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환대가 재분배를 포함한다는 점을 확인하기로 하자.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것 또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것, 그가 편안하게사람을 연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하여 그를 다시 한 번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사회 안에 자리를 갖는다는것 외에 다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을 연기하려면 최소한의 무대장치와 소품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누군가를 초대할 수 있는 공간, 갈아입을 옷, 찻주전자와 차를 살 돈 같은 것 말이다. 그러므로 환대는 자원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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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마지막으로 나는 신분주의와 학교 폭력의 연관성에 대해 언급하고싶다. 우리 사회의 신분주의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가장 날카로운 경고음은 교실에서 나온다. ‘일진‘이 더 이상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교실 내의 위계는 사회의 위계를 닮았다. 가진 게 많은 아이들, 지배문화의 요구에 가장 잘부응하는 아이들이 꼭대기에 있고, ‘자본‘이 가장 부족한 아이들이 밑바닥에 있다. 위에 있는 아이들은 아래 있는 아이들을 괴롭힌다. 별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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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하에서 모욕은 흔히 굴욕의 모습을 띠고 나타난다. 예고없이 실직을 당할 때, 일한 대가가 터무니없이 적을 때, 아무리 절약해도 반지하 셋방을 벗어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굴욕을 느낀다. 하지만이것은 모욕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모욕은 구조가 아니라상호작용 질서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를 해고한 사장도, 월세를 올려달라는 주인집 할머니도 나를 모욕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아니다. 그들은 시장의 법칙에 따라(즉 구조의 담지자로서 구조가 명하는대로) 행동했을 뿐이다. 그들은 매우 예의 바르게, 심지어 미안해하면서자기들의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던가? 누구도 나를 모욕하지 않았다면,
내가 느끼는 굴욕감은 전적으로 나 자신의 문제가 된다. 신자유주의의전도사들은 이것을 자존감의 결여 탓으로 돌린다. 그들의 주장은 이런식이다. 실직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이 굴욕으로 느껴진다면, 당신에게 자존감이 부족한 것이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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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적 노동 통제는 신분적 모욕을 새로운 형태의, 더욱 미묘하고 일반화된 모욕으로 대체하였다. 문자 한 통으로 해고를 통보한다든가, 프로페셔널리즘의 이름으로 노예 같은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이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모욕이 주로 저학력, 여성, 육체노동자의 몫이었다면, 오늘날에는 모든 노동자, 즉 노동자로서 모든 사람이 모욕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아마도 그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을 소비자로서만의식하려 하며,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은 되도록 잊고 싶어 한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우리는 연대 의식을 느끼는 대신에 소비자로서 겪게될 불편을 먼저 생각한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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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이 죽고 나서 한동안 아버지의 못마땅한 얼굴이 상당히 자상해 보였다. 어머니에게 당신한테는 정말 미안하게 됐어, 하고 말하던 얼굴이 유난히 온화했기 때문에 어린아이였지만 바로 그때의 말까지 작은가슴에 새겨두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그 말에 어떻게 대답했는지는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내려고 해도 생각나지 않는 것을 보면 처음부터 기억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만큼 예민하게 아버지를 관찰하는 능력을 갖고 있던 내가 어머니에 대한 주의가 부족했던 것도 참 희한한 일이다. 사람이 자신보다는 쓸데없이남을 알고 싶어 하는 습성이 있는 존재라면 나에게 아버지는 어머니보다는 훨씬 남처럼 보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거꾸로 말하자면 어머니는 관찰할 필요도 없을 만큼 나와 친밀했던 것이다. 하여튼 여동생은 죽었다. 그 이후로 나는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외아들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지금의 나는 어머니에게 외아들이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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