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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아침저녁 뚝뚝 떨어지는기온 탓에 이불 끝자락을
마구 감게 되는 가을에 읽게 된 책 한 권
무엇보다 전신마비 할아버지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손자에게 편지를 썼다는
소설속에서나 있음직한 일이 실화라는 사실에 끌렸습니다.
핵가족의 단촐함속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는 명절에나 찾게되는 고향이기에....
개인주의가 퍼진 미국에서 우리보다 끈끈한 정이 부족하다는
미국 할아버지가 어떤 이야기를 손자에게 들려 주었을까? 궁금하기도 했구요.
우리나라에도 10년후나 20년 후에 읽게 될 편지를 보관해주는
노란우체통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맘 먹고 아이들에게 써보려고 했는데 한치앞도 못 보고 하루하루 살기 급급한 일상에
머언 10년뒤을 바라보며 아이에게 한마디 보태기가 참 쉽지 않았습니다.
책을 덮기 전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샘과 할아버지의 해맑은 미소가
훈훈한 웃음을 내 입에도 머무르게 하네요.
자폐증 표현만 해도 할아버지의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자폐증(自閉症)
정신병의 한 가지, 주위에 관심이 없어지거나 남과의 공감.공명을
느낄 수 없어 말을 하지 않게 되는 증세로 자기 세계에만 몰두하게 됨
사전에서 찾아 본 단어풀이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자폐증은 다른 사람과 만나고 친해지고 사랑할 기회를 빼앗는 도둑이었다'고 말씀하시죠.
따뜻함이 묻어나는 할아버지는 손자를 이렇게 포근하게 안아줍니다.
자상한 할아버지는 샘의 성장을 따라 세세히 일러줍니다.
욕심많은 할아버지는 손자 샘이 태어날 때부터 얘기해 주고 싶은 게 너무도 많았답니다.
친구부터 연애, 마약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기쁨과 그 소중함도 일러주고...
할아버지 자신도 학습장애로 거듭된 낙제를 경험했고
서른세 살에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후 극심한 고통과 좌절을 겪었기에 그의 이야기에
더 깊은 울림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와는 다른 눈높이
휠체어에 앉은 그의 눈높이는 다시 보니 순수한 아이들의 눈높이네요.
4년동안 32통의 편지
샘 사랑한다.
매일, 매순간 널 사랑한다는 할아버지의 말이 아니더라도
사랑이 뚝뚝 흘러넘치는 편지들이에요.
많은 어른들이 괴로워하는 이유를 간단하게 말해줍니다. 그 해답도...
많은 사람들이 한번 살았던 삶을 다시 살려고 하거나 이룰 수 없는 삶을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지금 현재의 삶을 살 때 인생이 훨씬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고맙다, 사랑한다를 잊지말라고 덧붙입니다.
잔잔한 이야기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다독여주는데
사는 걸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해 줬다는 충고가 참 많이 와닿았어요.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마치 깨지 않는 악몽을 꾸는 것 같다는 친구에게
버스 정류장에 가 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모든 감정은 왔다가 가는 거니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감정이 지나가길 기다리라고 하지요.
할아버지의 입을 빌려서 아이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과 함께
짧더라도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서 건네주는 것도 좋겠지요.
세상의 모든 샘에게.....라고 이 책은 시작합니다.
마음의 얼룩을 한 개라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마음의 빗장을 풀고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