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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 시크하게 ㅣ Nobless Club 17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8월
평점 :
우선 이 책은 절대로 어렵거나 무거운 주제를 다룬 책이 아님을 밝히고 싶다.
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 약간 지레 겁을 내긴 했지만,
한 두장 읽다보니 쉽게 읽히고 다음장에서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 지는 그런 추리소설이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강력계 형사 정태석과 유병철 ,
비운의 마약 밀수자 변성수의 대립구도가 중심이다.
이렇게 살인까지 일어나는 숨막히고 살벌한 대립구도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다.
정태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현경과 변성수의 실체를 모두 알고서도 그를
사랑하는 오선미, 이 두여자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줄거기를 크게 몇 가지로 요약하자면,
훤칠한 외모와 화려한 주먹 솜씨를 가지고
많은 술집 여자들과 원 나잇을 즐기며 사랑이 무엇인지 가슴으로 느껴보지 못한 체
살아가는 정태석의 인생이 첫 번째이다.
두번째는 뭐하나 빠지는 것 없는 여자와 사랑해서 결혼하여
딸아이도 낳고 오손도손 행복한 가정을 꾸리던 중년의 강력계 형사 유병철이
자신의 아내와 직장에서 느끼는 권태로움이다.
정태석과 유병철은 오랜 파트너로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겉으로는 티격태격 하지만 , 친 형제처럼 지내는 사이인데 어느날 그들에게
변성수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 나타났다.
그들의 인생은 변성수로 인해 완벽히 꼬이는 듯 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들에게 솔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책을 읽는 내내 마약 밀매니, 살인이니 하는 그러한 사건보다는
정태석과 유병철 그리고 나머지 등장 인물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고, 위기가 닥쳤을 때는 어떻게 처신하는 가에 주목하면서 읽었다.
정태석은 이현경이라는 여자를 통해 진지하지 못했고, 솔직하지 못했던
자신의 감정에 귀기울이는 법을 배웠고,
유병철은 중년의 남성에게 찾아오는 권태로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자신이
잊고 지냈던 많은 것들에 눈을 돌리는 법을 배워 나갔다.
그러나 특히 내 마음을 사로 잡았던 인물은 다름 아닌 변성수 였다.
그는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던 남자였고,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완벽한 남자였지만,
그러한 완벽함 뒤에 울고 있을 변성수의 자아에 연민과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역시나 이러한 연민 끝에, 변성수는 결말 쯤 나를 웃게 했다.
변성수의 어쩔 수 없는 그 착한 모습과 거부 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이끌림에 솔직했던
그의 모습이 나를 웃게 하고 울게 했다.
이 책을 통해서 평소에 자주 들어보긴 했지만, 뜻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사용하지는 않았던 '시크하다' 라는 말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
그 단어가 그다지 솔직한 단어는 아닌 것 같다.
속으로는 이것 저것 다 생각하면서 배려하고 위한다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요즘 한창 핫 이슈가 되고 있는
'나쁜 남자'를 뜻하는 듯 하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어떤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리고 그 감정을 표현 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속으로 삼키고 , 누군가 알아 주겠지 하는 마음은 버리고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다.
누구든지 삶의 어느 구석으로부터 권태로움과 답답함을 느낀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