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제 린저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처음엔 웅진에서 나온 대학 입시용 편집된 전집 셋트에서 본 루이제 린저의 옥중기중 일부였다. 아무래도 대학 입시용이었기에 작품을 음미했다기 보다는 그저 책 읽는 기계처럼 머릿속에 우겨 넣으려 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 입시 후 .. 난 책을 곱씹어 보는 버릇이 있기에 그때 보았던 책들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 보았는데 ..아무래도 범상치 않은 작가였다. 나치 시절 국가반역죄로 사형 선고를 받고 옥에 갇힌 이력도 평범치 않은 데다. 알고 보니 이 여자..북한에도 가서 김일성을 만나서 북한의 대학생들이 셰익스피어도 모른 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김일성에게 북한 청소년들에게 문학을 읽히라고 충고를 하여 북한에 최초로 문학전집이 발간되게 한 공로가 있었다. 그리고 몇년뒤 다시 한번 우연히 전혜린의 수필집과 일기중에서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를 접하게 되었다. 전혜린은 니나의 삶을 동경하였고.. 나 역시 한때 전혜린을 동경했기에 자연히 서점으로 달려가 이 "생의 한가운데"를 주저없이 사게 된 것이다.

15년전... 하지만 읽고 읽어 책 표지는 너덜너덜 해지고 중간 중간 낱장들이 뜯겨져 있는

이 낡은 책은 정말 마음이 허할 때마다,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때마다,

커피 한잔과 함께 읽는다.

이 책을 보면 커피가 생각 나는 것은 소설의 주인공 니나와 연관이 있다.

니나는 다른 나라로 이사를 가기 전 자신의 언니 마르그렛을 부르게 되고 마르그렛과 얘기 하는 도중 커피 얘기를 꺼낸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난 커피가 좋아. 아주 검고 아주 단 커피를.." 밥 먹는 것보다는 커피 한잔을 때우는 것을 좋아한 니나의 취향은 곳곳에 나타나 있다.

열정적이고 오히려 안정되어 있는 삶에 환멸을 느끼는 니나를 보며 마르그렛은 차츰 자신의 삶에 의문을 갖게 된다. 

소설속의 니나는 모르긴 몰라도 루이제 린저라는 작가의 모습이 많이 나타나 있는 것 같다.

히틀러에 반대해 사형선고를 받고 갇혔다가 대전종료 후에 풀려난 모습도 그렇고 커피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자신의 생각을 주저없이 강하게 말하는 습관도 그렇다.

보다 열정적인 삶을 추구했던 치열하게 삶을 살고자 했던 작가의 모습이 니나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듯 하다.

어떻게 보면 직접적인 경로가 아닌 다른 작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찾게 된 루이제 린저의

니나.. 생의 한가운데.. 나는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하게 커피가 생각나면

이 책을 찾게 된다.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감상에 젖으면서

내 안일한 삶에 대한 반성으로, 열정적이고 거침없는 삶에 대한 동경으로

이 책을 읽어 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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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4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검고 단 커피를 좋아합니다..

vond 2007-07-04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합니다..ㅎㅎ 사실 오늘 너무 많이 마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