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읽고 이상하게 끌렸던 헌책방
접힌 부분 펼치기 ▼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리뷰 2010.
헌책방은 꼭 뭔가 사야할 것 같은 부담이 느껴지는, 동네의 작은 서점과는 달리 천천히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는 여유와 어딘가에 나와 눈이 마주칠 책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설레임이 있는 곳이다. 엊그제도 아이와 수원 팔달문 근처에 있는 헌책방 두 군데를 들렀다. 먼지가 뽀얗게 앉아있는 이 책들은 도대체 누가 사 갈까 싶은..... 그 공간속에서 아이에게 "헌책방은 보물창고 같은 곳이야" 라고 말했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게 될 보물같은 책을 기대하는 곳이기에....하지만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태평함과 케케묵은 책냄새가 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헌책방은 아니다. 자신이 읽은 책만 갖다놓고 팔기 싫은 책은 안 파는 주인장 맘대로의^^ 책방, 참 돈은 안되겠다 싶으면서도 꼭 가보고 찾아가고픈 곳이다. 신문과 성경을 일용할 양식으로 삼을 만큼 글읽기를 좋아했던 아이가 커서 10년동안 다니던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운영하는 헌책방도 여기저기서 사라지는 요즘에) 헌책방을 차리게 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상북과 이래저래 연이 닿은 사람들을 소개하기도 하는데 모두가 한결같이 마음이 따스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뒷부분에 내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책들을 권한다. 자신이 차린 밥상을 이야기하듯 책방주인의 사견이 듬뿍 들어간 하지만 그 책 한번 찾아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호기심이 충분히 생기는 책 24권을 소개한다. 아무책이나 권하지 않을거라는 믿음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새 생겨버렸다.
정릉에서 종로서적까지 걸어서 때로는 자전거로 오로지 책을 읽겠다는 욕심으로 다녔던, 책에 미친 아이가 이상한 헌책방의 주인인건 어쩌면 당연할지도....'내가 읽은 책중에서 남들에게 권할 만한 책을 팔자' 자신이 파는 책에 책임감을 느낀다는 책방주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많은 사람에게 좋은 책을 권하고 좋은책들이 더 많은 독자들 손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
진짜로 좋은 책을 '진짜로 좋다' 고 말할 수 있는 공간, 이 책방에서는 어떤 책향기가 날까 자못 궁금해진다. 왠지 훈훈한 사람냄새가 날 듯....책과 사람이 함께 어울려 숨쉬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꿈꾸는 헌책방
문득 박영숙 관장이 여러사람들과 어울려 만들어가고 있는 느티나무 도서관이 겹쳐졌다.
아이들이 누워서 맘껏 뒹굴고 마음맞는 사람들이 와서 책을 정리하고 커피를 만들고 이웃아저씨가 와서 책을 읽어주는, 아이들을 위한 책놀이터 같았던 도서관, 돈먹는 하마라는 사립도서관인 느티나무 도서관의 사람냄새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묘하게 통하는 느낌이다.
헌책방과 도서관이지만 그 속에 책과 사랑이라는 공통점이 흐르기 때문일까!
마음이 맑은 아이들은 금방 통하는가보다. 책을 슬며시 읽던 아이가 이 헌책방을 꼭 가보고 싶다고 한다. 수원에서 서울 응암동까지 만만치 않은 거리를 개의치않을만큼 아이들에게 이런 공간이 필요했던 거였는지도.....착한 마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고 이상북을 찾는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그려나가는 공간, 돈 안되는 이상한 일을 많이 하는 책방, 이상하지만 착한 책방의 이야기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내가 만약 책이라면 헌책이라고 고물취급하지 않고 제대로 책대접 받는 이상한 헌책방에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 문득 해본다.
펼친 부분 접기 ▲
자신이 읽은 책만 팔고 팔기 싫은 책은 안 파는 주인장 맘대로의 책방 주인의 사견이 듬뿍 들어갔지만 왠지 훈훈한 사람냄새가 나는 그 곳! '내가 만약 책이라면' 헌책이라고 고물 취급받지 않고 제대로 책대접 받는 이상한 헌책방에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도 했었지요^^
그 주인장이 이번에는 심야책방을 냈다길래 얼른 신청하고 책도 주문했었지요.
도서관 가자고 꼬드기는 아이를 친구들이 특이하다고 놀리당하기도 하는 책을 좋아하는 딸과 함께 동행, 혹 늦어지면 심야책방 운영하는 금요일이니 아예 밤을 세울 작정으로 갔습니다. 살짝 길을 헤매고 나중에 알고보니 바로 코앞에 도착했는데도 따로이 간판이 없어서 헤매느라 가까스로 시간에 도착했어요. 실내에 들어가자 아담한 공간에 사람들의 온기로 꽉 찬....기타와 함께 하는 시로 만든 노래가 실내에 잔잔하게 울리고 있었어요.
[주인장의 손글씨가 입구에서 환영^^]
[시를 노래로 ♬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판소리 공연]
얼마전 박원순 시장의 집무실을 디자인한 걸로 유명세를 타신 작가님의 쑥스러워하는 인사말을 시작으로 자신이 헌책방을 열게 된 계기와 책방의 알콩달콩 이야기, 그리고 책 소개가 있었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 이은 심야책방에서도 역시 우리가 몰랐던 책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책과 사람의 인연을 계속 만들어나가고 있는 마치 사랑방같기도 한 지하의 헌책방 꼭 찾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이 책방의 주인에게 연락하심 꼭 찾아주실 것 같은....심야책방 속 마지막에 소개된 [원형의 전설]을 찾았던 한 아저씨의 사연처럼 운명이다 싶게 만나야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는 말처럼 책 또한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만남의 기쁨을 주는 것 같아요. 언제가 책에서 읽은 책탐정처럼 사람들의 사연과 이야기가 담긴 책을 찾아주는 이상북의 주인장, 이렇게 마을의 한귀퉁이에 책방을 연 이유도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라고.....작은 책방에서 퍼져나가는 온기.....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보금자리로 계속 온기가 퍼져나가고 책방도 잘 되었으면....그래서 우리 아이가 나중에 자신의 아이와 함께 엄마의 추억을 나누어갔으면 싶은 곳이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의 작명에 영감을 준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책 모음
절대 팔지 않는 책이지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책방을 더 친근하게 하는...]
아이에게 어떤 끌림이 있었을까요? 이 먼 곳을 다음엔 친구와 함께 오고 싶다고 하네요.
12시의 공연도 보고 밤세워 심야책방에 머무르고 싶었지만 자꾸 드러눕고 싶은 저질체력때문에....
끝까지 심야를 고수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책과의 인연으로 또 들를 날이 있겠지요.
한 권 한 권 정성스레 사인도 해주시고 마지막에는 환한 미소로 아이와 함께 필살미소로 인증샷도 찍어주신^^ 감사합니다.
[심야책방]을 읽고...
굳이 꼭 그 책이어야한다는 고집이 없는 나는 헌책방 마니아는 아닙니다. 단지 헌책방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과 호감^^정도....하지만 심야책방을 읽으며 한 권으로 된 혼불이나 권전생 선생님과 이오덕 선생의 인연이 오간 편지를 묶어놓은 책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이 책에 소개된 책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심야책방을 읽다보면 이 책들을 다시 보게 됩니다. 책이 간직한 이야기가 있어 더욱 사랑받는, 헌책이야말로 흙속의 진주가 아닐까요! 그 가치를 알고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는....그 남다른 의미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전 또 기꺼이 공유하고 싶어집니다. 종이에 쓸 사각거리는 만년필 하나 갖고 싶다는 소박한 헌책방 주인^^책 많이 팔려서 꼭 소원 이루었으면 싶네요.
p.279 "중고 책은 낡고 헐고 버려진 책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을 때 늘 새로운 책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 책이 몇 명을 거쳐서 나한테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책은 늙지 않고 죽지도 않으며 영원한 생명을 갖고 있으니까. 언제 만나더라도 갓 태어난 아이이며, 청춘이고, 사랑하는 연인이다.'
p.285 책방에서 못 할 게 뭐가 있단 말인가? 노래공연, 영화 밤샘까지.....둘째 넷째 금요일에 문을 열어 다음날인 토요일 아침 6시까지 책을 야식삼아 심야책방을 운영하는 이 곳! 책을 좋아하는 분들 들러보세요! http://www.2sangbook.com/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득템한 책3권
[소로우의 일기]-도솔-(자연과 함께 한 그의 삶의 기록이 담긴, 스무살부터 44세까지의 일기를 담은 책, 보다 넘겨 보았을 때 그의 육필원고사진이 인상적이라 구입)
[윌든의 마지막 페이지 육필 원고]사진
[로마인 이야기]3권 승자의 혼미-한길사-(집에 2권까지 헌책이 있어서 이어서 구입 중)
[죄와벌]도스도예프스키-정음문화사-어릴 적 나이차이 많이 나는 오빠가 아마 첫월급 받고 구입한 세계문학전집과 닮아서^^국민학교 때 집에 있는 유일한 책들이라 무작정 읽었었던 추억의 책, 어느 출판사였는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추억의 세로줄, 딱 요런 크기의 책이어서 구입, 말그대로 책이 아니라 추억을 사고 왔습니다. 헌책방 주인장은 초등학교 때 죄와 벌을 비와 벌로 읽었다고 해서 웃음^^
[추억의 세로줄 글씨]
[책 속에 누군가 남긴 멋스러운 글씨체가 반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