 작품도 일본어로 번역한 하루키 옹이
어느날 뉴욕에 **행사에서 작가 직접 만났는데
티셔츠에 청바지 입은 하루키옹 보고
대학원 생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하루키옹 그시절 50대 후반이였음 )

새파랑 2021-06-17 22:20   좋아요 4 | URL
‘잡문집‘ 이 자주색? 표지 였던거 같은데... 그책은 안읽어 봤는데 읽어 봐야 겠군요! 하루키옹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거 같아요. 계속 젊어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