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실 비치에서 (영화 특별 한정판, 양장)
이언 매큐언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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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서툰 22살의 남녀.
서로를 품기엔 아직 어리고 두려운 두 사람, 사랑과 인내 대신 자존심과 외면을 택한 젊은 신혼부부의 이야기. 심리묘사나 상황에 대한 설득력이 뛰어나다.

너무 적나라한 표현도 나오지만 그 조차도 안타까움이 민망함을 덮는다.
그 바닷가 해변, 누구 하나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면 어땠을까. 젊은 시절엔 한번쯤 저질렀을, 다양한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녀에게 필요했던 건 그의 확실한 사랑과, 앞으로살아갈 날이 더 많으니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그의 다독거림뿐이었다. 사랑과 인내가, 그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있기만 했어도, 두 사람 모두를 마지막까지 도왔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그들의 아이들이 태어나서 삶의 기회를 가졌을 것이고,
머리띠를 한 어린 소녀가 그의 사랑스러운 친구가 되었을까. 한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말이다. 체실 비치에서 그는 큰 소리로 플로렌스를 부를 수도 있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갈 수도 있었다. 그는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결코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는 구원의음성이었을 것이고, 그 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을 거라는사실을. 대신, 그는 냉정하고 고결한 침묵으로 일관하며 여름의어스름 속에 선 채, 그녀가 허둥지둥 해변을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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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01 2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랑 밑줄긋기 보니 이건 제 취향 소설 같아요^^

mini74 2021-05-01 21:29   좋아요 2 | URL
쪼금 ㅠㅠ 적나라합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1-05-02 01: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고구마 백만개였던 소설로 기억합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1-05-02 2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언 매큐언 작가의 전작에 들어갈
무렵, 초창기에 읽은 책이지 싶습
니다. 그 이유는 순전히 중고서점에
서 바로 구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시얼샤 로넌이 나오는 영화도 보고는
싶은데, 책의 감흥에 얼마나 따라갈
지 좀 궁금하네요.

새파랑 2021-05-02 21: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 서점 구경가서 이책 샀는데 고구마 백만개라니요 ㅜㅜ

scott 2021-05-03 0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전 이거 영화로만 봤는데
첫 시작부터 고구마 열개로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왕창!

그레이스 2021-05-03 1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흥미롭게 봤어요^^
‘자신과 다른 이에게 좀더 솔직하고 싶은 당신에게‘라는 주제의 처방책으로 이 책과 <열쇠>라는 책을 추천하는 내용을 들었습니다.(강의에서)
<체실비치에서>는 순한맛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열쇠>는 매운맛으로^^
저도 아직 안 읽었는데 <체실비치에서>가 나오면 같이 <열쇠>가 연상되요.
저는 이런 쪽 매운맛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언제 읽게 될지 모르겠네요.
책 평은 굉장히 좋아요^^

그레이스 2021-05-03 1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언 매큐언 책은 끝까지 읽어야 숨겨진 진실들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저는 ‘암스테르담 ‘추천요.

mini74 2021-05-03 10:29   좋아요 1 | URL
책 추천 고맙고 너무 좋아요 *^^* 그레이스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