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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조건 -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
바스 카스트 지음, 정인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0월
평점 :
책장에 꽂혀 있는 책 중에 상당수가 자기 계발서를 비롯한 각종 처세술과 관련된 것들이라서 그와 비슷한 제목의 책을 기피하고 있었다.
바스카스트라는 지은이가 낯설었는데 발행처가 한국경제신문으로 되어있는 것과
「적을수록
버릴수록
느릴수록
행복이 온다」는 책표지 카피가 살짝 흥미를 끌었다.
최근 읽었던 이철수 판화가의 『웃는 마음』이 잔잔하게 잔상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 큰 이유일 듯도 싶다.
부모님과 자식, 그리고 내 생명을 선택하지 못 할 뿐 나머지 것들은 나의 선택에 의한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양심을 지킬 것인가 범죄를 저지를 것인가의 선택처럼 심각한 것에서부터 짬뽕과 짜장면의 선택처럼 가벼운 것에 이르기까지
매일 매일 나는 선택을 해 왔다.
내 몸은 내가 먹은 음식의 결과이고 나의 정신 세계와 나의 정체성은 내가 선택했던 많은 행동의 결과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은 노후의 삶에 대한 선택을 저울질 하게 되었고
삶에 이끌려, 생활에 이끌려 그 선택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혼란스럽고 우유부단할 수 밖에 없었다.
『선택의 조건』은 이런 상황에 처해서 고민스럽던 차에 마치 빗물을 닦아주는 와이퍼처럼 나의 앞길을 선명하게 바라보게 만들어 준 책이다.
그것은 해답을 얻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나와 내 이웃이 처한 상황을 깨닫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나의 고통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를 아는 것과 그 원인을 모르는 것과의 차이는 클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대인관계에서부터 핸드폰과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개인들의 멱살을 붙잡고 어떻게 흔들어대고 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그 개인들의 모습들이란 것이 참으로 비참한 것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는 것을 짐작할 때 온몸이 으스스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 책은 친절하다. 그리고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며 매우 과학적이기도 하다.
자유롭지만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고, 부유하지만 행복하지 못하며,
바쁘지만 불안한 도시인의 삶을 거울처럼 비추고 그들의 행태를 실험하고 분석하여 원인을 밝히는 책이다.
이 세가지 파트에서 밝히는 디테일한 실험과 그 항목들이 주는 흥미로움이 책을 붙들게 만들고 있으며
실제로 매우 디테일한 내용들에 이르러서는 차라리 감동적이기도 하다.
비문학적인 책을 읽고 다시 읽고픈 생각이 드는 몇 안되는 책이다.
최소한 세번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