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민구
가로등 불빛이
작은방 창으로 들어온다
밥상을 타넘고
안방으로 걸어와서 어머니 가슴에
발을 올려놓는다
괘씸하지만
꽁꽁 언 발을 끄집어낼 수도 없어
그대로 둔다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에도
잠을 깨시는 어머니
늘 걷어차던 이불을 웬일로
한 번 안 차고 주무신다
네가 붙잡았나 싶어서
불빛이 시작한 자리를 가만히
오래오래 본다
저리 보면
달이 뭐 별건가
민구, 『배가 산으로 간다』, 문학동네. 2014.11.
1983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이 간단한 시인의 소개에 '태어났다'라는 말을 좋아서 자꾸 읽는다. 태어났군요. 1983년에 태어나셨군요. 그러니까 인천에서요 태어났군요. 음. 지금 어디 있다는 거지요. 이걸 읽는 나 역시 '있음'을 함께 생각한다. 혼잣말을 잇는다. 시인의 첫 시집이다.
시집의 마지막에 실린 시다. 가로등, 어머니. 낡고 낡은 이야기를 하려나 읽어가면. 달이 맹렬하게 이를 드러내고 오줌발을 갈기던 시「움직이는 달」이 떠오른다. 시집 앞쪽에서 읽었던 패기와 확연히 대비되는 관조다. 한 시집에 들어 있다. 단정은 이르이, '저리 보면/ 달이 뭐 별건가'라는 말을 마지막에 놓는 시인의 손을 생각한다. '시가 뭐 별건가' 가볍게 놓을 줄 아는 얼굴이다. 다음 시집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기대가 산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