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진 손등에 꽃을 그리다 - 삶의 끝자락에서 세월을 부르며
박경남.황송노인주간보호센터 지음 / 북씽크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되어간다'는 말이 떠오른다.

어른이 되면 다 내려놓게 되고, 순수한 마음의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

우리들 내면 깊숙한 곳에는 보편적으로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마음이 있기 때문에

늙고 병들지 않아도 동심으로 돌아가는게 자연의 순리인 것처럼 되어진다.

삶을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다소의 변화는 있겠지만

저마다 아이같은 돌봄이나 사랑을 필요로 한다.

이 [주름진 손등에 꽃을 그리다]는 점점 기억이 쇠하여 지고 늙고 병든 어르신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그리움이나 추억, 사랑과 우정등을 저자의 시각을 통해 소박함과 진실함으로 담아낸 작품 모음집이다.

 

글이나 그림은 마음속에 있는 것을 밖으로 끌어내는 효과가 있다.

이 책은 어르신들의 마음속 감성들이 그림으로 표현된 것을

저자가 가슴속에 흐르는 세밀한 감정을 관찰하고 그것을 그림과 함께 덧붙인 설명이 담겨있다.

또한,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삶의 궤적을 쫓아 개인별로 가슴속 아픔까지 받아들이며

삶의 흔적을 그림과 글로 표현하였다.

 

<아이가 되어버린, 아이 같은 어르신>을 보면

순수한 마음의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어르신이 삶을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이 가기도 하지만

사람에 따라 다소의 변화는 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내면 깊숙한 곳에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이러한 어르신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어 안아주는 자식들, 젊은 우리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하겠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짠해지기도 하고

부모님 생각이 나 울컥 눈물이 솟구치기도 하지만

비교적 마음이 차분해지고 따스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끝까지 하는 힘>을 읽어 보면

뇌졸중으로 인한 우측 상하지 마비, 치매와 만성 폐질환까지 진행되고 있는 어르신에게

색연필을 쥐어 주게 한 이야기가 있다.

의사 소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그 어르신에게는 줄을 긋는 것조차 버거움이요

선하나 긋는 것에 너무나 힘겨워 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여기서 그 어르신이 힘겨워 한다고 옆에서 보면서 조바심을 내며 거들어 들이려 하게 되는데

결코 그렇게 해선 안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였다.

아무리 긴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어르신 스스로 하게끔 배려하여야만 어르신 나름대로의 생각을

한 줄 선긋기에라도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끈기있게 해 냈을 경우에는 아낌없는 칭찬을 해 드려야만 한다.

나는 이 어르신이 가장 공을 들여 그리신 자화상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고 콧끝이 찡하였다.

친정 엄마에게도 파킨슨이란 병이 작년부터 찾아왔다.

손도 덜덜 떠시고 점점 기억력도 감퇴 되고 걷는 것조차 힘겨워 하기 시작한 엄마를 보면서

이 어르신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가슴이 아프도록 베어왔다.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그림으로 감정을 드러내면서 하고 싶었던 것이나 가슴에 응어리 진 것들을 표현 할 수 있는 이 시간들이

정말 소중하게 여겨진다.

 

소 걸음이 천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또한,

꽃의 흔적은 일년을 가고

사람의 흔적은 백년을 간다.는 말처럼

어르신들이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감정은 살아온 흔적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표현 된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 알아 보게 되는 이 시간들이 정말 소중하다.

이 책을 통해 여러 어르신들의 모습과 저자의 마음 씀씀이를 들여다 보며

어르신들의 소걸음에 격려와 위로, 인내와 사랑을 전하면서 한 평생 살아온 어르신들의 흔적들을

우리들 가슴에 품게 된 것에 대해 참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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