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게임 - Perfect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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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성이가 되고 갈라진 손가락에 본드를 붙이고 나가는 '투혼'을 투구하는, 1981년 세계 대회의
최동원 선수의모습에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영화에서 언급하지 않더라도 '롯데=부산=야구' 미친 부산이라고 언급되는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부산 사람....이기도 하지만 작년 9월 영원한 롯데맨 최동원을 떠나보냈기에 더 그리운, 그 모습을 영화에서나마 만날 수 있기에 나오자 마자 본 영화입니다.

 

 

 

세상을 떠난 후에야 '롯데맨'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다시는 볼 수 없는 최동원 선수의 모습에 슬픈 영화...무식하고 폭력적인 부산팬들 때문에 무서워서 사직구장에서 이기면 꼼짝할 수 없었던 80년대의 야구장 모습, 하지만 그때가 좋았었다고 얘기하던 이종범 선수의 회고처럼 모든 열정과 의지와 정신력을 야구에 올인하는 선수들과 펜들의 모습이 따스하게 남았습니다. 허구가 썩인 하지만 그들이 흘린 땀과 열정은 진실인 야구영화 퍼펙트 게임!
두 야구 거인 선동열과 최동원을 통해 30년 프로야구의 백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만나는 그들의 경기보다 실제 경기, 그 경기 자체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건 그들이 흘린 땀과 열정이 바로 야구이기 때문일겁니다. 그래도 어릴 적 야구장 추억과 이야기가 떠올라 반갑고 따스한 영화였습니다.

 

 

 

 

어릴 적 야구를 보면서 왜 롯데맨이라고 굳게 믿었던 선수들이 롯데유니폼을 벗어야하는지 이해못할 때도 많았었지만 한 번 롯데맨으로 인식되면 내게는 영원히 롯데맨으로 기억되는....선수들! 신사적으로 핸섬하게 생겼다고 기억되는 김용철 선수, 사람좋은 웃음을 선보이던 너무 착하게 생긴 김용희 선수, 몸에 맞아서라도 악착같이 출루했던 공포의 데드볼 공필성 선수, 흔들흔들 특이한 스윙의 악바리 박정태 선수, 잽싸게 도루했던 날다람쥐 영원한 1번 전준호 선수, 듬직한 안방포수 한문연 선수,.....그라운드를 달리고 넘어지고 홈런 한 방에 우리를 웃고 울리던 야구장과 함성이 그리워지는 영화였습니다. 신문에서 30년전과 똑같이 낡은 잠실야구장과 사직야구장(?) 덕분에 세트장 따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구름관중의 화려함 뒤의 슬픈 야구현실이 서글퍼지기도....

 

신문지응원, 쓰레기봉투 응원, 기발한 응원과 응원송으로 야구장을 신 바람나게 하는 부산팬 중의 한 명이라 내년의 야구시작을 더 기다리게 됩니다. 내년에도 우리 롯데 가을에 야구할 수 있기를!
이대호 없는 롯데는 앙금없는 팥빵인데 어쩌나....

 

 

 

 

고 최동원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 언제나 기억하겠습니다.

영원한 롯데맨 무쇠팔 최동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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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 Unbowe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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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이 자자한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보고 왔습니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어찌나 탄탄한 원작을 만들어주었는지 더하고 덜하고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90% 실화만으로도 영화가 주는 불편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왔습니다.

 

옛 속담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면 아니땐 굴뚝에도 연기가 납니다. 화살에 맞지 않아도 사법부의 판사가 맞았다고 우기면 맞는 이상한 나라, 한국입니다. 그들의 권위에 대한 괘씸죄로 사실확인은 할 생각도 않은채 만들어놓은 결론에 가둔 그들의 오만함과 부당함에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사건의 실상을 실은 한겨레 신문기사가 있어 담아왔습니다.

분명 실제 있었던 사건임에도 제 기억 속에 일종의 해프닝으로밖에 기억되지 않는, 석궁사건....우리는 무엇이 그토록 바빠서 진실이 가려진 이런 사건들을 빨리도 잊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입시 본고사 문제의 오류를 지적했다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뒤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낸 김 전교수, 교수지위확인 소송에서 패소판결을 내린 부장판사에게 찾아가 석궁을 쏘았다는 게 사건의 요지입니다.

 

"진실을 알려면 이제는 신문이 아니라 영화를 봐야 하나?" 라는 컬럼을 읽었습니다. 언론이, 경찰이, 검찰이 더 나아가 믿었던 재판부까지 제 역할을 못하니......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법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권한을 사법권이라고 하는데 사법권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주고
자유를 수호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권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사법권의 독립은 공정한 재판을 위해 필요한 제도이며 사법권의 독립이 보장되어야만 국민은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소송을 제기하는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재판을 하는 과정과 결과를 일반인에게 공개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더욱 공정한 재판을 통해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재판의 기회를 여러 번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또 요즘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사법부의 독립입니다. 국민 위에 군림하라고 주어진 자리가 아님을....아이와 함께 보기 부끄러운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꼭 보여주어야 할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또 영화를 보는 내내 저렇게 배우고 똑똑한 사람도 일방적으로 당하는데 힘없고 빽없고 아는 것도 없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촘촘하고 악랄한 법의 잣대를 피해갈 수 있을지 한숨만 더해지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학과 법은 같다. 문제가 정확하면 답도 정확하다. 수학은 모순이 없다."라고 확신하는 김교수처럼 정의와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변호사를 피곤하게 할 정도로 고지식한, 하지만 공부 열심히 하는^^ 피고인으로 꽉 막힌 사법부를 향해 통쾌한 일침과 변론을 하는 김명호 전 교수의 역할을 너무나 생생하게 연기한 진정한 국민배우 안성기!  

변호사와 피고인 김교수가 만나는 장면에서 면회실 유리창 앞에 교도관들이 들고있는 신문기사"BBK문제 있다면 대통령직 걸겠다."가 숨은 그림처럼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재 야당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인 문성근이 법위에 군림하는 권위적인 판사로 나오는 이중성을 만나는 묘미와 함께 [하얀전쟁][남부군]에서 호흡을 맞춘 정지영 감독과 국민 배우 안성기의 만남으로 완성된 깊이있는 영화, 꼭 보시길 강추합니다.

 

"....판사들은 법 위에 있습니까....신태길 재판장님 부끄러운 줄 아십시요. 재판은 이렇게 끝나겠지만 영원히 그 부끄러움은 남을겁니다. ...." 박훈 변호사 최후 변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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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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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영화관에 갔는데 각자 취향이 달라 4명이 가서 영화 3개를 보고 왔네요^^
남편과 저는 영화 '밀레니엄'을
큰 아이는 '댄싱퀸'을
작은아이는 '장화신은 고양이'....

 

다행히 모두 대만족이었습니다 ㅎㅎ

영화를 보기 전 책을 보지 못해서 2시간이 넘는 긴 영화를 이해 못하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2시간 30분이 넘는 긴 영화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원작의 탄탄함이 영상으로 잘 옮겨진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 시작 전 한 편의 뮤직비디오같은 강렬한 영상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방예르 그룹의 총수 헨리크에게 매년 같은날 의문의 압화가 배달되는 장면으로 시작!

 

 

 

시사 잡지 '밀레니엄'의 강직하고 능력있는 기자 미카엘, 베네스트룀 기업의 부정에 대한 제보를 받고 이를 폭로하지만 입증할 증거가 없어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며 돈도 잡지사도 잃을
위기를 맞습니다.

 

 

 

그때 40년동안 해결되지 못한 미스테리를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하는 방예르 그룹의 헨리크 총수
바로 자신의 생일날 갑자기 사라진 조카손녀 하리에트의 실종사건을 조사해달라는....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명목상으로는 헨리크의 자서전을 쓰는 걸로 하지만 하리에트 실종을 조사하기 위한 그의 추적이 시작됩니다. 방예르 가족들은  서로를 미워하고 왠지 그들의 섬에서 고립되어 있는 듯한 느낌도 줍니다. 혼자 조사하는데 한계를 느낀 미카엘은 자신의 뒷조사를 했던 천재해커 리스베트를 설득해 함께 이 사건을 조사하며 40년동안 풀리지 않는 사건의 실체로 점점 다가갑니다.
사건을 의뢰했던 헨리크도 몰랐던 방예르 집안의 추악한 비밀, 그리고 처음에 등장했던 압화가 가지는 의미....영화를 보고나니 책이 더 궁금해집니다. 작가 자신이 기자였기에 미카엘 기자의 모습에 작가가 오버랩되기도.....

 

 

 

 

 

 

 

상영시간 내내 극도의 긴장감을 주는 스릴러 영화는 아니었지만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으로 내내
누가 과연 범인일까 손녀는 정말 살해되었을까? 끝없는 의문으로 시종일관 사람을 몰입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천재해커 리스베트에 촛점이 맞혀지는 영화였습니다. 그녀의 천재해킹 능력이 영화 곳곳에서 잔잔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근래 영화에서 여성의 비중이 점점 커져서 반가운데 이 영화에서는 못하는게 없는 천재해커, 게다가 여성을 대표해서 복수해주는 것 같은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 그녀의 사랑을 외면하는 남자주인공을 향해 "왜 저런 복덩이를 외면하지?"라고 혼자말로 하니 남편이 "가까이하기엔 좀 무섭지..."라고 하더군요.^^ 제겐 그 어떤 역보다 리스베트가 가장 강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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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스틸 - Real St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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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수험생들은 3년의 노력을 쏟아붓는 수능일,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결코 멀지만은 않은데...)두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큰 아이는 친구와 완득이를, 작은 아이와 저는 리얼스틸을 선택! 엑스맨에서 울버린의 매력에 빠지게 만든 휴잭맨의 매력과 아들 '맥스'를 당차게 해낸 아역배우 다코다 고요의 매력이 발산된 휴먼영화였습니다.  



가까운 미래 2020년, 무제한의 폭력을 원하는 관중들은 사람이 아닌 로봇복싱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전직복서였지만 지금은 허름한 로봇대회에 고철로봇을 조종하는 찰리, 하지만 번번이 시합에 져서 빚에 쪼들리고 있습니다. 그때 십여년전에 헤어진 애인이 죽었다는 연락과 함께 아들 맥스의 양육권을 양보해달라는 아이 이모의 연락을 받게되고 돈이 급한 찰리는 아들 맥스를 두고 십만달러에 거래를 합니다. 하지만 그 돈마저 무모한 시합도전으로 잃게되고....잠시 아들과 동행해야했던 찰리, 로봇의 부품을 훔치러간 곳에서 아들 맥스가 목숨을 잃을뻔한 사고가 생깁니다. 맥스는 그 곳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고철로봇을 힘겹게 꺼내오는데(밤새 그 무거운 로봇을 끌고 온 맥스가 찰리를 마구 때리는 장면 맥스 너무 귀여웠어요^^)볼품없던 이 로봇, 아톰 의외로 시합에 매번 이기며 티격태격 부자간의 정도 쌓여갑니다. 차가운 로봇들 사이에서 왠지 사람을 닮은 듯한, 빙그레 웃는듯한 표정의 아톰과 함께 춤도 추고 복싱도 하는 시간들 속에서
차가움이 아닌 따뜻함이 느껴지는..... 


최후의 시합에서 최고의 파이터로봇, 제우스와의 결전에서 조종기가 고장나 복제기능으로 싸우게 된 로봇,아톰 그 결승전에서 로봇이 아니라 아빠를 보고 있는 아들 '어느 순간 아들은 아빠를 보고 있었습니다' 무적의 로봇, 제우스를 향해 멋지게 주먹을 날리는 아빠를....
 

 


아빠를 닮아 고집불통에 협상의 귀재인 아들 맥스, 피는 속일 수 없다는 말을 실감케하는 아들과 아빠의 티격태격과 어느새 부자의 끈끈함으로 이어지는 휴머니즘, 실감나는 로봇복싱이 주는 긴장감이 잘 어우러진, 2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아빠와 아들이 함께보면 더 좋을 영화, 강추예요~
로봇이 치고박고 싸우는 영화일거라는 큰아이의 선입견과는 달리 따뜻함이 흐르는 영화였습니다. 울브린의 카리스마 휴잭맨이 아닌 인간미 넘치는 휴잭맨의 또다른 매력에 빠진^^ 휴잭맨의 복싱장면이 멋있다했더니 복싱의 전설 '슈거 레이 레너드'(저는 모르지요^^;)가 복싱을 가르쳐주고 조언을 했다고 합니다. 몇년후 여심을 사로잡을 것 같은 맥스역의 다코다 고요는 도도한듯 건방진듯 귀여움이 넘친다했더니 수천대 1의 경쟁을 뚫고 뽑혔다고 하네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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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전 - The Front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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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1950년 6월 25일은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되지만 1953년 7월 27일은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던 날이 아닐까요....[웰컴투 동막골][태극기 휘날리며][포화속으로]....한국전쟁을 다룬 영화가 많았기에 사실 [고지전]예고영상 보여줄 때 아휴~ 전쟁 영화 지겹다. 더이상의 전쟁영화는 보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이 영화는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끝을 보여주는, 게다가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우리를 사로잡았던 독특한 흡인력으로 내용이 탄탄한 작가이기에 또 입소문 자자해서 보게 된 영화 [고지전]
가슴 아픈 우리 민족의 전쟁이야기, 60여년이 지났지만 그 상처는 그대로 동강난 한반도에서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았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아니 외면했던 휴전선을 결정짓기 위한 그 끊임없는 사투에서 스러져간 젊은이들....그들의 비극이 아프고 또 아픕니다.



1951년, 우리가 알고 있던 전쟁은 끝났다 이제 모든 전선은 ‘고지전’으로 돌입한다!

 전쟁이 발발한지 1년 보름이 지난 1951년 7월 30일부터 시작된 정전협상은 2년 뒤인 1953년 7월 27일까지 159회의 본 회담을 비롯한 765회의 각종회의를 통해 정전협정을 탄생시켰다. 이렇게 탄생된 정전협정의 정식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조선)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뉴스에서 전해지는 간결한 이 문구 뒤에 이런 전쟁이 있다는 걸 몰랐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던......

[외교사료관]에서 찍은 정전협정 서명란-그 때는 아무 생각없이 봤는데....영화를 보고 다시 보니 마음이 아팠어요.

63. ...effective at 22:00 hours on27 JULY 1953.
Done at Panmunjom, Korea at 10:00 hours on the 27 day of JULY...



 이렇게 골똘하게 쳐다보던 아이도 그리고 저도 몰랐던 12시간의 아픔이.....

1953년 2월 휴전협정이 난황을 거듭하던 가운데 강은표(신하균)중위는 동부전선 최전방의 애록고지에서 벌어진 중대장의 의문의 죽음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맡고 그 곳에 가게 됩니다. 2년전 전쟁의 포화에 떨던 연약한 학생이었던 수혁(고수)와 재회하지만 그의 달라진 모습에 놀랍니다. 마치 땅따먹기처럼 한 뼘 더를 위해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최전방이지만 강중위는 수혁과 어린 대위를 중심으로 한 이상한 분위기를 느낍니다. 마침내 북한군과 담배와 술, 성냥, 편지를 교환하는 현장을 목격하지만 "우리가 이 고지 몇 번 탈환했는지 알아? 한 30번까지 셌나?"...."네가 알아낼 수 있는 건 없고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을거야" 수혁의 말처럼 그도 최전방에서 전쟁에 지쳐 갑니다.


애록고지라는 이름처럼 깍아지른 고지를 올라가며 싸우는 전쟁장면은.....그 가파름만큼 힘들고 마음 아팠습니다. 그리고 '전선야곡' 노래로 병사들의 마음을 달래줬던 남성식 일병이 저격수의 총에 죽는 장면도....차마 보기 힘들었어요. "그런 시체로 다지고 다져진게 여기 애록이야" 수혁의 절규가 그 2년동안의 처참함을 말해줍니다. 전쟁에 지치고 지친 그들에게 드디어 정전협상이 이루어졌다는 단비같은 소식이 옵니다. 계곡에서 마주친 남과 북의 병사들, 서로에게 "잘가라!" "애썼다" 웃으며 헤어졌던 그들
27일 10시 정전협상 하지만 효력은 12시간 후.....
"12시간만 버텨라. 살아서 집에 가자!"던 신일영 대위의 "살아남는게 전쟁에서 이기는 거라고 했어요!"라는 외침은 주인없는 메아리가 되었습니다. 안개낀 고지에서 울려 퍼지던 남과 북이 없이 한데 어울려 부르던 노랫소리 [전선야곡] "온 세상이 싸우라고 하는데 안개만 우리를 말리네....." 안개가 걷히지 않기를 12시간만 안개 속에 있기를 바랐던 그들의 바람을 뒤로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히고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는 그들....군인이 아닌 아들로 또 남편으로 또 아빠로 고향에, 사랑하는 가족에게 돌아가고픈 그들을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로 밀어내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답답하고 아팠습니다. 단 12시간만 버티면 돌아갈 수 있었는데......



우리가 알고 있었던 휴전의 과정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전쟁이 곧 끝날거라는 한줄기 희망을 안고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들에게 2년은 너무나 길었습니다. 하지만 그 2년보다 정전 협상 후 12시간은 잔인할 정도로 길었습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어느 누구도 거부할 수없는 참혹한 전쟁.....
시작도 끝도 아픈...전쟁 이제 다시는 없었으면 바랍니다.


고지전의 박상연 작가의 이전작품, [DMZ]를 원작으로 영화화한 [공동경비구역 JSA]를 집에 와서 다시 보았습니다. 우연히도 겹치는 주인공들의 이름 그리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추리형식에서 같은 작가의 작품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북한 병사들이 북측 초소에서 서로의 물품과 정을 나누었듯 '고지전'에서는 땅 속에 묻어둔 상자를 통해 남북한이 물건교환을 하는 영상이 겹쳐지는....


영화 속 인물 신일영 대위로 나오는 이제훈 인상에 남았어요. 물론 영화전 무대인사로 만난 고수도 너무 매력있었구요. 전쟁이라는 포화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일지 모르는 신하균은 살짝 미웠어요. 고수가 죽어갈 때도 손 한번 내밀지 않아서....


전쟁의 포화 속에서 병사들의 마음을....그리고 영화 보는 우리를 내내 울렸던 노래 [전선야곡]
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
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도 차가운데

단잠을 못 이루고 돌아눕는 귓가에
장부의 길 일러주신 어머님의 목소리

아~아~아~그 목소리 그리워

들려오는 총 소리를 자장가 삼아
꿈 길 속에 달려간 내 고향 내 집에는

정안수 떠 놓고서 이 아들의 공 비는
어머님의 흰 머리가 눈부시어 울었소

아~아~아~ 쓸어안고 싶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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