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여행자는 새로 당도한 곳에서 그 사회의 선한 풍경만을 풍문으로 변주한다.
눈 밝은 여행자는 그 사회의 풍경과 풍습에서 숨은 악을 발견하고 놀란다. 그리고
가장 훌륭한 여행자는
한 사회의 선이 만들어낸 뜻하지 않은 악들과 악이 만들어낸 거짓된 선들을 발견하고 전율한다"
『미주의 인상』황호덕 해설 中에서
태국에
간 적이 있습니다. 일주일 정도. 이제 그 곳의 기후와 그곳의 날씨와 그곳의 먹을 것, 풍경과 알아듣지 못하는 말에 익숙해지려는 것 같았습니다. 그쯤 있자 무엇을 보기 보다 같이 앉아 있길 좋아했고요, 더 걷기보다 정주하면서 사람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돌아가는 날이 다가오자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언니들이 물었습니다.
한 달이나 두 달 더 있지 않겠느냐고, 주변을 다 돌고도 좋을 여행이라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그러겠느냐고,
모두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동시에 알게되었습니다. 저는 여행으로 무엇을 깨달을만한 녀석이 아니라는 점을요.
어써 빨리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괴로웠거든요. 이 공간에서 내가 불일치합니다. 그저 걷고, 먹고, 놀고, 그런것으로
힐링이라던가, 마음의 평화, 일하지 않는 기쁨 그런것들을 감사히 느낄만한 그릇이 못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내가
여행을 하는 중에도 이 곳에서 삶은 계속되었습니다. 이들의 노동, 이들의 쉼, 이들의 저녁, 이들의 무엇...나는
그속에서 구분없이 지냈습니다. 여행을 하러 떠난 곳에서, 사람들은 여행을 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 나를
여행하게 만들었겠지만 그것이.
여행을 그치게 만들었습니다.
여행이 제 깜냥을 재는 곳일 줄 몰랐더랬습니다. 남 사는 곳에 삶의 모습으로 있지 못하는 것이 괴로워
제 살던 곳으로 내빼는 모습이라니요. 여행 전후가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는 일이 여기서
비롯되는가 싶었습니다.
비행기가 아닌 기차, 배를 타고 떠났을 세계여행이라고 합니다. 백여년 전의 여행이라니 감도 잘 오지 않습니다.
여행에 큰 흥미는 없지만 여행이 마음껏 주어지지 않는 지금 또 마음껏 주어지지 않았을 그때의 기행을 보며
여행을 또 동경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나는 어떤 여행자로 있었는지 살펴봅니다.
글에 비추어 보아. 저는 보통의 여행자가 선한 풍경으로 마음이 배불렀던 중
뜻하지 않게 들어온 눈빛, 눈빛,에 좀 아팠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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