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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실 비치에서 (영화 특별 한정판, 양장)
이언 매큐언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평점 :
젊고 서툰 22살의 남녀.
서로를 품기엔 아직 어리고 두려운 두 사람, 사랑과 인내 대신 자존심과 외면을 택한 젊은 신혼부부의 이야기. 심리묘사나 상황에 대한 설득력이 뛰어나다.
너무 적나라한 표현도 나오지만 그 조차도 안타까움이 민망함을 덮는다.
그 바닷가 해변, 누구 하나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면 어땠을까. 젊은 시절엔 한번쯤 저질렀을, 다양한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녀에게 필요했던 건 그의 확실한 사랑과, 앞으로살아갈 날이 더 많으니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그의 다독거림뿐이었다. 사랑과 인내가, 그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있기만 했어도, 두 사람 모두를 마지막까지 도왔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그들의 아이들이 태어나서 삶의 기회를 가졌을 것이고, 머리띠를 한 어린 소녀가 그의 사랑스러운 친구가 되었을까. 한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말이다. 체실 비치에서 그는 큰 소리로 플로렌스를 부를 수도 있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갈 수도 있었다. 그는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결코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는 구원의음성이었을 것이고, 그 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을 거라는사실을. 대신, 그는 냉정하고 고결한 침묵으로 일관하며 여름의어스름 속에 선 채, 그녀가 허둥지둥 해변을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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