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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그물코 스타킹 ㅣ 모아드림 기획시선 122
김미연 지음 / 모아드림 / 2009년 11월
평점 :
무서운 시라는 애를 낳은 엄마, 김미연 시인을 만났다.
아직도 형성되지 않은 장기를 갖고 있는 애이기에,
완성됨의 시점에 낳으려다 이제서야 인생은 미완성이라는 걸 깨닫고
세상 모서리에 쓸려가며 기르려고 애 밴지 십년만에 낳았다고 한다.
[빨간 그물코 스타킹]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제목으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김미연 시인은 사뭇
사물을 보고 느끼는 마음의 깊이가 남 다르다
시를 대하면 시인의 마음이 느껴지는데 김미연 시인은 방향성이 다양하다
결코 감정으로만 느껴지는 글의 표현이 아니다
주변의 생활이 느껴지고
시인이 걸어온 길과 과거사가 엿보인다.
시인의 추억과 시인의 시선이 느껴진다.
참으로 절묘한 시간예술이요 공간예술의 표현이다
아름다운 언어, 함축된 언어로 말을한다.
「빈배」에서 느껴지는 풍경은
젊어서는 생계유지를 위한 고기잡이 배가
참으로 많은 고기를 실어나르다가
달가고 해가고 시간의 흐름에 그의 몸은 피멍들고 소금꽃피어
고기잡이 나가는 일보다 부두에 매인날이 많아지게 되고,
더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더이상 고기잡이배가 아닌
빈배로 부둣가에 정착되어 스쳐가는 여행객들의 추억의 대상이 되고있는 그림을 자아낸다.
얼마전 남펴과 함께 양평 두물머리에 가서 보고온 조각배의 모습이 떠오른게 된다.
잔잔한 물결에 떠있는 내마음, 평화속에 싹트는 아름다움 그자체이다.
수염,짐짝,각도,숙이 너만 알아!, 선루프, 세탁기,빨간 그물코 스타킹,취워라! 취워!, 콩나물 도해,깡통..등등
시제 하나하나조차 일반적이지 않고 독특하다.
「세탁기」이 시를 읽고 나는 김미연 시인의 시상의 세계가 궁금하기까지 하다.
세탁기 속 안에서 온 가족의 빨래가 빙빙돌면서 세제로 인해 거품이 일고 또,
멜로디 소리를 내면서 탈수와 헹굼의 동작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은유적으로 시라는것을 쓴다는 것은 결코 다반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빨간 그물코 스타킹]이 시를 읽다가 나는
벌떡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고 소주를 꺼내어 한잔 따라 마셨다.
알싸한 맛이 입안에 돌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뒤
술을 못하는 나는 약간의 열기를 느끼며 이 시를 다시 읽고 또 읽고, 읽기를 거듭거듭
하여도 도무지 아스라한 알코올의 열기를 느끼며 이 시를 접하지 않으면
그 깊이를, 그 뜻을 헤아릴 수 없었다.나는.....
이시집은 끝자락에
문학평론가이자 한양대 유성호 교수의
사라짐의 잔상, 감각의 밀도라는 제목으로 해설이 되어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지는 멋진 말씀이시다.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해설의 글을 읽고 나니 시인의 마음을 다소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이래서 시의 세계가 무한히 크고 넓은가 보다.
이후,
김미연 시인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사물의 형상들이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되어 보여질 것인지 살짜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