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 2 Medusa Collection 8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원래 SF나 공상과학류의 소설 또는 추리소설 장르는 내 취향이 아니었기에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첫 페이지를 열었다.
제프 롱이라는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었지만 그의 프로필은 나의 취향에 어느 정도 기대감을 주었다.
역시 기대했던 바 모험가의 다양한 경험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세밀한 묘사가 풍부하였고 고고학을 비롯한 역사,종교,인류학이 어우러지는 방대한 스케일의 서사적인 표현이 넘쳐났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성에 있어서도 몇 가지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인물에 대한 묘사와 함께 예사롭지 않은 소재와 간단치 않은 소재들이 박진감을 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작가의 경험과 상상력은 페이지를 넘길 수록 읽는 이로 하여금 약간의 두려움 내지는 그야말로 서스펜스를 더하게 만든다.
어둠의 세계, 지하 공간에 대한 섬득한 두려움이 누구나에게 존재한다. 작가는 그 공간에 인간 이외의 존재를 만들었으나 그 설정을 어둠의 절정인 사탄, 즉 악의 존재를 설정함으로써 인간의 나약함과 존재론적인 회의를 품게 만들고 있다.
인간 본연의 모습 속에 감추어진 사악함과 끝없는 이기심 그리고 어쩔 수 없는 무기력함에 맞서 있는 사탄의 세력은 얼마나 곤고하고 포악하며 잔인한 것인가를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는 것이었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악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생각해 볼 수 있으며 거꾸로 내 자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추상도 해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사랑과 믿음이 없는 인간에게 과연 희망과 구원은 있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볼 계기도 된 것이다.
바다 속에 고래가 살고 문어가 살고 조개도 산다는 것은 우리의 사고체계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땅 속에 그렇게 넓은 공간이 있을 수도 있고 그 공간이 그저 삶의 또 다른 공간이 아니라 악의 세계요 인간들의 비참한 최후를 담아내는 공간으로 설정한 작가적 상상력이 경이롭고 그 적나라한 묘사가 감탄스러웠으며 지하 생명체의 흉칙한 모습이 어른거려 잠을 설치게 되었다.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읽는 내내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이 주는 감칠맛이기도 하다.
히말라야에서 부터 네팔과 캄보디아에 이르는 다양한 경험에서 나올 수 있는 현장감 있는 묘사와 함께 지질학과 미생물학, 군사학 그리고 인간애를 그려가는 서정성에 이르기까지 제프 롱이라는 작가의 박학함과 세밀함이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듯하다. 삼 일이라는 시간동안 그야말로 숨막히는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이 책은 조금씩 끊어서 보아서는 재미가 반감될 것 같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하루 동안에 다 읽는다면 그 감동이 더 할 것 같다.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삼 일 동안에 읽은 것이 안타까웠고 세 번 쯤은 읽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지하 세계로의 하강... 그 사지에서 살아남은 주인공에게 박수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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