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에 꼬옥 안아주고 싶은 아기여우 헬렌

아기 여우 헬렌 ㅣ 쪽빛문고 9
다케타쓰 미노루 지음,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7월

 양털 속에 포옥 파묻힌 아기여우의 귀여운 눈망울이 먼저 들어오는 책이었다.
어린 생명은 다 귀엽고 한편으론 애처롭지만 책에서 만난 헬렌은
사진 속의 귀여운 모습과는 달리 엄마를 잃은 몸무게 1.0kg의 연약한 생명이다.
야생에서의 삶을 살아가는데 너무나 중요한 청력을 잃은 아기여우 게다가 후각까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에게 수의사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방법 안락사
조그맣고 가여운 아기여우가 찾아왔을 때 의사로서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안락사였지만
정이 든 며칠 동안 차마 마지막 방법을 하지 못하는 산골수의사 선생님과
"당신은 수의사잖아요." 라며 쏘아붙인 따뜻한 아내
정 많은 의사에 그보다 더 정 많은 아내 참 대책 없는 가족이 아닐 수 없다.
“치료비도 못 받고 집도 더럽혀지고 고맙단 인사도 안하고 ㅠㅠ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 염치없는 식객(?)들 때문에.......” 라며 한탄하는
수의사의 애환을 보며 그들의 대책 없는 인정에 슬몃 웃음이 나왔다.
'닥터 두리틀'에서 동물들의 말을 알아들으면서 야생동물의 친구가 되어버린
의사의 좌충우돌을 보며 동물들도 참 할 말 많았구나 싶었다.
숲 속 수의사 집에 머무르거나 찾아오는 참으로 많은 숲속  친구들
왜가리, 물총새, 청설모, 솔개, 고양이……..
모두들 몸의 상처든 마음의 상처든 아물기 힘든 상처를 가지고 있는 가여운 동물들이다.
하나 둘 찾아오는 상처 입은 동물손님들을 차마 내치지 못하고 받아들인,
수의사의 집을 점점 가난하게 만드는 그 식객들이 다친 이유가 바로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문명의 이기 때문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려온다.
교통사고로 짐작되는 헬렌의 장애부터 사람들이 쳐 놓은 덫에 걸린 아픈 동물들,
오염된 환경 때문에 보금자리를 점점 잃어가는 숲 속의 동물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동물들을 너무나 좋아하는 둘째
책이 오자마자 사진 속의 헬렌을 보며 "귀여워, 귀여워"를 연발하더니
다 읽고 나서는 "불쌍해, 불쌍해" 라며 책을 내게 건네준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상처입고 길 잃은 야생동물들을 따뜻이 품어주는 숲 속 수의사 가족
그들의 아낌없는 나눔을 보며 키우던 동물도 매정하게 버리는 요즘 사람들의 삭막함이 대조되어
더욱 따뜻하게 빛나 보인다.
산골 의사선생님 가족의 따뜻한 품에서 편안한 얼굴로 잠들었을 헬렌
비록 한 달 동안 밖에 머물지 못했지만
수의사 부부의 무한한 애정과 엄마여우처럼 온 정성을 다했던
수의사집의 터줏대감인 여우 멘코(무려 18번의 힘든 수술을 견뎌낸)
와 함께 했기에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잠들었으리라~
며칠 있으면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인 점박이물범을 만나러 녹색연합에서 백령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보도에서 밀렵꾼들의 총에 맞아 힘들어하는 점박이물범의 맑고 큰 눈망울을 보니
아기여우의 슬픈 눈망울이 함께 겹쳐진다.
앞으론 아프고 다치는 야생동물들이 더 이상 없어서
모쪼록 숲 속 수의사선생님이 할 일이 없어졌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